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롤> 포스터

<크롤>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엑스텐션>으로 혜성 같이 데뷔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여느 유럽의 장르영화 감독들이 그러하듯 28살의 젊은 나이에 할리우드에 입성하였다. 할리우드에서도 본인만의 잔인한 스타일과 긴장감이 넘치는 연출로 인정을 받아오던 그는 판타지 스릴러 <혼스>와 미스터리 장르의 <나인스 라이프>를 통해 마니아층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전혀 발현되기 힘든 장르적 선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크롤>은 돌아선 팬심을 되돌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극찬을 받은 이 영화는 크리처물이 지닌 긴장감과 이를 증폭시키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돋보인다. 이 작품의 리듬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강강강강'이라 할 수 있다. 상황설정부터 캐릭터들이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 역시 잠시의 쉴 틈도 주지 않고 강한 게 등장하면 그 다음에는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끝도 없이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크롤> 스틸컷

<크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수영선수 헤일리는 대회 후 초대형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를 강타하니 대피하라는 뉴스를 보게 된다. 보스턴에 사는 언니는 아버지 데이브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걱정하고 헤일리는 자신이 가보겠다고 말한다. 집에 도착한 헤일리는 집에 강아지가 그대로 있는 걸 발견하고 아버지가 대피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강아지를 데리고 혹 아버지가 있을 것이라 추측되는 예전에 살던 집을 향한 헤일리. 그녀는 그곳 지하실에서 심한 부상을 입은 아버지를 발견한다. 아버지를 데리고 나갈려는 찰나 지하실 입구를 악어가 막아선다. 그제야 헤일리는 태풍 때문에 악어농장에서 풀려난 악어들이 지하실로 들어왔고 아버지를 공격했음을 알게 된다. 핸드폰마저 악어 때문에 부셔진 헤일리와 데이브는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한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강한 리듬감은 세 가지 측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태풍과 악어라는 최악의 조합이다. 지하실에 갇혀 악어가 입구를 막고 있는 것만 해도 식은땀이 흐르는데 태풍이 불면서 내리는 비는 지하실을 점점 침수시켜 간다. 악어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 건 물론 악어농장을 탈출한 동료 악어들이 지하실에 더 들어오고, 밖에서 구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해치면서 상황을 최악으로 이끌어 간다.
  
 <크롤> 스틸컷

<크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악어만 상대하기도 힘든 와중에 몰아치는 태풍은 외부의 구조를 곤란하게 만들면서 부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본인들의 힘으로 탈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유도하는 최악의 조합을 보여준다. 동시에 지하실에 점점 물이 차면서 헤일리의 직업이 수영선수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자연스럽게 가져온다.

두 번째는 주인공들의 몸에 상해를 가하는 폭발적인 액션이다. 보통의 재난물이나 크리처물에서 주인공은 쉽게 부상을 입지 않는다. 극 후반부에 극적인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부상을 입히거나 가볍게 긁히는 수준에 머무른다. 또 부상을 당했다면 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헌데 이 영화는 가차 없이 부녀에게 상해를 입히며 극한의 공포를 보여준다.

초반부터 헤일리가 다리를 물리는가 하면 손을 무는 장면도 등장한다. 악어의 연속된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공격이 살을 찢고 피를 보이면서 예기치 못한 공포를 선사한다.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 특유의 잔인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지점으로 악어로 선보일 수 있는 거의 모든 공포장면을 연출해낸다.
 
 <크롤> 스틸컷

<크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세 번째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딸을 채찍질하는 아버지다. 지하실이 침수되어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위력이 강해지는 건 악어만이 아니다. 헤일리와 데이브 역시 점점 더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녀의 관계는 일반적인 가족 관계와 다르다. 데이브는 헤일리의 유년시절 수영 코치였으며 그녀에게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야 된다는 승부욕을 주입시킨 존재이다.

아버지는 악어에 둘러싸인 극한의 환경에서 딸을 더욱 자극한다. '넌 해낼 수 있어!'라는 의식을 주입시키며 악어보다 빨리 헤엄쳐 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데이브의 코칭과 헤일리의 질주는 악어의 위협과 재난에서의 탈출을 마치 대결의 형식으로 그려낸다. 겁에 질린 인간의 필사적인 도주가 아닌 생사를 대가로 건 대담한 게임을 보여주며 스릴감을 더욱 강화시킨다.

<크롤>은 잠시도 리듬감을 늦추지 않으며 런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태풍이라는 거대한 재난 상황을 설정하고 작은 재난 상황을 합치며 두 주인공을 최악의 상황으로 이끈다. 여기에 절망을 부여하기 보다는 열정과 대결을 통해 강 대 강이 부딪치는 대결구도를 보여주며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준다. 시도 때도 없이 태풍에 부셔지는 건물들이 주는 힘이 넘치는 액션은 덤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크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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