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대 두산 경기. LG 카를로스 페게로가 연장 10회초 2사 1, 3루 상황에서 스리런포를 날린 뒤 베이스를 돌면서 높이 뛰어 오르며 김재걸 코치와 손바닥을 부딪치고 있다. 2019.9.22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대 두산 경기. LG 카를로스 페게로가 연장 10회초 2사 1, 3루 상황에서 스리런포를 날린 뒤 베이스를 돌면서 높이 뛰어 오르며 김재걸 코치와 손바닥을 부딪치고 있다. 2019.9.22 ⓒ 연합뉴스

 
LG가 선두 싸움에 한창인 '잠실 라이벌'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LG트윈스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6-3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선두 SK와이번스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힐 수 있었던 두산은 LG의 벽을 넘지 못하고 5연승 도전에 실패하며 SK와의 승차가 다시 1.5경기로 벌어졌다.

LG는 선발 차우찬이 7.2이닝 8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에이스다운 호투를 펼쳤고 9회 2사 후에 등판한 4번째 투수 송은범은 아웃카운트 4개를 책임지며 시즌 2승째를 올렸다. 그리고 LG의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페게로는 연장10회 2사1, 3루에서 윤명준으로부터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리며 LG의 새로운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툭하면 허리를 부여잡던 조셉, 55경기 만에 퇴출

KBO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최강팀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2000년의 현대 유니콘스에는 톰 퀸란이라는 외국인 3루수가 있었다. 퀸란은 한국시리즈 최초로 리버스 스윕 위기에 놓였던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결승 홈런과 쐐기 홈런을 터트리며 그 해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그 해 정규리그 타율은 .236에 불과했지만 홈런이 무려 37개였을 정도로, 퀸란의 장타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작년 8월 10만 달러라는 저렴한 금액에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제리 샌즈는 KBO리그에 들어오자마자 25경기에서 12홈런을 때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해 가을야구에서도 3홈런 11타점으로 대활약한 샌즈는 총액 50만 달러로 재계약한 올해도 타율 .308 28홈런 113타점으로 가격 대비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단기전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장타가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LG는 지난 겨울 빅리그에서 두 번이나 20홈런 시즌을 만들었던 우타거포 토미 조셉을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LG의 우타거포 기근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조셉은 55경기에서 9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괜찮은 활약을 펼치는 듯 했다. 하지만 조셉이 1군에서 마지막으로 경기를 소화한 6월 27일 SK전은 LG가 시즌의 반환점을 지나 82경기째를 치르던 시점이었다. 조셉은 주로 허리 통증을 이유로 두 차례, 날짜로는 36일이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LG는 이미 호세 히메네스, 잭 한나한, 아도니스 가르시아 등 부상을 달고 살았던  외국인 타자들 때문에 시즌 전체를 그르쳤던 아픈 기억이 있다. 따라서 LG로서는 언제 회복될 지 모르는 조셉의 허리가 나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결국 LG는 지난 7월 멕시칸리그에서 활약하던 페게로와 총액 18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힘들게 영입한 조셉과의 결별을 선택했다. 

페게로는 2016년부터 작년까지 일본 프로야구의 라쿠덴 골든이글스에서 활약하며 3년 동안 53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장타력이 검증된 거포다. 특히 2017년에는 26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LG는 최근 몇 년 동안 채은성,이형종,유강남 등 장타력을 갖춘 우타자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팀의 주축타자로 성장했기 때문에 과거처럼 애써 우타자를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전통적으로 좌타자가 많은 LG가 망설임 없이 좌타거포 페게로를 선택한 이유다. 

KBO리그 적응 마친 페게로, 최근 6경기 5홈런 14타점 대폭발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대 두산 경기. LG 카를로스 페게로가 연장 10회초 2사 1, 3루 상황에서 스리런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9.9.22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대 두산 경기. LG 카를로스 페게로가 연장 10회초 2사 1, 3루 상황에서 스리런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9.9.22 ⓒ 연합뉴스

 
페게로에 대한 시선은 한마디로 반신반의였다. 먼저 수준 높은 일본리그에서 3년 동안 5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통산 184홈런과 .508의 장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파워는 충분히 기대할 만한 타자였다. 반면에 일본 프로야구 시절 103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326개의 삼진을 당했을 정도로 선구안에서는 분명 약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자칫 '공갈포'가 될 위험성도 큰 선수라는 뜻이다.

하지만 두 달 여 동안 45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페게로의 활약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9개의 홈런으로 41타점을 생산했을 정도로 '해결사 기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페게로의 가장 큰 장점이다. 페게로는 과거 LG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들과는 달리 중심타선보다는 주로 6번으로 나서고 있지만 6번 타순에서 3할대의 타율과 5홈런 23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을 치를수록 KBO리그에 빠른 적응력을 보이는 점도 고무적이다. 7월 7경기에 출전해 하나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던 페게로는 8월 24경기에 나와 3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월간 타율이 .255에 불과했다. 하지만 페게로는 9월 14경기에서 타율 .379 6홈런 21타점을 기록하며 엄청난 폭발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6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무려 5홈런 14타점을 몰아치고 있다.

페게로는 22일 두산전에서도 혼자 4타점을 쓸어 담으며 짜릿한 연장 승리를 이끌었다. 첫 두 타석에서 뜬 공과 땅볼로 물러난 페게로는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내야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후 8회 권혁으로부터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LG는 8회 2점, 9회1점을 추격한 두산에게 동점을 내줬지만 페게로는 연장 10회 두산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윤명준을 상대로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리며 LG의 승리를 견인했다.

LG는 지난 16일 kt 위즈를 4-2로 꺾으면서 2016년 이후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그 동안 LG는 단기전에서 시원한 장타를 때려줄 수 있는 거포가 부족해 2000년대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높은 곳까지 오르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시속 180km를 넘나드는 타구속도를 자랑하는 페게로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LG는 올해 3년 만에 맞는 가을야구를 잔뜩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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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카를로스 페게로 타구속도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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