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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은 '자율'을 위장한 '책임전가'로 지방대학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편파적이고, 졸속이다."  

교육부가 3차(3주기) 대학구조조정(대학기본역량진단) 계획안을 발표하고 10월 초까지 대학과 외부 관련 기관에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지방대학들의 반발이 크다.

교육부는 미래 대학 입학자원 규모변화를 고려해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2014년)에 따라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2015년),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2018년)을 실시해 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2023학년도까지 입학정원 감축 목표인 16만 명 중, 1주기에 목표 4만 명을 상회하는 4만4000명을 감축한 이후 2주기에는 목표 5만 명을 1만 명(실제는 4000여 명 감축 예상)으로 대폭 축소한데 이어, 3주기 진단(2021년 예정)에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학 자율 결정이나 학생 선택에 따른 조정을 유도할 것이라며, 시장논리에 따른 구조개혁 정책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사실상 5년 만에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스스로 폐기한 셈이라는 것이 지방대학들의 견해다.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지역대학 배려를 강화하며 대학의 평가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이번 교육부 발표에 대해 "대학혁신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자율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난제 떠넘기기 아니냐"는 지방대학과 지자체의 우려와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 지방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령인구 및 입학가능 학생 수 추이를 보면 2024년까지 현행 입학정원 수준을 유지할 경우(2018년 기준 49만7000명), 2024년에는 약 12만4000명(2024년 입학가능 학생 수 추정 37만3000명)의 입학생이 부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전망대로 입학가능 자원이 40만 명을 밑돌게 될 경우 지방위주 하위 78개 교는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인구절벽 위기의 상황에서 교육부는 "3주기 진단결과를 정원감축에 활용하지 않겠다. 진단결과는 일반재정지원대학 선정에만 활용하겠다"고 발표해 사실상 12만4000명이라는 입학자원 부족분은 고스란히 지방대학의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관계자는 "알려진 바와 같이 지금까지 정부와 교육부는 서울 중심, 국립대학 중심으로 대학평가지표를 설정하고 진행해 왔다"며 "우리나라 인구의 특성상 서울, 경기,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해 있고 모든 게 서울중심이다 보니 학생 수가 아무리 줄고 대학이 어려워져도 서울 소재 대학은 망할 리도 없고, 걱정도 없다.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지원금을 받아 운영되는 국립대는 아무리 학생 수가 줄어도 걱정이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지방대학들만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라는 지작이다.

덧붙여 "이에 따라 지방의 사립대는 조만간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하고, 그에 따른 지역경제의 침체와 지역사회의 공동화는 가속돼 지방도시의 인재육성과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대학은 10년간 등록금을 인하 또는 동결해 재정이 몹시 어려워졌고,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평가란 미명 하에 교사확보를 높이고, 교수 충원율을 높였으며, 장학금을 많이 주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재정투자를 하도록 했다.

지방사립대학들은 학생 수가 줄고, 대학정원을 인위적으로 줄이면서 수입은 계속 줄고 있는데, 지출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대학경영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 실태다.

서울권 대학 눈치 보는 '교육부 정책'

또 다른 지방대학 관계자는 "1차 대학평가 때는 앞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것을 감안해 대학 평가를 통해 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으나, 그것도 시행초기에만 계획대로 진행하고 그 이후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교육부의 계획과 약속을 믿고 따라온 대학들은 허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이제 와서는 시장에 맡긴다는 논리로(자율에 맡긴다는 미명 하에)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회피하고, 모든 걸 대학에 떠넘기고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처음부터 시장에 맡긴 것도 아니고, 서울권 대학들이 반발하니까 눈치 보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도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 시행예정인 3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도 더욱더 서울 중심, 국립대 중심의 평가지표를 설정해 지방 소재 사립대학이 줄 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절박한 현실을 토로했다.

이들은 "서울지역 소재 대학과 국립대에 유리한 계획을 고수한 대학평가를 하려하고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인재 육성의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대학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대학평가지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이 같은 문제는 지방 소재 사립대학의 절박한 현실이고, 공통사항"이라며 "지역의 대학이 살아야 그 도시도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개선 방안으로 ▲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유지 충원율' 개념 도입 제외 ▲ 재학생 충원율에 '정원외 재학생'도 반영 ▲ 정원외 재학생 중 '순수 외국인 유학생'은 반드시 재학생 충원율 산정 시 포함 ▲ 재학생충원율도 '설립유형별'로 구분 진단 ▲ 전임교원 확보율 만점기준을 대학기관평가인증 최소기준으로 설정 ▲ 법인전입금 비율 대학기관평가인증 지표와 연계 ▲ 진단 결과는 구체적으로 제공 ▲ 1주기, 2주기 정원 감축 권고 미이행에 따른 패널티 강화 ▲ 정원외 모집정원은 폐지 또는 정원내 선발로 흡수 등을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아산지역 인터넷신문 <아산톱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대학 기본역량 진단, #아산톱뉴스,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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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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