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고려대에 붙은 '고파스는 고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
 고려대에 붙은 "고파스는 고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
ⓒ 페이스북 페이지 "정대후문 게시판"

관련사진보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비판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고려대에 "특권은 오히려 우리들의 별칭 'SKY' 속에 있다"는 반박 대자보가 붙었다. 앞서 서울대에도 "우리가 외치는 정의가 과연 어떤 정의냐"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는데, 대학가에서 제도나 구조에 등돌리거나 조 후보자를 향한 과도한 비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실명으로 해당 대자보를 쓴 차석호(경영 12)씨는 "고파스는 고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29일 게시했다. 이 대자보는 페이스북 페이지 '정대후문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SKY는 서울·고려·연세대를 가리키는 용어이고, 고파스는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고려대 집회는 고파스를 중심으로 의견이 모아져 처음 시작됐다.

차씨는 "당사자의 입장은 들으려 하지도 않으면서 무분별하게 의혹들만 늘어놓고 공인이 아닌 한 개인(조 후보자의 딸 지칭)을 지목해 다수가 공격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며 인민재판"이라며 "조 후보자가 입시의혹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합의한 인사청문회법이 규정하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성심을 다해 소명하겠다는 의지를 연일 밝히고 있음에도, 인사청문회의 개최마저 반대하며 지속적으로 비난만 일삼는 것은 아무리 여러 사람들이 동조하고 있더라도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절대 용납하고 인정해서는 안 되는 비합리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씨는 "(조 후보자 자녀의 입시) 의혹과 관련해 고려대는 '첫째 2010학년도 세계선도인재 전형 에 의해 입학했으며 고려대는 이미 공지된 모집요강과 당시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전형을 실시했다, 둘째 추후 서면 및 출석 조사에 따라 당사자가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될 경우 학사운영규정에 따라 입학취소 처리까지도 할 수 있다'고 공식입장을 이미 표명했다"라고 덧붙였다.

차씨는 "특권은 오히려 우리들의 별칭 SKY 속에 있다"며 글을 이어갔다.
 
"어딜 가든 '어느 대학 나왔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그 대답에 따라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단 번에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지만 '충분히 용납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사회적 규칙들에 기반한 SKY라는 특권을 많은 사람들은 본인의 '상대적 박탈감' 여부와 관계없이 안정되게 인내해온 것입니다. 하지만 'SKY도 별 거 없네'가 된다면 그러한 특권은 결코 유지될 수 없을 것입니다.

사회는 SKY에게 절대적 다수인 것처럼 보이는 의견에 압도당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고민하여 신중하게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지혜로운 사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디 고려대가 앞으로도 '명문대학교'로 인식될 수 있기를, 고파스가 아닌 '고려대'의 일원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고려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 ‘특혜 논란’ 진상규명 집회를 열고 있다. 학생들의 정치색 배제 요구에도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도 참석했다.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고려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 ‘특혜 논란’ 진상규명 집회를 열고 있다. 학생들의 정치색 배제 요구에도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도 참석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고려대 총학생회는 30일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조 후보자와 관련된 두 번째 고려대 학내 집회다. 첫 집회는 총학생회가 아닌 고파스 등에서 모인 학생들이 주최했는데 집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집회' 논란이 일기도 했다.

30일 집회를 앞둔 총학생회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칫 진영논리에 휩싸일 수 있는 우려가 발생한 현 시점에서 '공정한 입시제도 확립'이라는 워딩을 좀 더 명확히 하고자 한다"라며 "이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원칙에 기인한다, 저희 또한 고려대 집회가 변질되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대 총학생회는 28일 집회를 열어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관련기사 : 조국 딸 '집중 저격' 서울대 집회, 주최측 향한 지적엔...). 앞서 서울대에도 "우리가 외치는 정의가 과연 어떤 정의냐"라는 반박 대자보가 붙은 바 있다.

이 대자보의 필자는 "우리보다 손쉽게 대학에 입학했고 장학금을 받았으며 의전원까지 다닌 조 후보자 딸에 대한 우리의 분노를 두고 청년 세대의 정의감을 이야기하기에는 우리가 못 본 체 했으며 모른 체 해온,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청년들이 너무다 많지 않느냐"라며 "저 또한 조 후보자가 자녀 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를 비판하며 철저한 반성을 촉구한다, (다만 조 후보자의 딸을 두고) 우리가 차마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거악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그 동안 손쉽게 참아온 거악이 너무나 많은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차씨가 쓴 대자보 전문이다.

'고파스'는 '고대'가 아니다. (경영 12 차석호)

최근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제가 텔레비전을 통해 고파스를 본 큼지막한 두 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최악의 동문 투표에서 장하성 전 경영대학장님께서 이명박보다 더 많은 지목을 당하셨다는 것. 둘째, 조국 법무부장관 내정자 자녀의 입시의혹에 대하여 집회를 조직했다는 것. 이러한 사실들에 의하여 저는 입학 후 두 번째로 미술관의 대학생 할인을 받기 위해 학생증을 꺼내놓는 것이 주저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첫 학기에 LG-POSCO 경영관 2층에 있는 이명박 라운지를 지나간 후였습니다.

장하성과 이명박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정책평가와 범죄사실의 영역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시행했던 경제정책들에 대한 개인적 견해가 어떠하든 '노조설립 방해', '선거법 위반', '범인 도피' 등으로 다수의 형사처벌을 받았음이 전해진 이명박과 장하성을 인간적 평가에서 같은 선 위에 놓는 것은 그 동안 우리 사회가 광범위하게 합의해 온 여러 규칙들을 비웃는 행위입니다.

조국의 자녀의 입시의혹 또한 그러한 규칙들을 통해 다뤄져야 합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고려대학교는 다음과 같은 공식입장들을 이미 표명했습니다. 첫째, 조국의 자녀는 2010학년도 '세계선도인재 전형'에 의해 입학하였으며 고려대학교는 미리 공지된 모집요강과 당시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전형을 실시하였다. 둘째, 추후 서면 및 출석 조사에 따라 당사자가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될 경우 학사운영규정에 따라 입학취소 처리까지도 할 수 있다.

당사자의 입장을 들으려 하지도 않으면서 무분별하게 의혹들만 늘어놓고 공인이 아닌 한 개인을 지목하여 다수가 공격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며 '인민재판'입니다. 조국이 자녀의 입시의혹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합의한 인사청문회법이 규정하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통해 성심을 다해 소명하겠다는 의지를 연일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개최마저 반대하며 지속적으로 비난을 일삼는 것은 아무리 여러 사람들이 동조하고 있더라도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절대 용납하고 인정해서는 안 되는 비합리적 행위입니다.

'특권'은 오히려 우리들의 별칭 'SKY' 속에 있습니다. 어딜 가든 "어느 대학 나왔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그 대답에 따라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우리들은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특권은 '입시'라는 '미리 공지된 모집요강과 규정 및 절차'에 따라 부여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지만 '충분히 용납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사회적 규칙들에 기반한 SKY라는 특권을 많은 사람들은 본인의 '상대적 박탈감' 여부와 관계없이 안정되게 인내해 온 것입니다. 하지만 "SKY도 별 거 없네'가 된다면 그러한 특권은 결코 유지될 수 없을 것입니다. 사회는 SKY에게 절대 다수인 것처럼 보이는 의견에 압도당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고민하여 신중하게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지혜로운 사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디 고려대학교가 앞으로도 '명문대학교'로 인식될 수 있기를, 고파스가 아닌 '고려대학교'의 일원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댓글3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