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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느린학습자 지원법'이 있다. 2016년 개정 공포한 '초·중등교육법'이 그것.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시을)이 2015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발의부터 공포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은 법안이었다. 제안 뒤 상임위에 회부만 된 채 계류되다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의안이 수두룩하다는 걸 감안하면 눈길이 안 갈 수 없는 특별한 법안이다. 당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들 중에는 이상미 기자도 있었다.
 
EBS 이상미 기자
 EBS 이상미 기자
ⓒ 추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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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학습자 지원법' 여론 주도한 이상미 기자

이상미 기자는 EBS <느린 학습자를 아십니까> 등 연속보도로 기자상(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을 받은 교육통이다.

"실제 '느린학습자 지원법'이 발의되고 통과까지 기대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었죠. 대상자 범위도 명확하지 않았으니까요. 조정식 의원님과 보좌진의 노력이 컸어요. 특수교육법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양적 규모가 매우 큰 '경계선지능인'을 알리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입법 환경이 맞물려 시너지가 난 것 같습니다."

입법 환경은 여의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면 아래에서의 피땀을 아는 이들이라면 기자의 겸손함 뒤에 '좋은 입법 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여론 형성 작업이 있었음을 쉬이 알 수 있다. 이 기자는 언론의 힘을 분명 바른 곳에 활용했다.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경계인의 학습권 보호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있지만, 경계선 학생들은 학습장애를 지닌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아요. 외관상 잘 드러나지 않고, 드러나고 싶어 하지도 않죠. 진단 및 교육 지원체계가 미비하니 학습권이 사장됩니다."

'느린학습자 지원법'에 대한 여론 형성은 그렇게 시작됐다. 대상 범위를 명확히 알 수 없어 비용추계도 어려웠으나 규정을 살피며 대안을 발견했다.

"마침 현행법은 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수업일수와 교육과정을 신축적으로 운영하도록 정하고 있었어요. 장애와 비장애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경계인을 위해 탄력적 교육을 규정하면 어떨까, 희망이 생긴 거죠. 학습권을 보호할 여지를 발견한 겁니다."

개정안 조문으로 '경계선지능인'이 아닌 '학습부진아' 단어가 들어가게 된 계기다.

경계선지능청년 노동자립 지원법이 미래과제

'초·중등교육법'은 범위가 한정적이다. 초중고교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조정식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법안 역시 '느린학습자 지원법'으로 불리지만 초등학생 이전 및 고등학생 이후 학습자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이니 한계는 같을 수밖에.

결국, '느린학습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청년기 직업훈련 등 다른 지원법이 전무한 셈이다. 경계선지능청년을 위한 프로젝트 그룹 '더딤(The DIM; The Do It Myself)'이 청년층에 주목하는 이유다. (관련 기사 : '경계선지능' 청년도 자립하고 싶다

'느린학습자 지원법'이라는 성과 뒤 이상미 기자는 잠시 휴직했었다. 육아휴직 복귀 뒤 '느린학습자'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된 건 '더딤' 활동가들을 만나면서부터다.

"말씀대로 '느린학습자 지원법'이 시행될 때 학생이었던 이들이 졸업을 하는 시기가 도래했네요. 직업훈련 등 연속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취재해 보고 싶어요. 졸업 뒤 위기에 몰리는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경계선지능청년'에 대한 노동자립 지원제도 역시 절실합니다."
 
이상미 기자는 EBS 취재를 통해 ‘더딤’ 활동가와 ‘경계선지능청년’ 당사자를 인터뷰하고,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살폈다.
 이상미 기자는 EBS 취재를 통해 ‘더딤’ 활동가와 ‘경계선지능청년’ 당사자를 인터뷰하고,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살폈다.
ⓒ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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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조직 건설부터"…시참예산 선정이 관건

이상미 기자도 '더딤' 활동을 응원하고 있다. 이 기자는 EBS 취재를 통해 최근 '더딤' 활동가와 '경계선지능청년' 당사자를 인터뷰하고,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살폈다.

"우선 당사자 조직부터 만들어야 한다"는데, '더딤'이 함께 하는 "청년느린학습자의 자립을 위한 프로젝트"가 선정되면, 당사자 조직 건설에도 힘이 생긴다. 선정을 위해서는 '서울시 엠보팅'을 통한 시민참여예산제 투표가 필요하다. (관련 기사: 서울시민 허명균은 왜 시민참여예산제를 신청했나)

당시 입법에 기초를 마련한 조정식 의원은 어떤 마음일까? 당시 개정안 제안 취지를 보면 같은 마음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청년이 된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여론과 입법 환경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조 의원은 마침 여당 정책위원회 의장 지위에 있다. 만나서 직접 듣고 싶다.
 
시민이 함께 하는 방법, '시참예산' 투표
'더딤' 활동에 공감하는 '경계선지능청년' 당사자 아버지 허명균씨는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제'(시참예산)를 신청한 상태다. 사업 제목은 "청년느린학습자의 자립을 위한 프로젝트". 투표기간은 8월 31일(토) 16시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다.

'경계선지능인' 중 지원법이 전무한 청년들과 함께하려면, 지금 바로 서울시 엠보팅(https://mvoting.seoul.go.kr)에 접속하자. 투표는 총10개('시정참여형'에서 7개, '시정협치형'에서 3개)를 클릭해야 하는데, "청년느린학습자의 자립을 위한 프로젝트"는 '시정협치형'에 있다.

덧붙이는 글 | ‘더딤(The DIM; The Do It Myself)’은 아산나눔재단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훈습생 6명(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서미연 과장,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소정 팀장, 사랑의힘 고희경 상임이사, 춘천사회혁신센터 윤효주 팀장,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추주형 차장, 한국해비타트 정태민 팀장, 이상 단체명 가나다순)이 만든 경계선지능청년을 위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더딤' 활동과 관련해 매월 1회 이상 연재 기사를 작성 예정이며, <베이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경계선, #경계선지능, #지적장애, #느린학습자, #더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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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두 아들 아빠입니다.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을 꾸려가는 사회복지사입니다. 분배 행정과 재분배 역학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민중의소리' 전직 기자로 전용철 농민열사 국과수 부검현장을 기자로서 유일하게 취재했고, WTO홍콩각료회의 원정투쟁 현장 취재로 제2회 인터넷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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