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2년 차 징크스'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데뷔 시즌 뛰어난 활약으로 신인왕을 받은 선수가 그 다음 시즌에는 부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선수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부진하는 이유를 한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신인이었을 때는 겁 없이 자신감 있게 경기에 임하는 경우가 많고, 그 다음 시즌부터는 타 팀에게 공격 패턴 등을 분석당하는 데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기기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V리그 지난 시즌 남녀 신인왕을 받은 두 선수에게서는 '2년 차 징크스'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우리카드 황경민과 현대건설 정지윤의 이야기이다.

리시브 효율 1위-오픈 공격 5위, 우리카드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된 황경민
 
 황경민은 현재 박철우, 정지석, 비예나 등 쟁쟁한 공격수들에 이어 오픈 공격 5위에 랭크되어 있다.

황경민은 현재 박철우, 정지석, 비예나 등 쟁쟁한 공격수들에 이어 오픈 공격 5위에 랭크되어 있다. ⓒ 한국배구연맹

 
올 시즌 신영철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주문하는 것은 강한 서브와 견고한 서브 리시브이다. 견고한 리시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카드의 기본기 배구에서 황경민의 현재 리시브 효율은 50%에 달한다. 리시브 효율 면에서 리그 단독 1위이다. 황경민이 가져다 주는 우리카드 리시브 라인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노재욱 세터는 코트에서 다양한 세팅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황경민의 가치는 공격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황경민은 현재 박철우, 정지석, 비예나 등 쟁쟁한 공격수들에 이어 오픈 공격 5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는 어렵게 리시브가 되었을 때 혹은 디그가 되어서 하이볼로밖에 올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황경민이 어려운 공을 상당히 많이 책임져 주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 황경민은 경기대 재학 시절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를 맡았던 선수다. 에이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어려운 볼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대학 시절부터 그러한 역할을 맡아왔던 황경민에게 하이볼이 올라오는 상황이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리시브와 공격을 다 잘해야 하는 레프트의 운명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황경민의 활약에 우리카드는 2라운드 현재 3위에 자리하며 리그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2년 차 징크스'를 실력으로 지워버린 황경민이다.

포지션은 중요하지 않다, 현대건설의 멀티 플레이어가 된 정지윤
 
 현재 정지윤은 같은 소속팀 양효진에 이어 속공 공동 2위에 자리해 있다.

현재 정지윤은 같은 소속팀 양효진에 이어 속공 공동 2위에 자리해 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유독 치열했던 신인왕 경쟁에서 이주아를 제치고 신인왕을 거머쥔 정지윤은 '2년 차 징크스'를 더더욱 날려버린 모습이다. 가운데 공격의 비중이 큰 현대건설의 팀 컬러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중앙에서 대범하고 강력한 공격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정지윤은 같은 소속팀 양효진에 이어 속공 공동 2위에 자리해 있는데, 특유의 러닝 점프에 이은 강한 속공에 다른 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정지윤이 가운데에서 적극적으로 공격을 해주기 때문에 이다영 세터가 한 번씩 레프트에 공을 주면 상대 팀의 블로킹은 당연히 늦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현대건설의 분배 배구가 가능한 이유이다. 

지난 시즌 정지윤은 네트 선상에 붙은 볼 등 센터로서 해주어야 할 자잘한 잔볼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시즌 들어 모습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볼에 대한 집중력이 좋아졌고, 상대 주 공격수에 대한 결정적인 킬 블로킹을 연이어 잡아내는 등 블로킹 부분에서도 향상된 실력을 보였다.

마야가 부상으로 시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19일 IBK기업은행 전에서는 5세트에 라이트로 출전하기도 했다. 중요한 순간 상대 코트에 여러 차례 강력한 스파이크를 꽂아 넣은 정지윤의 활약으로 현대건설은 귀중한 승점 2점을 챙길 수 있었다. 온전히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라이트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보여줬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정지윤의 이러한 활약에 현대건설은 마야의 부상에도 GS칼텍스, 흥국생명과의 상위권 순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있다.

'2년 차 징크스'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두 공격수의 활약이 소속팀은 물론 V리그 팬들에게 함박웃음을 짓게 한다. 두 선수가 남은 라운드에서 어떤 좋은 활약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V리그 신인왕 황경민 정지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누군가의 인생에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