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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출판 편집 일을 하고 있음에도 희한하게 독서모임에 가입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 단 한 번 '어쩌다 1인 출판'이라는 모임에서 한 달에 한 번, 책을 한 권 정해 같이 읽어본 적은 있으니 한 번도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건가.

어쨌건 그 모임은 책을 읽고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나름 코멘트도 SNS 상에 게시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책 이야기는 후다닥, 하고 그 뒤에 나눈 출판 이야기와 근황 토크가 더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으니 아무래도 나는 불량 회원인 것 같다.

독서모임에 동참할까, 말까를 고민하며 '책을 같이 읽는' 행위가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우선은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여러 사람이 만난다는, '모임'의 정의 자체가 부담스러울 뿐더러 잘 모르는 사람들과 진짜 생각을 나눈다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어서 독서모임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모임의 사람들이 너무 궁금해 동참해 봤다. 구성원의 성격으로만 보면 독서모임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뉠 것 같다. 나처럼 모임의 구성원이 이미 정해져 있고 그 구성원끼리 책'도' 한번 같이 읽어보자고 해서 시작하거나, 불특정한 사람을 모아 미리 정한 책을 읽거나 혹은 함께 책을 정해 읽는 정도일 것이다. 
  
함께 모여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 함께 모여 책을 읽는 모임을 꾸리는 사람의 이야기.
▲ 『같이 읽고 함께 살다』(느티나무책방, 2018), 『독서모임 꾸리는 법』(유유, 2019 함께 모여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 함께 모여 책을 읽는 모임을 꾸리는 사람의 이야기.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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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중독자이자 이감문해력연구소 대표이신 장은수 선생님이 쓴 <같이 읽고 함께 살다>(느티나무책방, 2018)에는 '적어도 세 해 이상 함께 책을 읽어 온' 스물네 곳의 독서 공동체가 소개되어 있다. 저자가 발품을 팔아 전국의 독서 공동체를 직접 찾아 취재한 책이다. 독서 공동체의 기본 성격에서부터 왜 책을 읽고 왜 같이 읽는지, 같이 읽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을 현장의 생생한 인터뷰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불혹에 만나 칠순이 넘도록 평생 벗으로 만나고 있는 '홍동 할머니독서모임'이 있는가 하면, 업무용 독서에 지쳐 '아무거나 함께 읽기'로 기쁨을 찾은 도서관 사서들의 '청주 강강술래' 독서모임, 250명에도 못 미치는 1학년 학생들이 무려 41개의 독서 동아리를 결성한 '강원홍천여고독서동아리'(나이끼, 25시, 베리, 연화 등 다양한 주제의 독서 동아리가 있다), 자녀의 학년이 바뀌거나 졸업하면 발을 끊기 쉬운 초등학교 부모 독서모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나를 위해' 읽으며 "남편 얘기, 자식 얘기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마법의 도구 상자 책"을 만나는 '서울 상경다락방' 독서모임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독서 공동체에 참여하는 이들은 삶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혼자'를 벗어나 '같이'를 갈망하는 마음도 이로부터 생겨난다. 또 다른 삶에 대한 갈망은 '좋은 삶'에 대한 갈망으로 흔히 이어진다. 같이 읽기는 인생에 우애를 불러오고, 공동의 추구를 형성한다. 오랫동안 책을 같이 읽는 것은 결국 삶을 함께하는 일이다. 책으로 자신을 바꾸고, 가족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는 아름다운 혁명을 일으킨다. 좋은 삶이란, 혼자서는 도무지 이룰 수가 없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면서 타자의 인정과 수용을 통해서만 간신히 획득되기 때문이다. 독서 공동체는 '좋은 삶'의 연습장이다. - <같이 읽고 함께 살다> 241쪽 중에서. 

이 책에 실린 같이 읽고 함께 살고 있는 독서 공동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시작의 사연은 그야말로 제각각이지만 결국에는 일상과 책이, 그 책과 삶의 가치관이, 그 가치관과 앞으로의 갈망이 뒤섞이고 버무려져 '좋은 삶'으로 향하게 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그 좋은 삶은 "때때로 빛나고, 때때로 불편해도"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때 가능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같이 읽고 함께 살다>가 독서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독서모임 기획자이자 '하나의책' 출판사 대표인 원하나 대표의 <독서모임 꾸리는 법>(유유, 2019)은 이런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꾸리는 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2014년부터 독서모임을 시작해 지금까지 6년간 200회가 넘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저자는 지금도 "다양한 테마로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독서모임 안에서 온갖 재미있는 일을 끊임없이 찾는" 중이다.

