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아시아 지역 2차예선의 반환점에 도착했다. 15일(한국시간)을 기점으로 예선에 참가한 모든 국가들이 총 8경기 중 절반에 해당하는 4경기씩을 소화한 상태다.

최종예선으로 향할 국가들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는 가운데, 대부분의 조가 아직 혼돈이다. 예상치 못한 이변이 속출하면서 안갯속 형국에 들어간 조가 대다수다.

월드컵 향해 뜨겁게 격돌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 2차예선의 현 상황을 점검해 본다. 2차예선에서는 8개 조의 각 1위가 최종예선으로 직행하고, 2위 국가 중 성적이 좋은 4개국이 추가로 최종예선에 합류한다. 

A조 - 시리아의 질주와 불안한 대륙의 꿈

A조의 최강자는 시리아(승점 12)다.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2017년 아시아 지역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 힘을 여전히 유지 중이다. 주포 오마르 알 소마가 7골을 몰아치며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귀화 선수까지 받아들이며 월드컵을 향해 올인한 중국(승점 7)은 고전 중이다. 최약체인 몰디브(승점 3)와 괌(승점 0)은 완파했지만, 경쟁자인 필리핀에게 0-0에게 비겼고 시리아에게 1-2로 패했다. 4차전 시리아전 패배로 팀의 수장 마르첼로 리피가 지휘봉을 내려놨다. 월드컵은커녕 최종예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필리핀(승점 7)은 이번에도 선전하고 있다. 조 1위는 어렵겠지만 승점 동률인 중국을 잡고 조 2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B조 - 최강자 '싸커루' 호주
 
   요르단과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4차전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호주의 아담 타가트(왼쪽)

요르단과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4차전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호주의 아담 타가트(왼쪽) ⓒ AFC(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쳐


B조는 호주(승점 12)의 강세가 돋보인다. 수원 삼성의 아담 타가트의 활약 속에 4전 전승을 거두며 1위를 달리고 있다. 변수였던 쿠웨이트와 요르단 원정길에서 모두 승리했다. 사실상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적이다. 네팔(승점 3)과 중화 타이베이(승점 0)는 큰 변수가 아니다.

호주가 크게 앞서가는 가운데 2위 싸움이 치열하다. 중동의 다크호스 쿠웨이트(승점 7)와 요르단(승점 7)이 2위 자리를 원하고 있다. 유리한 쪽은 쿠웨이트다. 승점은 같지만 쿠웨이트(+13)는 골득실에서 요르단(+3)을 압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맞대결이 내년 3월 안방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이 대결은 두 팀에게는 결승전과 같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C조 - 이란의 대추락

C조는 2차예선 최대 이변의 장이다. 아시아의 최강자 이란(승점 6)이 매우 고전하며 3위에 머무르고 있다. 홍콩(승점 2)과 캄보디아(승점 0)를 상대로 16골을 몰아쳤지만, 정작 중요했던 바레인-이라크 2연전에서 2연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마르크 빌모츠 감독 아래에서 이란 특유의 '늪 축구'가 실종된 모습이다.

이란은 곤란하게 만든 팀은 '라이벌' 이라크(승점 10)다. 착실히 승점을 쌓아온 이라크는 4차전 홈에서 열린 이란과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알라 압바스의 골로 극적인 2-1 승리를 쟁취했다. 최대의 적 이란을 무찌른 이라크는 1위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바레인(승점 8)의 약진도 돋보인다. 3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4경기 3골의 빈약한 득점력에도 1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은 수비력으로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4차전 홍콩과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것이 유일한 흠이다.

D조 - 모두에게 가능성이 열리다

조에 속한 국가 전부에게 최종예선 진출의 가능성이 열린 진정한 혼돈의 조다. 표면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승점 8)와 우즈베키스탄(승점 6)이 앞서가지만, 밑으로 예멘(승점 5), 팔레스타인(승점 4), 싱가포르(승점 4)와 승점 차이가 크지 않다.

