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전 LG전에서 주루 실수를 반복한 한화 정근우

한화 정근우 ⓒ 한화 이글스

 
세 번의 2루수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정근우가 LG 유니폼을 입는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비공개로 실시된 2019 KBO 2차 드래프트 결과를 발표했다. 8개 구단에서 지명된 18명의 선수는 내년부터 새로운 팀에서 활약하게 됐고 한화와 NC 다이노스, LG트윈스가 3명의 선수를 모두 지명했다. 반면에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1라운드부터 지명을 포기했다.

한편 포수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되던 롯데 자이언츠는 의외로 SK의 외야수 최민재를 선택했다. 2017년 퓨처스 올스타 MVP 출신의 최민재는 프로 8번째 시즌을 부산에서 보내게 됐다. 그리고 지난 2014년 한화 이글스로 이적해 6년 동안 활약한 정근우는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며 2라운드로 LG 트윈스에 지명됐다. 프로 입단 후 15년 동안 SK 와이번스와 한화에서 활약했던 정근우가 '타의'에 의해 팀을 옮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번의 우승과 3번의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KBO리그 대표 2루수

정근우는 부산고 시절 2000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 등과 함께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하지만172cm의 작은 체구 때문에 고교 졸업 당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프로 대신 고려대 진학을 선택했다. 정근우는 작은 체구에도 대학 야구의 정상급 내야수로 활약했고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7순위)로 SK에 지명됐다.

입단 첫 해 정경배(한화 2군 타격코치)의 백업으로 활약하며 52경기에 출전한 정근우는 2006년부터 SK의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07년부터는 5년 연속 3할 타율과 100개 이상의 안타,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며 KBO리그 정상급 2루수로 군림했다. 정근우가 전성기를 보낸 5년 동안 SK는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대표팀에서도 정근우의 활약은 꾸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캐나다전에서 결승 홈런을 때린 정근우는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멋진 홈 쇄도로 동점 득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퍼펙트 금메달에 크게 기여했다. 정근우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3년 WBC, 2015년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변함없이 이름을 올렸다. 정근우는 대표팀에서 통산 37안타와 9도루를 기록했다.

정근우는 FA를 앞둔 2013 시즌 타율 .280 114안타 9홈런 35타점 64득점 28도루로 이름에 썩 어울리지 않는 활약에 그쳤다. 하지만 류현진(LA다저스)을 보내며 많은 실탄을 준비하고 있던 한화는 정근우에게 4년 70억 원을 투자해 리그 최고의 2루수를 영입했다. 한화에서 이용규와 테이블 세터진을 이룬 정근우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결장이 잦았던 이용규와 달리 3년 동안 매 시즌 125경기 이상 출전하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2016년 시즌에는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310 178안타 18홈런 88타점 121득점 22도루를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 득점, 안타 모두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도루 숫자(22개)가 전성기에 비해 다소 줄긴 했지만 KBO리그 최초로 11년 연속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며 여전한 준족을 자랑했다. 물론 정근우의 이런 놀라운 활약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또 다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수비 부담으로 2루 떠났던 정근우, LG에서 2루로 컴백 예정

정근우는 2017년 도루 숫자가 6개로 급락했음에도 타율 .330 11홈런 46타점 73득점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고 시즌이 끝난 후 두 번째 FA자격을 얻었다. 정근우는 2+1년 총액 3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최대 7년 동안 한화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근우는 FA 계약 첫 시즌이었던 작년 시즌 개막 후 39경기에서 무려 9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2루 자리를 포기해야 했다.

정근우는 작년 시즌에도 102경기에서 타율 .304 11홈런 57타점으로 준수한 타격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팀의 간판스타이자 동갑내기 1루수 김태균이 있는 상황에서 정근우의 1루수 변신은 포지션 중복에 가까웠다. 한용덕 감독은 올해 정근우를 중견수로 활용할 뜻을 밝혔지만 정근우는 시즌 초반 1할대의 빈타에 허덕였고 후반기 맹타에도 타율 .278 3홈런 30타점 37득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아무리 정근우가 올 시즌 다소 주춤했다 해도 작년까지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던 엘리트 선수가 20인도 아닌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화의 정민철 단장은 미래자원 확보와 포지션 중복 문제로 정근우를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고 LG에서 정근우를 2라운드로 지명했다. 이로써 정근우는 내년부터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잠실야구장을 누빌 예정이다.

LG의 차명석 단장은 류중일 감독이 정근우를 기존의 주전 2루수 정주현과 경쟁시킬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작년부터 정근우가 2루 수비에 자신감을 잃고 사실상 2루 수비를 포기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근우는 올해 중견수로 52경기, 1루수로 30경기에 출전했을 뿐 2루수로는 단 1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다. 아무리 정근우가 골든글러브 3회 수상 경력에 빛난다 해도 현재의 주력으로 2루 수비를 소화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LG의 전력에서 2루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의 정근우는 팀 전력에 크게 보탬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만 33경기를 소화한 정근우의 풍부한 경험은 2002년 이후 17년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 LG에게는 유무형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2루수로 꼽히는 정근우는 서울에서 맞는 30대의 마지막 시즌 선수생활에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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