"자신만의 작은 독서모임을 만들어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꾸려 가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독서모임을 어떻게 만들고, 모임은 어떻게 준비하며, 운영은 어떻게 할지에 관한 경험에 기반한 다양한 팁과 내용이 가득하다.

더불어 더 재미있게 독서모임을 하는 법까지 소개해 놓았다. 좋은 책을 좋은 분위기에서 함께 읽어보고 싶다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해도 막상 모임이 시작되면 생각지도 못한 돌발상황과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그간의 경험으로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 또는 (결국) 어떻게 하게 되더라, 하는 식의 실전 경험이 가득하다.

최근 독서동아리지원센터나 도서관 중심으로 독서동아리지원사업이 시행되면서 독서모임에 관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 작은책방이나 중형서점, 지역독서모임 등에서 독서모임이 활발히 운영되는 곳이 늘고 있는 것 같다.

모임의 적당한 장소와 인원에서 책은 어떻게 고르는지, 발제문은 꼭 필요한지, 지속 가능한 모임을 위한 최소한의 규칙은 뭐가 필요할지, 회원 모집을 하기 전에 알아둘 것은 어떤 것이 있을지, 하는 세세한 이야기까지 풀어 놓았으니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거나 한번 꾸려볼 생각이 있는 분들에겐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왜 독서모임을 할까?' '왜 책을 같이 읽을까?'에 대한 내 속의 의문과 고민은 <독서모임 꾸리는 법>의 '골고루 읽고 다르게 생각하기 위하여'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명확하게 정리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단 한 번의 독서모임 경험에서 느꼈던 점이기도 하다.

그 독서모임을 통해 혼자의 나였으면 분명 관심 갖지 않았을, 손에 잡지 않았을, 생각지도 않았던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루에도 온라인 서점 사이트를 몇 번이나 들락날락하며 쳐다본 책인데도 혼자였다면 분명히 읽지 않았을 텐데 독서모임을 통해 읽게 되고 읽고 나서 지극히 반하는 일련의 경험을 하며 아, 독서모임의 훌륭함은 이것이겠구나 싶었다. 골고루 읽게 된다는 것!

그리고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타인의 생각을 경청하며 내 속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새로이 솟아나는 경험을 했는데 그것은 기존의 내 생각과는 다른 빛깔인 것도 있었다. 혼자 읽고 생각이 깊어질 수도 있겠지만 함께 읽어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다. 
 
"독서모임은 독자에게도 단순히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읽어 내는 데 더해 그것을 기반으로 타인과 사회를 상상할 수 있게 돕는다. 전국에 존재하는 수만 개의 독서모임과 함께, 우리는 책을 읽는 시대에서 작가와 시대를 함께 읽어 내는 시대로 이행하는 중이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은 내가 아는 가장 현명한 운영자가 직접 썼다. 독서모임의 개설과 유지와 확장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다." -김민섭(<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훈의 시대> 저자) 

"타인과 사회를 상상하게 하는 함께 읽기의 힘"을 이야기한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다시 한번 책과 타인과 사회와 좋은 삶을 생각한다. 책읽기라는 지극히 혼자 하는 행위를 함께 모여 읽으며 나온 사유는 타인과 사회로 확장된다.

그 확장된 사유는 당연히 우리 삶을 일구는 행동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런 독서모임들이 잘 익으면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과 생각의 환기를 일으켜 변화를 꿈꾸게 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 "아름다운 혁명"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다.

같이 읽고 함께 살다 - 한국의 독서 공동체를 찾아서

장은수 (지은이), 느티나무책방(2018)


독서모임 꾸리는 법 - 골고루 읽고 다르게 생각하기 위하여

원하나 (지은이), 유유(2019)


태그:#독서모임꾸리는법, #유유출판사, #같이읽고함께살다, #느티나무책방,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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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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