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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는 유명 관광지가 모여 있는 중심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우리는 피렌체를 과거의 모습으로만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피렌체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계속 걷다 보면 점차 르네상스 시대 건물들은 사라지고 현대풍의 건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좀 더 가다 보면 미국 총영사관 건물이 나온다. 이 근처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역을 표시하는 표지판이 하나 서 있다. 이를 기준으로 우리가 익히 아는 모습과 다른 현대적인 피렌체가 나타난다.
 
  피렌체 미국 총영사관 근처에 있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구역을 나타내는 표지판  피렌체 미국 총영사관 근처에 있다
ⓒ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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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지판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그동안 피렌체의 과거 모습에만 천착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피렌체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그런데 그것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과거의 흔적만을 찾아다닌 것이다.

이 도시도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저마다의 삶을 일구어 가는 곳이라는, 아주 당연하지만 뒤늦은 깨달음은 이 도시에 대한 시야를 넓혀 주었다. 그제서야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고, 봤지만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피렌체 역시 도시를 순환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죽 시장의 노점과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피렌체는 가죽이 유명하다. 산타 크로체 수도원에는 지금도 가죽 공예를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그리고 그 유명한 피렌체의 가죽 제품들이 모여 있는 곳이 가죽 시장이다. 이 곳은 수많은 상점들과 노점 그리고 길거리 상인들이 모여 항상 붐비는 곳이다.

이 중에서 노점의 경우는 해가 질 무렵이면 가게를 접는데 정말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렇게 많은 노점 수레들이 이동하려면 분명 골목 곳곳에서 목격되어야 하는데 볼 수가 없었다. 나중에야 근처에 이런 수레들을 전문적으로 보관해주는 창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금방 길에서 사라질 수 있었던 것이다.
 
  상점들이 철수한 뒤 수많은 쓰레기가 널려 있다
▲ 남겨진 쓰레기들  상점들이 철수한 뒤 수많은 쓰레기가 널려 있다
ⓒ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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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노점들이 철수하면 온갖 쓰레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많은 인파들이 몰렸던 곳이니 당연한 일이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주로 아침 일찍 나오는 편인데, 온갖 오물로 뒤덮였던 거리가 아침이 되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다. 피렌체의 청소부들도 이른 시간부터 청소를 시작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른 아침에 만나는 청소부들의 빗자루질은 그 많은 쓰레기들을 치우기에는 너무 느리고 여유 있어 보였다. 그럼 그 많은 쓰레기는 어떻게 사라지는 것일까?

피렌체 도심의 청소는 밤에 이루어진다. 밤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면 청소차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청소차는 한국의 청소차와는 다른 기능이 있다. 바로 차 아래에서 옆으로 강하게 물을 뿜어내는 것이다. 이 물줄기에 바닥의 오물은 씻겨 나가고 쓰레기들은 옆으로 밀려난다. 그 다음에는 이렇게 모인 쓰레기를 거둬들이는 식으로 청소하는 것이다.  
 
  강력한 물줄기로 빠르게 길거리를 청소한다
▲ 피렌체의 청소차  강력한 물줄기로 빠르게 길거리를 청소한다
ⓒ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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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을 타보자

로마와 피렌체에는 도시를 가로 지르는 트램 노선이 뻗어 있다. 물론 로마에는 지하철도 있다. 하지만 곳곳에 있는 중요한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지하를 파기보다는 지상에 트램을 설치했다고 한다. 혹시 피렌체 여행 일정 중에 시간이 된다면 트램을 한번 타보는 것을 권한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냥 트램을 타고 중심지를 벗어나 외곽으로 한번 나가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현대식 종합병원과 대학교를 만날 수 있다.
  
  로마의 트램보다 훨씬 깨끗하고 신형이다
▲ 피렌체 트램  로마의 트램보다 훨씬 깨끗하고 신형이다
ⓒ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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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대형 마트도 있다. 여기서 한국의 대형 마트에 익숙했던 내 눈에 꽤 낯선 모습을 발견했다. 손님들은 매장 입구에서 작은 단말기 하나를 받아 카트 손잡이에 꽂았다. 그리고 물건을 카트에 담을 때마다 이 단말기로 바코드를 찍었다.

쇼핑을 끝내고 이 단말기를 계산대에 꽂으니 바로 총 금액이 뜨고 결재를 할 수 있었는데, 젊은 사람뿐 아니라 노인들도 매우 익숙해 보였다.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피렌체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입장할 때 이걸 하나씩 가지고 들어간다
▲ 마트 입구에 있는 단말기  입장할 때 이걸 하나씩 가지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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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년을 IT강국이라고 뻐겼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면에서 뒤처진 한국의 모습과 대비되기도 했다. 인도나 중국은 거리의 노점상에서도 간편 결재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데 말이다.  
 
  물건을 카트에 담을 때마다 이 단말기로 바코드를 찍으면 된다
▲ 카트에 꽂힌 단말기  물건을 카트에 담을 때마다 이 단말기로 바코드를 찍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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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간편하게 계산할 수 있다
▲ 셀프 계산대  누구나 간편하게 계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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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생필품 구입, 코나드(Conad City)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나 역시 여행경비는 늘 빠듯하다. 그래서 경비를 아끼기 위한 방법을 계속 고민하는데 음식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여행 성향이 꽤 도움이 되었다. 어쨌든 어떤 유형의 여행자라도 소소한 비용은 줄이고 싶을 것이다.

보통 피렌체에서는 하루 이틀, 길어도 삼 일 정도 체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류 기간이 아무리 짧아도 생수를 비롯해 각종 생필품 구입은 필요하다. 피렌체에도 크고 작은 상점들이 많은데 정말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내가 여러 상점들을 비교해 본 바로는 생필품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은 '코나드 시티'라는 슈퍼마켓이다(물론 어디까지나 내가 가본 곳들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얘기다).

코나드는 토스카나 지방을 거점으로 하는 유통업체다. 이 업체에서 운영하는 코나드 시티는 피렌체 기차역과 산 로렌초 성당 주변 등 서너 군데에 위치한다. 두 번째로 피렌체에 갔을 때 우연히 이곳에 들어간 나는 깜짝 놀랐다. 한 블럭 정도 떨어진 다른 상점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맥주가 이 곳에서는 반 값 정도로 가격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선물로 많이 구입하는 장미수와 치약 역시 이 곳이 가장 저렴했다. 또한 원산지나 품질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육류 역시 피렌체 중앙시장보다 더 저렴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현지인들이 장을 보기 위해서 많이 찾는 곳이다.

코나드는 자체 브랜드 상품도 가지고 있는데 로마의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당연히 코나드 브랜드 상품이 제일 쌌다. 조금 발품을 팔더라도 이곳을 이용한다면 여행경비를 꽤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피렌체 곳곳에 있다
▲ 코나드 시티  피렌체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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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피렌체, #가죽시장, #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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