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키 램버트, 찰리 오스틴 그리고 제이미 바디. EPL에서 유명한 세 선수의 공통점은 바로 전업축구 선수가 아닌 기간을 거쳤고 공장 노동, 건설 노동 등 축구 외의 일을 하면서 결국 축구선수로서 성공을 일궈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의 K3리그에도 성공 사례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의정부FC를 거쳐 국가대표까지 발탁된 박지수뿐 아니라, K3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국내 최상위 리그인 K리그에 진출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만난 이 또한 한때 건설 노동부터 양계장까지 축구 외의 다른 일을 하면서 축구를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현재는 한 구단의 주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이다. 비록 아직 완전하게 꽃을 피우진 못했지만 그는 하루하루 축구를 즐기면서 경기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지난 24일, 여주종합운동장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정빈 선수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한때 축구 그만두고 다른 일도 해봤지만... 축구로 돌아오게 된 계기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정빈 선수 지난 24일, 여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정빈

▲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정빈 선수 지난 24일, 여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정빈 ⓒ 임정빈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주시민축구단에서 뛰고 있는 임정빈 입니다. 주로 공수 관계없이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고 공격수로도 뛰고 있습니다."
 
- 현재 뛰고 계신 여주는 어떤 팀인가요? 
"여주시민축구단은 선수들 그리고 코칭스태프 분들과의 관계가 정말 좋은 팀입니다. 대체적으로 생활도 자유로운 편입니다. 환경적으로 열약한 것이 아쉽지만 모든 선수들이 더 높은 무대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 K3 리그가 날이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별히 실감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K3는 선수들과 관련된 많은 환경이 열약함에도 다들 열정이 대단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K리그와 동일한 기량의 선수들도 있는데 운이 따르지 못한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FA컵만 봐도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상위리그와의 수준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환경과 인식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경력사항을 보니 일본에서 활동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부탁드립니다.
"인천대학교 4학년 때 U리그에서 에이전트를 소개받았고, 에이전트를 통해 J리그의 군마라는 팀과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상 등 여러 좋지 못한 상황이 겹치면서 한 시즌을 마치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 일본에서 큰 부상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에 가자마자 연습게임에서 발목을 크게 다치게 되었습니다. 그 부상 때문에 두 달 정도의 공백기를 가졌습니다. 그 이후로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도 정말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재기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꼈죠. 한국인이 저뿐이라 언어도 통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다시 한국으로의 리턴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대학생 때도 주장 제의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땐 거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는 주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감회가 다를 것 같아요.
"제가 과연 주변 동료들을 잘 챙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예전부터 주장이라는 자리를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주에 와서 주장을 맡게 되었는데, 확실히 팀 내에서 주장이라고 하니까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경기장에서 뿐만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주변 시선을 느끼면서 더더욱 신중하게 행동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주장이란 자리에 서게 되니 더 열심히 뛰게 되고,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 한때 축구를 그만두시려 했지만, 다시 축구를 하시게 된 굉장히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포천이라는 구단에서 한 시즌 동안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포천에서 시즌이 끝나고 팀을 구하고자 했지만 쉽게 팀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변의 소개로 청주라는 팀에 입단하게 되었죠.
 
하지만 군문제와 재정적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차라리 축구를 그만두고 군복무를 빠르게 마친 뒤 다른 방법으로 생활비를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청주에서 몇 개월을 뛰지도 못한 채 축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개월간 건설 노동도 해보고, 양계장 일도 해봤죠(웃음). 그렇게 몇 개월 간 생활비를 벌다가 여행에 다녀온 뒤 바로 군입대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체검사를 하다가 희귀병 진단을 받아 공익 판정을 받았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는데, 주변에서 다시 축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셔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다시 축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웃음)."

모든 포지션 소화 가능... 축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여주에서 주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정빈 선수 그는 독특한 계기로 다시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 여주에서 주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정빈 선수 그는 독특한 계기로 다시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 임정빈


- 전 포지션을 소화하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축구를 오래하다 보니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들이 지금 이렇게 많은 포지션에서 뛸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대학생 때는 센터 백과 사이드 백 그리고 미드필더로까지 뛰었고, 현재 팀에서는 주로 미드필더와 가끔은 포워드로 뛰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쉐도우 스트라이커로도 출전했었습니다(웃음)."

- 축구를 하실 때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본인의 강점이 있다면?
"저는 축구에서 체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있어야 좋은 기술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강점이라면 체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운동장에서 많이 뛰어다니는 것이 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칠레의 비달 선수를 보면서, 많이 뛰어다니면서 동시에 볼 컨트롤도 좋은 선수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너무 수비에 치중되지도 않고 볼을 점유하면서 공수 전환에 빠르게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 정말 많은 일들을 경험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순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축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고등학교 전국대회인 백룡기에서 준우승을 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 소속팀이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더 좋았죠. 서울시 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기억에 남습니다."
 
- 선수로서의 최종목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빠른 기간 내에 성적을 내야하기 때문에 항상 압박을 느끼고 있었는데, 지금 여주에서는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축구를 최대한 즐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축구를 잠시 그만두고 외부에서 일을 하다 보니 돈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가 스스로 가장 성장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하고 싶은 축구를 계속하면서, 공익근무 기간이 끝나면 더 높은 리그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대한 도전하며 열심히 뛰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경기를 뛰고 있는 여주시민축구단 임정빈 선수 오랫동안 뛰고 싶다는 임정빈

▲ 경기를 뛰고 있는 여주시민축구단 임정빈 선수 오랫동안 뛰고 싶다는 임정빈 ⓒ 임정빈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늘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교 때 저를 지도해주셨던 모든 지도자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부상으로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 GNT 트레이닝 센터라는 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 자리를 비롯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록 K3리그이지만 항상 응원해주시는 여주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남은 홈경기에도 더 많이 찾아와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최대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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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민축구단 임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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