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있었던 울산 현대모비스와 전주 KCC의 '2대 4' 대형 트레이드는 그야말로 프로농구판을 발칵 뒤집어놓았다는 평가다. 현대모비스는 이대성(29·193cm), 라건아(30·199cm)를 KCC에 주고 리온 윌리엄스(33·197cm), 박지훈(30·193cm), 김국찬(23·191cm), 김세창(22·182cm)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는 팬과 관계자들도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빅딜의 성격이 강하다. 1998년 허재(기아)와 정인교(나래)의 맞트레이드, 99년 현주엽(SK)과 조상현(골드뱅크)+현금의 맞트레이드와 비견될 정도다. 그야말로 프로농구 역사에 남을 빅트레이드라 할 수 있다. 원주 DB, 인천 전자랜드, 서울 SK 등과 더불어 우승후보로 꼽혔던 현대모비스임을 감안했을 때 파격적인 행보다.

양동근과 함지훈이 전성기가 지난 상태이기 때문에 이대성과 라건아는 명실상부한 현대모비스 간판선수들이다. 두 선수가 버티고 있기에 현대모비스를 강호로 꼽을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트레이드 됐다는 것은 단순한 변화를 넘어 파격 그 자체다. 받아온 카드 역시 둘의 이름값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다.

이에 대해선 미래를 택한 현대모비스와 현재가 중요했던 KCC의 입장이 잘 들어맞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대성은 이번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가 된다. 현대모비스는 이대성을 붙잡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액을 맞추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시즌전 연봉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이 있었던지라 감정도 상해있는 상태다. 예정된 결별이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을 정도다.

쓸만한 젊은 선수가 부족했던 현대모비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올 시즌 후 이대성을 잡지 못할 바에는 최대한 실익을 취하기로 한 것. 하지만 이대성은 FA를 앞두고 있던터인지라 단독으로 트레이드가 힘들었다.

결국 계약기간이 1년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라건아까지 포함시켜 외국인 선수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던 KCC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역대급 빅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2옵션으로서의 찰스 로드는 여전히 위력적인 선수다.

2옵션으로서의 찰스 로드는 여전히 위력적인 선수다. ⓒ 전주 KCC

 
도시-윌리엄스에서 라건아-로드로 전력 업그레이드
 
KCC는 당초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것과 달리 시즌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창진 감독의 빼어난 용병술 아래 전원이 함께 뛰는 농구를 펼쳐 보이며 강호들을 상대로도 선전중이다. 활동량을 중시하는 팀컬러를 갖추고 있는지라 백업멤버들까지도 톡톡히 제몫을 해내고 있다. 이같은 색깔을 바탕으로 트레이드 전까지 3위(8승 5패)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그같은 성적을 하위권 외국인 전력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이다. 당초 KCC는 득점력이 뛰어난 제임스 메이스와의 계약이 유력했으나 개막 직전 불발되며 조이 도시(36·206㎝), 리온 윌리엄스 체제로 갈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스같은 경우 국내리그 경험이 풍부하며 무엇보다 건실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신장은 크지 않지만 성실하고 적극적이며 미들슛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갖추고 있어 2옵션 외국인 선수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도시였다. 많은 나이가 우려되기는 했으나 탄탄한 근육질 체구를 바탕으로 버티는 수비나 공수 리바운드에 능해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었다. 골밑자원이 약한 KCC로서는 힘좋은 외국인 센터의 존재는 듬직하기만 했다.

하지만 공격력이 너무 약했다. 포스트업 등 개인능력으로 공격을 성공시키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 슈팅력도 낙제점이었다. 볼 캐치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쉬운 골밑슛조차 흘리기 일쑤였다. 자유투 능력도 최저인지라 어지간한 국내선수보다도 공격 공헌도가 떨어졌다. "도시만 교체하면 어느 팀과도 해볼 만하다"는 푸념이 팬들 사이에서 쏟아졌을 정도다.

그래서였을까, 최근 들어 KCC의 외국인선수 교체에 대한 루머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트로이 길렌워터(31·197.2cm), 유진 펠프스(29·194.9cm) 등이 언급됐다. 결국 이런저런 얘기 속에서 KCC는 라건아와 찰스 로드(34·200cm)로 재부팅했다.

여기에 대해 KCC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도 몰랐던 길렌 워터 얘기를 인터넷상에서 듣게 되는 등 이런 저런 루머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도시의 득점 생산력 특히 승부처 기용시 불안감으로 인하여 교체를 고려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로드같은 경우 공, 수 양면 포스트 장악능력 및 KBL경력을 높게 봤으며 무엇보다 전창진 감독의 영입 의사가 강했던지라 트레이드와 관계없이 합류할 선수였다"고 말했다.

라건아, 로드로 바뀜에 따라 KCC의 외인 전력은 최하위에서 상위권으로 껑충 뛰게 됐다. 라건아, 로드 조합이라면 우승 경쟁 팀인 DB(치나누 오누아쿠, 칼렙 그린), 전자랜드(머피 할로웨이, 섀넌 쇼터), SK(자밀 워니, 애런 헤인즈) 등과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적어도 검증이라는 부분에서는 확실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라건아와 로드는 12일 전주체육관서 있었던 원주 DB와의 정규리그 2라운드 경기에 나란히 나서 올 시즌 KCC 첫 데뷔전을 가졌다. 결과는 77-81로 아쉬운 분패였다.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던 이대성은 다소 흥분한 듯 열심히는 뛰어다녔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특히 외곽슛같은 경우 무려 8개를 시도했지만 단 한 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득점 없이 2리바운드, 1어시스트에 그쳤다. 아쉽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패배의 주범 중 하나였다. 물론 이대성은 검증된 선수다. 끊임없이 뛰어다니는 플레이 스타일상 최근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이 역력한데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팀에 적응한다면 클래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라건아와 로드는 특유의 꾸준함을 바탕으로 제몫을 해냈다. 소문난 체력왕답게 라건아는 32분 33초를 뛰며 22득점, 1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렸다. 로드같은 경우 출전시간(7분 27초)은 길지 않았지만 5득점, 2리바운드를 올렸다. 3점슛을 성공시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라건아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타일로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하위권으로 혹평 받던 KCC는 대대적 변화의 바람을 타고 어디까지 진격할 수 있을까, 우승후보 DB, 전자랜드, SK의 대항마로 떠오른 다크호스 KCC를 주목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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