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만찬 - 다른 백 년 1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거리의 만찬 - 다른 백 년 1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원고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피고를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라고 설명하며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9년 7월 3일 "1965년에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서로 청구권을 포기했습니다. 이것은 국가 간의 약속입니다"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등 주요 산업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고,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경제 보복을 시작하자 2019년 8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긴급 국무회의 자리에서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습니다"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3.1 운동 100주년이자 광복 74주년을 맞이한 2019년. 한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 "NO 아베"의 함성이 메아리치고 전 국민적 일본 불매운동이 거센 가운데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 건가?"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일부 정치인과 보수 언론은 "아무 대책 없이 허망하게 당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지난 16일 KBS에서 방송한 <거리의 만찬> '다른 백 년 1부' 편은 격동의 한국근현대사를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소설에 담았던 조정래 작가와 근현대 한일관계와 독도 영유권 문제 전문가 호사카 유지 교수를 초대하여 지금의 한일관계에 관한 제언을 들었다.

일본의 우경화 이끄는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 전범 '기시 노부스케'
 
<거리의 만찬 - 다른 백 년 1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거리의 만찬 - 다른 백 년 1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한국과 일본이 벌이는 총성 없는 전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1965년 6월 22일 한국과 일본은 "일본은 앞으로 10년간 750억 원 상당의 경제 협력을 제공하고 500억 원 상당의 재정차관을 20년 상환으로 마련한다. 민관 차관으로서 750억 원 상당의 신용 거래로 한국의 민간 기업 투자를 돕는다. 한국은 수십 년에 걸친 일본의 강점과 전쟁에서 얻은 손해 청구를 전부 철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한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한일기본조약의 해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바로 '보상'과 '배상'을 둘러싼 해석의 차이다.

일본은 독립 축하금 명목으로 한국에 3억 달러를 준 것으로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는 청산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일기본조약 협상 당시 일본이 피해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던 부분을 지적한다. 그리고 '배상'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데올로기 정권인 아베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밝힌다.

"지금 아베 정권은 모든 게 합법이었다고 주장하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한국을 발전시켜줬고 일본군 위안부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일왕을 중심으로 하는 45년까지의 대일본제국을 부활시키겠다는 이런 사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웠던 45년까지의 일본을 부정하는 게 위안부 문제라든가 강제 징용 문제죠. 이것을 인정하면 (아베 정권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거리의 만찬 - 다른 백 년 1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거리의 만찬 - 다른 백 년 1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아베 정권과 일본 극우를 움직이는 이데올로기는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조정래 작가는 일본의 우경화를 이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할아버지가 2차 대전의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란 점을 상기시킨다.

아베가 닮고 싶어하는 기시 노부스케는 56, 57대 총리를 지내며 전후 일본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기시 노부스케는 생전에 "죽기 전에 새 헌법이 만들어지는 걸 이 몸으로 느끼고 싶습니다"라며 군국주의의 부활을 부르짖었다. 기시 노부스케의 밑에서 자란 아베는 자신의 저서 <아름다웠던 나라로>에 "외할아버지는 일본의 미래만을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인이다"라고 적으며 존경심을 표시했다.

지금 아베 정권과 일본회의로 대표되는 일본의 극우 세력은 과거 일본의 잘못을 인정했던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한다. 이들은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여 기시 노부스케가 꿈꾸었던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원한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아베의 고향이 일본 극우의 산실인 '야마구치현'이고, 그곳은 초대 조선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 명성황후 시해를 주도한 미우라 고로, 초대 조선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를 제자로 두었던 사상가 '요시다 쇼인'으로 유명하다고 부연한다.

"요시다 쇼인이 갖고 있던 사상은 한국을 침략해 한반도를 발판 삼아 아시아에 뻗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처럼 큰 나라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제국주의 서양 국가들이 중국을 분할하고 있으니 침략 국가가 되지 않는 한 우리 일본도 망한다(며 제국주의 국가관을 퍼뜨렸습니다)."
 
<거리의 만찬 - 다른 백 년 1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거리의 만찬 - 다른 백 년 1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문제 있는 일본의 역사교육... 한국의 역사교육은?

호사카 유지 교수는 현재 일본의 역사 교육의 문제점도 제기한다. 일본 아이들에게 침략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 교육이 정말 잘 못 된 거예요. 역사 교육을 중학교 때 2년간 합니다. 그런데 (교육을) 어디까지 하느냐 하면 이토 히로부미 앞까지만 합니다. 이토 히로부미부터 메이지 시대라고 해서 한국이나 아시아에 침략을 시작하잖아요. 대하드라마에서도 이토 히로부미 앞까지만 보여줘요."

일본의 경제 보복은 한국을 예속시키고 경제적으로 망가뜨리겠다는 의도의 행위로도 보인다. 그리고 우리 내부에는 '일본에 맞서면 안 된다', '우리가 질 게 뻔하다'며 과도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세력이 존재한다. 이를 두고 조정래 작가는 대한민국은 한 세기 전의 조선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더불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일본에 있음을 명확히 한다.

"일본은 우리를 지배한 3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억압, 탄압, 착취, 강간, 살인, 약탈을 했습니다. 그 가해자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데, 절대 안 함으로써 이 (갈등의) 뿌리를 깊게 했습니다. 결국은 (우리의) 쌓이고 쌓인 감정이 터져 올라온 것입니다."
 
<거리의 만찬 - 다른 백 년 1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거리의 만찬 - 다른 백 년 1부>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1910년대 우리는 국민의 대다수가 문맹일 정도로 국내 환경이 열악했고 국력도 약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도모하여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국민 역시 많이 배웠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의 성장을 바라보는 일본 극우의 시각을 짚어준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도약을 했습니다. 한국이 압도적으로 일본을 충분히 추월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또 북한까지 함께하면 일본은 정말 두려울 것입니다."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위협을 가하는 중이다. 한국이 경제적, 사상적으로 예속되길 바란다. 이럴 때일수록 친일과 매국으로 나라가 망한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조정래 작가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알린다.

"우리가 역사를 등한시한 것이 바로 일본 아베 정권이 우리를 치고 들어오는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버려선 안 됩니다. 역사 교육의 강화. 그것이 우리 민족의 생존과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거리의만찬 다른백년 KBS 조정래 호사카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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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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