조 1위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질 확률이 높다. 물고 물리는 조 특성상 조 2위를 해도 다른 조의 2위 성적에 밀릴 공산이 높다. 최종예선의 단골손님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에게는 전혀 달갑지 않은 전개다.

E조 - '개최국' 카타르가 포함된 조

이번 2차예선은 2023년에 열리는 아시안컵의 예선전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각 조 1위는 아시안컵 본선에 직행하고 2위부터는 예선에 참가한다. 때문에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도 예선에 뛰어들어 자웅을 겨루고 있다.

2019 아시안컵 챔피언 카타르(승점 10)가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오만(승점 9)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4골을 잡아낸 알만다르의 발끝이 매섭다. 내년 6월로 예정된 7차전 카타르와 경기에서 순위 역전을 노린다.

남은 세 국가 아프가니스탄(승점 4)과 인도(승점 3), 방글라데시(승점 1)는 아시아의 최약체답게 현실적으로 최종예선보다는 아시안컵 예선 진출을 위해 싸운다.

F조 - 완벽한 퍼포먼스 일본

F조는 예상대로 일본(승점 12)이 지배하고 있다. 4전 전승을 거뒀고 13골을 넣는 동안 하나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황희찬의 소속팀 동료 미나미노 타쿠미(4골)의 활약이 돋보인다. 벌써부터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적이다.

일본의 뒤는 키르기스스탄(승점 6)과 타지키스탄(승점 6)이 따르고 있다. 일본과 타지키스탄에게 패한 키르기스스탄은 몽골(승점 3)과 미얀마(승점 3)를 확실히 잡으며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초반 2경기에서 연승하며 순항했지만, 이후 2연패하며 주춤하고 있다. 특히 반드시 이겨야 할 4차전 상대 미얀마에게 4-3 패배를 당하면서 조 2위로 치고 올라갈 기회를 놓친게 아쉽다.

G조 - 여전히 유효한 '박항서 매직'

'쌀딩크' 박항서 감독의 지휘력을 바탕으로 베트남(승점 10)이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을 가시권 안에 뒀다. 라이벌 태국 원정에서 0-0으로 비기며 기분 좋게 출발한 베트남은 이후 3연승을 거두며 단독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최대 분수령이었던 4차전 아랍에미리트와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베트남의 강세 속에 태국(승점 7)과 아랍에미리트(승점 6)가 그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조 1위를 자신했던 태국은 홈에서 베트남을 잡지 못한데 이어, 4차전 말레이시아 원정에서 덜미를 잡히며 최종예선 진출에 먹구름이 꼈다.

잔뼈가 굵은 아랍에미리트는 한 수 아래의 말레이시아(승점 6)와 인도네시아(승점 0)는 무리 없이 잡았지만, 경쟁자인 베트남과 태국에게 모조리 패하며 비상등이 켜졌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태국을 잡는 등 나름 선전하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

H조 - 주춤하는 한반도, 기회를 잡은 중동

H조는 리더 역할을 해야 할 대한민국과 북한이 주춤하는 사이 중동 국가들이 치고 올라오며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조가 됐다. 일단 한국(승점 8)은 무패를 달리고 있지만 불안한 경기력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다. 그래도 남은 일정이 대부분 안방에서 열려 큰 이변이 없는 한 조 수위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조 2위 자리를 놓고는 경쟁자가 많다. 한국에 이어 조 2위가 유력했던 북한(승점 7)이 4차전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서 3-1로 완패하며 조 3위로 내려왔다. 반면 1차전에 북한에게 지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레바논(승점 7)은 한국과 비기는 등 반등에 성공하며 조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조 4위 투르크메니스탄(승점 6)에게도 기회가 있다. 1차전 스리랑카(승점 0)에게 승리했음에도 한국과 레바논을 상대로 2·3차전에서 연패하며 부진했지만, 북한을 잡아내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북한전 승리를 보약 삼아 반전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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