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시즌에서 내셔널리그 1위는 물론 프랜차이즈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승(106승)을 이뤄냈던 LA 다저스의 가을야구가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10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다저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5차전은 그야말로 한편의 반전 영화였다. 다저스는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하면서 2019년의 가을 야구를 너무 짧게 끝냈다.

다저스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하게 되면서 류현진의 가을 야구도 1경기로 막을 내렸다. 3차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압도적이진 못했지만 팀이 승리할 수 있는 투구를 보여줬던 류현진은 기다리고 있었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등판 기회를 기약없는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끝장 승부에서 강했던 강심장 뷸러

내일이 없는 시리즈 최종전이었던 만큼 두 팀은 모두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선발투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저스는 1차전 승리투수였으며 그동안 단두대 매치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던 젊은 오른손 투수 워커 뷸러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뷸러는 2018년 타이 브레이커 게임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 등에서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인 바 있었다.

내셔널스는 2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했던 리그 다승왕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선발로 내세웠다. 4일 휴식 후 등판이었던 만큼 보통 선발투수의 루틴을 깨뜨리지 않는 일정이었고, 이 경기 전까지 스트라스버그의 포스트 시즌 평균 자책점은 0.64였다.

경기 초반은 다저스가 분위기를 잡았다. 1회말 선두 타자 작 피더슨의 타구가 좌측 담장 불펜 출입문의 철조망을 뚫고 넘어가면서 홈런이 인정 2루타로 번복되는 순간부터 심상치 않았다. 다저스는 바로 다음 타자인 맥스 먼시의 2점 홈런으로 스트라스버그를 초반부터 적극 공략했다(2-0).

2회에도 다저스는 점수를 늘렸다. 포스트 시즌 내내 타격에서 부진했던 베테랑 A.J. 폴락을 대신해 선발 출전했던 키케 에르난데스가 스트라스버그를 공략하는 데 성공, 홈런을 추가하며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어느 정도 내는 모습을 보였다(3-0).

스트라스버그가 초반에 고전했던 것과는 달리 뷸러는 시작부터 압도적이었다. 6회초 앤서니 랜돈의 2루타와 후안 소토의 적시타로 한 점을 허용(3-1)한 것을 제외하고는 7회초 2사까지 완벽했다(6.2이닝 4피안타 2볼넷 1사구 7탈삼진 1실점 117구).

또 가을에 고개 숙인 커쇼, 충격의 백투백 홈런
 
 9일(현지시간) 오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7회초 구원으로 나선 클레이턴 커쇼가 역투하고 있다. 2019.10.10

9일(현지시간) 오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7회초 구원으로 나선 클레이턴 커쇼가 역투하고 있다. 2019.10.10 ⓒ 연합뉴스

 
7회초 2사 1, 2루 상황에서 다저스는 투구수 한계점에 이른 뷸러를 교체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디비전 시리즈 2차전 등판 후 4일을 쉬었던 클레이튼 커쇼였다. 커쇼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아담 이튼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7회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스트라스버그도 경기 초반에는 흔들렸지만, 이후 안정을 되찾아갔다. 6이닝 6피안타(2피홈런) 1볼넷 7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 스타트로 최소한의 체면은 지켰던 것이다(105구). 정규 시즌 내내 우려를 보였던 내셔널스의 불펜은 정작 스트라스버그가 내려간 뒤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맥스 슈어저가 1이닝을 압도적으로 막아내고 내려갔던 것과 달리 커쇼의 구원 등판은 그렇지 못했다. 7회초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는 스스로 불을 껐지만, 8회초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랜돈과 소토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은 것이다(3-3).

커쇼는 정규 시즌에서 백투백 홈런을 맞은 적이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 또한 정규 시즌에서는 4점 이상 지원받은 경기에서 진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정규 시즌의 이야기고, 포스트 시즌의 커쇼는 2017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이미 한 차례 백투백 홈런을 맞은 적이 있었다.

충격의 백투백 홈런을 맞은 커쇼는 그대로 마운드에 주저앉았고, 한참 동안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그 충격이 컸다. 이리하여 커쇼는 포스트 시즌 통산 최다 피홈런 부문에서 현역 1위, 역대 2위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통산 24피홈런). 이 부문 역대 1위는 뉴욕 양키스 커리어가 대부분이라 포스트 시즌에 단골로 등판했던 앤디 페티트(31피홈런)다.

결국 커쇼는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갔고, 8회초 마에다 겐타와 9회초 조 켈리가 등판하여 무실점으로 깔끔한 이닝을 만들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동점이 된 이후 다저스와 내셔널스는 팽팽한 승부를 펼치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다저스는 9회말 윌 스미스의 큼지막한 타구가 있었지만 담장 앞에서 잡혔던 것이 아쉬웠다.

