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KCC 라건아가 공을 사수하고 하고 있다.

지난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KCC 라건아가 공을 사수하고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슈퍼팀'으로 급부상한 프로농구 전주 KCC가 대형 트레이드 이후 첫 경기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KCC는 지난 11일 울산 현대모비스로부터 라건아와 이대성을 영입하고, 리온 윌리엄스, 박지훈, 김국찬, 김세창을 내주는 2대 4 트레이드를 단행한 바 있다.

12일 열린 원주 DB전은 팀 개편 이후 하루 만에 홈팬들 앞에서 이적생들이 첫 선을 보이는 무대였다. 심지어 상대인 DB는 최근 3연패의 부진에 빠져있었다. 국가대표급 라인업의 위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정작 KCC는 접전 끝에 고비를 넘지 못하고 77-81로 패했다.

이정현이 22점, 라건아가 22점 15리바운드, 송교창이 17점으로 제 몫을 다했으나 이대성이 야투 10개를 모두 실패하는 난조 속에 무득점에 그쳤다. 조이 도시의 교체 선수로 합류한 찰스 로드는 교체선수로 7분 27초를 소화하며 5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선수들의 개인능력은 돋보였지만 처음 호흡을 맞추다보니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KCC 특유의 조직적인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다.

첫 경기는 실망스러웠지만 KCC 입장에서는 서두를 이유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이라도 해도 손발을 맞춰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대성은 트레이드로 인한 충격과 무언가 보여줘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심리적으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궁극적으로 KCC가 꿈꾸는 모습은 리빌딩과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던 '2009년의 재현'이다. 당시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다. KCC는 허재 감독이 이끌던 2007년 당시 국내 최고 선수였던 서장훈을 FA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간판스타였던 이상민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하여 삼성으로 떠나보냈다. 당시 이상민이 KCC에서 3회의 우승을 선사하며 절대적인 위상을 자랑하던 인기 프랜차이즈스타였기에 팬들의 비난 여론이 극심했다. 'KCC맨' 이미지가 강했던 이상민은 이후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현재 감독의 자리까지 올라 이제는 완전한 '삼성맨'이 됐다.

또한 KCC는 불과 한 시즌 뒤에는 서장훈이 당시 신인이던 하승진과 출전시간 분배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인천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됐다. KCC는 서장훈을 내주고 영입한 장신가드 강병현과 하승진의 '슈퍼루키 듀오'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미래를 대비한 선택같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잡은 최상의 판단이 됐다.

트레이드 당시만해도 KCC는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었다. 전자랜드와 2대 3 대형트레이드 직후 강병현의 KCC 데뷔전이던 2008년 12월 19일 서울 삼성전에서도 패하며 7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팀순위는 8위(당시 9승 13패)까지 추락했다. 하승진은 부상으로 한달 가까이 전력에서 이탈해있었다. 당시 허재 감독의 경질설까지 조심스럽게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나빴다.

하지만 KCC는 거짓말처럼 일약 후반기 반전에 성공하며 정규리그 3위로 반등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더욱 승승장구하며 경쟁팀들을 연파하고 끝내 2009-10시즌 우승까지 차지했다. 4강직행권이 없는 정규시즌 3위팀이 우승한 것은 역대 최초였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프로무대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최초의 인물이 된 허재 감독은 2년뒤인 2010-11시즌에도 다시 한번 KCC를 정상으로 이끌며 비로소 '이상민 시대'의 그림자에서 완전하게 벗어났다. 안팎의 악재와 비난여론을 성적으로 극복해낸 대표적인 케이스다.

공교롭게도 올시즌을 앞두고 KCC의 상황도 당시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KCC는 리빌딩을 선언하며 10여년간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하승진-전태풍(SK)과의 계약을 모두 포기했다. 이상민에 이어 또 한번 팀의 레전드를 토사구팽했다는 비난 여론이 득세했다. 은퇴 기로에 몰렸다가 SK 유니폼을 입으며 기사회생한 전태풍은 지난 KCC와의 첫 대결에서 남다른 전의를 불태운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던 전창진 감독을 복귀시켜 지휘봉을 맡긴 것도 농구팬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감독은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승부조작 및 각종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농구계에 복귀했으나 과거에 보여준 각종 태도와 행실 문제로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과정상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KCC는 이번에도 각종 구설수를 성적으로 만회해야한다. KCC는 시즌 초반 약체로 거론되었음에도 오히려 국내 선수들의 선전만으로 상위권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팬들의 호불호는 엇갈려도 전창진 감독의 전술적 역량만큼은 여전히 녹슬지않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번 트레이드로 라건아, 이대성, 찰스 로드까지 가세하며 전 감독은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올시즌 KCC는 현재 8승 6패로 리그 4위를 기록 중이다. 허재 감독 시절 우승을 차지했던 2008-2009시즌과 2010-11시즌에도 KCC의 정규시즌 순위는 3위였다. 어차피 올시즌 KCC의 진정한 목표가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다면 당장 순위권 반등을 위하여 조급해할 상황도 아니다.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한 르브론 제임스의 LA레이커스(NBA)만 해도 개막전에서 LA 클리퍼스에 역전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현재 연승행진을 거듭하며 리그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KCC는 우승 당시만 해도 하승진, 강병현, 전태풍(2009-10시즌부터 합류) 등 KBL 경험이 많지 않고 기복이 심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던 10여년 전과 비교하여, 지금의 라건아, 이정현, 이대성은 이미 우승과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검증된 베테랑들'이 중심이다. 저마다 믿고 기다려주면 자기 몫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했던 허재 감독 시절에 비하여 오히려 지금의 전력이 상대팀들에게는 더 위협적일수 있다.

관건은 오히려 내부의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이다. 시즌 개막 당시 '6강만 가도 대성공'이라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무조건 우승 못하면 실패'라고 할만큼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심리적으로 압박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선수들 위주로 끈끈한 플레이를 보여주던 KCC가 DB전에서는 승부처에서 라건아에게 의존하는 플레이가 나타나기 시작한 점, 유재학 감독 체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플레이를 보장받았던 이대성이 전창진 감독의 스타일에 얼마나 적응할수 있을지가 '국가대표급 라인업'의 완성도를 좌우할 변수다.

전창진 감독은 원주 동부(현 DB) 시절인 2007~2008시즌 감독 통산 3번째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KCC는 허재 감독 시절인 2010-11시즌 5번째 우승을 끝으로 8년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모처럼 명예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은 전창진 감독과 전주 KCC의 도전은 올시즌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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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전주KCC 슈퍼팀 이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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