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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앞 광장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앞 광장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런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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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김상훈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운명이 19일(현지시간) 판가름 난다.

영국 하원은 토요일인 이날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 관해 토론한 뒤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한다.

토요일에 영국 하원이 열리는 것은 포클랜드 전쟁 때문에 개회했던 1982년 4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앞서 영국과 EU 양측은 EU 정상회의 개최 직전인 지난 17일 오전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했다.

양측은 기존 '안전장치'(backstop)의 대안으로 북아일랜드를 실질적으로 EU 관세 및 단일시장 체계에 남겨두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섬 사이에서 통관 및 규제 확인 절차가 이뤄질 전망이다.

합의안이 영국 하원 승인투표를 통과하려면 과반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의장(보수당)과 3명의 부의장(보수당 1명, 노동당 2명),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정당인 신페인당 의원 7명 등 11명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 즉 320표가 필요하다.

표결 당일인 이날까지도 합의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당초 집권 보수당에서 투표권이 있는 의석수가 287석에 불과한 데다,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10석) 역시 합의안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통과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브렉시트가 아예 불발되거나 추가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노동당 내 브렉시트 지지론자 등이 일부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서는 존슨 총리가 과반인 320표를 가까스로 넘는 지지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BBC 방송은 합의안 찬성이 302표, 반대 301표, 부동표가 36표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집권 보수당에서 쫓겨난 무소속 의원 등은 존슨 총리로 하여금 브렉시트를 연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하려 하고 있다.

보수당 출신 무소속 올리버 레트윈 경은 브렉시트 시행법이 마련될 때까지 합의안에 대한 승인 결정을 유보하는 수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노동당과 일부 보수당 출당 의원들이 레트윈 경의 수정안을 지지하는 만큼 의회에서 처리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예상했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하면 존슨이 마련한 새 합의안에 대한 표결은 미뤄지게 된다.
레트윈 경은 자신의 수정안 제안이 영국과 EU 간 합의를 막자는 취지가 아니며, 존슨 총리가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얻더라도 법률상 브렉시트 시한인 10월31일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앞서 영국 의회는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에서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탈퇴)법, 일명 '벤 액트'(Benn Act)를 제정했다.

이 법은 EU 정상회의 다음 날인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도록 했고, 만약 둘 다 실패하면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이날 승인 투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연장을 요청해야만 한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연장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오는 31일까지 브렉시트 실행법이 제정되고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도 이뤄진다면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연장요청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경우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위험은 사라진다는 게 레트윈 경의 계산이다.

이런 상황에도 존슨 총리는 전날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안보다 더 나은 결과는 있을 수 없다며, 지지를 촉구했다.

그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정치가 분열에 시달려왔다며, 이를 끝내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번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합의안이 승인투표에서 가결되면 정부는 나머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한 뒤 예정대로 오는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부결될 경우 유럽연합(탈퇴)법에 따라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존슨 총리가 또다시 조기총선 개최를 정치권에 요청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해 11월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지난 1월과 3월 각각 열린 영국 의회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은 '안전장치'에 대한 반발 등으로 압도적인 표 차로 부결됐다.

메이 전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중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 협정만 따로 하원 표결에 부쳤지만 역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브렉시트는 당초 3월 29일에서 10월 31일로 연기됐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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