X맨이 되어 버린 커쇼와 켈리 그리고 폴락
 
 9일(현지시간) 오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10회초 연장 경기를 류현진이 지켜보고 있다. 2019.10.10

9일(현지시간) 오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10회초 연장 경기를 류현진이 지켜보고 있다. 2019.10.10 ⓒ 연합뉴스

 
그러나 켈리가 10회초에도 등판한 것은 커쇼를 8회에도 계속 올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한 수가 되고 말았다. 켈리는 10회초 이튼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이어 렌돈에게 인정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담장에 있는 전광판 사이에 끼어 선행 주자 이튼이 홈을 밟지 못한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여기서 다저스는 빠른 공에 강했던 소토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그러나 무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하위 켄드릭이 반전을 일으켰다. 시리즈 내내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을 범하는 등 내셔널스에서 구멍이었던 켄드릭은 켈리의 빠른 공을 그대로 통타하며 역전 그랜드 슬램을 작렬, 디비전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것에 대한 속죄포를 날렸다(3-7).

사실 켈리는 바로 지난 해 월드 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다저스 타자들을 압도했던 바로 그 투수였다(2018 포스트 시즌 11.1이닝 13탈삼진 평균 자책점 0.79). 그러나 켈리는 올 시즌 다저스에서 51.1이닝 8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4.56으로 부진했다. 이번 포스트 시즌 2.1이닝 6실점 평균 자책점 23.14로 최악의 모습을 보인 켈리는 홈 관중들의 야유까지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분위기는 급격히 내셔널스 쪽으로 기울었고, 다저스 스타디움을 찾은 다저스 팬들은 먼 곳에서 원정을 온 내셔널스 팬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귀가하기 시작했다. 연장전에서 4점 차로 벌어진 점수는 그대로 굳어졌고, 경기 중반부터 식었던 다저스 타선은 마지막 공격을 무기력하게 날려 버렸다.

2018년까지 디백스 소속으로 폴 골드슈미트(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함께 류현진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폴락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에 합류했다. 정규 시즌에서는 타율 0.266에 15홈런 47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폴락은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13타수 무안타에 11삼진을 당하면서 그야말로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볼넷으로 한 차례 출루하여 그나마 동료들의 도움으로 1득점을 올린 것이 고작이었다. 이 날 경기에서도 10회말 대타로 나섰지만 허무하게 삼진을 당하며 팀 분위기를 더 냉각시켰다.

이리하여 내셔널스는 2005년 연고지를 워싱턴 D.C로 이전한 뒤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하게 됐다. 전신인 몬트리올 엑스포스 시절까지 합하면 1981년에 이은 두 번째다. 다만 엑스포스 시절을 포함하여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오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대진은 중부지구 우승 팀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정규 시즌 91승 71패)와 내셔널스(정규 시즌 93승 69패)의 대결로 확정됐다. 카디널스는 앞서 있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5차전에서 상대 실책까지 묶어 1회에만 10점을 내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승부를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화려했던 정규 시즌, 아쉽게 가을 야구 마친 류현진

다저스의 조기 탈락과 함께 류현진의 화려했던 2019년 시즌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류현진은 정규 시즌 29경기 선발 등판에서 182.2이닝을 투구, 완봉승 1번을 포함해 14승 5패 평균 자책점 2.32로 규정 이닝을 채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 중 가장 우수한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아시아 투수의 평균 자책점 타이틀은 역대 최초였다.

류현진은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서 승리한 뒤, 5차전에서 만일의 경우 구원 등판도 각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뜻에는 감사를 표했지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을 위해 5차전 내내 류현진을 아꼈다. 그러나 다저스가 5차전에서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하면서 류현진의 가을 야구도 1경기 1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 류현진은 월드 시리즈가 끝난 뒤 FA 시장에 나선다. 원래 지난 겨울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다저스가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면서 2018년 연봉 상위 125명의 평균인 1790만 달러의 재계약을 류현진이 수용했다. 때문에 이번 겨울에는 류현진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더라도 다저스가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으로 받을 수 없다.

사실 류현진은 다저스에서의 7년 동안 규정 이닝을 넘긴 적이 단 2시즌에 불과했다(2013, 2019). 2014년은 잔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잠시 올라가느라 규정 이닝을 넘기지 못했고, 2015년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게 되면서 시즌을 날렸다. 2016년에는 복귀전을 치렀으나 팔꿈치 건염으로 괴사 조직 제거 수술을 받으며 1경기 등판에 그쳤다.

2017년에 복귀했지만 어깨 수술 복귀 후 첫 시즌인 점을 감안하여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다. 2018년에는 평균 자책점 1.97을 기록했지만 사타구니 내전근 통증으로 시즌 중반 자리를 비웠다. 올 시즌에도 사타구니에 경미한 통증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1987년생의 큰 부상 이력이 있는 류현진에게 현실적으로 장기 계약을 제시하는 팀은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올 시즌 대부분을 건강하게 보낸 류현진이 향후 꾸준한 관리를 통해 건강한 시즌을 보낸다면 단기 계약으로 여러 차례 계약을 할 수도 있다.

일단 올 시즌 후반기부터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은 여럿 있었다. 이제 FA 시장에서 류현진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다른 구단의 제안들이 들어오는 것을 심사숙고하여 협상하는 것이 이번 겨울 가장 큰 과제가 됐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류현진이 이번 겨울 어떠한 진로를 선택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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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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