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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 총장 임명과 관련해 30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문화예술인들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 총장 임명과 관련해 30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문화예술인들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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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로 지목된 송수근 계원예술대학교(이하 계원예대) 총장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과 단체들의 연합체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9월 30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항의했다.

이들은 "총장 선임 과정에서 교육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럽다"며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를 엄중 처벌하고 재발 방지에 앞장서야 하는 교육부는 어떤 논리와 근거로 이 같은 2차 가해를 방치하고 동조하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실장이었던 송수근 총장은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이라는 블랙리스트 계획을 정리 취합에 보고했고, 이후 관련 TF 책임을 맡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에 의해 차관에 임명돼 문재인 정부의 신임 장관이 임명되기 전까지 문체부를 책임졌다. 

이후 지난 8월 계원예대 총장에 취임했는데, 9월 2일 취임식 당일 학생들과 문화예술인들의 강력한 항의 시위에 직면해야 했다. 계원예대 학생들은 블랙리스트총장비상대책위까지 만들며 지속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관련기사 : "블랙리스트 실행자가 예술대학 총장? 즉각 사퇴해야")

취임식 이후 계원예대 학생들과 문화예술계, 시민사회의 반대가 점점 거세지자 학교법인은 뒤늦게 송수근 총장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비대위 학생들에게 제안해 9월 11일 공청회가 열렸으나 반발만 더 커졌다.

당시 공청회에서 송수근 총장은 "블랙리스트에 관한 한, 나는 취합 보고만 했을 뿐 총괄 기획자도 아니고 실행자도 아니다", "얼마의 반성의 기간을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고 반성의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내 과거의 혐의가 총장직을 그만둘 근거는 되지 않는다"라고 여러 번 주장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교육부에도 있다"
 
지난 9월 2일 송수근 총장 취임식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계원예술대학교 학생들
 지난 9월 2일 송수근 총장 취임식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계원예술대학교 학생들
ⓒ 계원예대 블랙리스트 총장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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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일방적인 주장, 책임 부정,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예술가들을 성장시켜야 하는 고등전문 기관의 교육자로서 스스로 자격 미달임을 증명했다"며 "송수근은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으나 관련 자료에 모든 내용이 기록돼 있다"고 반박했다.

감사원의 '문화체육관광부_특정 문화예술인·단체 부당 지원배제(5. 특정 문화예술인·단체 지원배제 지시 이행 총괄관리 TF 부당 운영)' 항목을 보면 구체적으로 그의 블랙리스트 실행과정이 적시되어 있다. 또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와 '김기춘, 조윤선 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에 관한 2심 판결문'에도 송수근의 블랙리스트 실행이 적시돼 있다는 것이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은 교육부에도 있다"며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이었을 때 "예술을 억압하고 예술인들을 배제하며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는 블랙리스트의 흔적들을 말끔히 지워야만 문화예술기관의 혁신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사실도 지적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유은혜 장관에게 "블랙리스트라는 중대한 국가 범죄 실행자가 예술대학 총장으로 취임한 것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밝힐 것"과 "정당한 교육 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계원예대 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많은 문화예술인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블랙리스트 실행자가 교육기관장으로 임명되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의 기자회견은 송수근 임명에 대한 계원예대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계원예대 학생들은 송수근 총장을 '블랙리스트 총장'으로 부르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나 송 총장은 이를 무시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법원 판결문을 비롯한 각종 자료나 문건을 통해 송수근 총장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안인데도 이를 부인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태도도 문화예술인들을 자극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계원예대 학생들은 총장 퇴진이 완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싸우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계원예대의 한 교수는 "총장 퇴진 운동을 지지한다"며 "도대체 어쩌려고 저런 사람을 총장으로 임명했는지 답답하다"면서, "총장 때문에 학교가 많이 시끄럽다"고 송수근 총장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태그:#블랙리스트, #계원예대, #송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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