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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아프리카 본부(케냐 나이로비)에서 '세계 청년의 날'을 맞아 문화친선교류중인 한국-아프리카 청년들
 UN 아프리카 본부(케냐 나이로비)에서 "세계 청년의 날"을 맞아 문화친선교류중인 한국-아프리카 청년들
ⓒ 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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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청년의 날, 한국-아프리카 청년들의 만남

유엔 총회는 매년 8월 12일을 세계 청년의 날(IYD, International Youth Day)로 지정했다. 한국을 비롯한 193개 유엔 가입국 및 산하기관은 이 날을 기념해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ㆍ수행한다. 올해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이 선언한 세계 청년의 날 주제는 '교육의 전환(Transforming Education)'이었다.
 
"우리는 오늘, 교육의 전환과 젊은이를 일으켜 세우는 데 매진 중인 청년과 청년 조직과 정부 등 모두를 기념합니다."

"Today, we celebrate the young people, youth-led organizations, Governments and others who are working to transform education and uplift young people everywhere." — UN Secretary-General António Guterres
 
유엔 해비타트(UN Habitat)*는 1978년 설립된 유엔 산하의 국제기구로, '지속가능한 도시'와 '청년 삶의 질'을 주요 의제로 두고 인간정주계획(Human Settlements Programme) 관련 지원 사업을 수행해왔다.

그 일환으로 유엔 해비타트는 '2019년 청년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과 아프리카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 '유엔 의제'를 논할 수 있는 국제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주요 국정과제에 속하는 '도시환경 개선(기후변화대응)ㆍ청년 일자리 확대ㆍ도시-지역 공간 불평등 해소 등'이 유엔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의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Sustainable Cities and Communities)' 달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유엔 해비타트는 국내에서 '해비타트'단어로 연상되는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의 NGO봉사단체와는 별개의 유엔 산하 국제기구(도시ㆍ청년 프로그램)다.
 
박수현 UN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이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2019 세계 청년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연설하고 있다.
 박수현 UN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이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2019 세계 청년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연설하고 있다.
ⓒ UN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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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전 청와대 대변인ㆍ국회의장 비서실장)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은 그 요청에 화답하여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인 30여 명의 한국 청년 대표단(만 19~39세)*을 조직해 케냐 나이로비로 여정을 떠났다.

청년의 날 기념행사에서 박수현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 청년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모두를 위한 도시'를 만들 수 있는 희망찬 플랫폼ㆍ허브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약속했다.

'환경재단(NGO) 아시아환경센터'에서 근무 중인 본 기자는, 유엔 세부 논의주제 중 하나인 '기후대책 강화를 위한 교육' 세션 발표자로 참가했다.

슬럼가 청년들이 주도하는 도시환경재생

한국청년대표단은 케냐 3대 슬럼가로 불리는 마타레(Mathare) 지역을 방문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임에도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가 연결된 이곳은 정부ㆍ지자체 예산이 닿지 않는, 홀대받는 슬럼가다. 길가의 너부러진 쓰레기는 도심 수준의 환경관리 시스템이나 교육이 부재하다는 반증이다. 
 
케냐 3대 슬럼가 마타레 지역을 방문 중인 UN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청년대표단
 케냐 3대 슬럼가 마타레 지역을 방문 중인 UN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청년대표단
ⓒ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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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들

대표단이 수어 분 걸어 도착한 곳은 마을 한복판의 지역 커뮤니티 센터였다. 한국청년들을 기다리던 지역민들과 악수를 하고 나란히 앉았다. 분명 동년배로 보이는데 알고보니 한참 어리던 케냐 청년들. 그 중 마타레 청년 대표인 이삭 카카(Isaac Kaka)가 앞에 섰다. 익숙지 않은 공간의 낯섦을 떨치고자 다소 부산했던 장내가 그의 첫 한마디에 조용해졌다.
 
"저와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이곳은 원래 쓰레기로 가득한 곳이였어요."

비스듬하게 앉아있던 본 기자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삭 카카가 보여준 과거의 마타레 사진은 쓰레기 산 그 자체였다. 그것을 이렇게 깨끗이 정리한 주역이 함께 앉아있던 마타레 청년들이었다. 마타레 지역민은 산발적으로 배출된 쓰레기 더미로 인한 악취와 위생 저하에 오랫동안 시달려왔다. 허나 고민과 불평만 토로할 뿐 마을 원로, 지역 유지, 누구 하나 해결하지 못했고 보다 못한 카카와 지역청년들이 팔 걷고 나섰다고 한다.

그들은 마타레 선거를 앞둔 유력 후보자를 타겟으로 삼고 '이곳 쓰레기를 치우지 않을 경우, 청년 투표는 없을 것'이란 엄포로 마을정화 활동을 시작했다. 이곳 젊은이들은 그렇게 자발적으로 결속하여 마을 공동의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했다. 청년들의 '정치력' 한 방에 수 십 년간 쌓인 마을 쓰레기 체증이 삽시간에 해소됐다.
  
마타레 청년 대표 이삭 카카(Isaac Kaka)와 김주영 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청년대표단원(환경재단 아시아환경센터 부장)
▲ 마타레 도시환경재생 사례 소개 마타레 청년 대표 이삭 카카(Isaac Kaka)와 김주영 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청년대표단원(환경재단 아시아환경센터 부장)
ⓒ 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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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쓰레기를 습관적으로 외부에 배출해온 '지역민의 관성(inertia) 부수기'라는 난제가 남았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또 다른 쓰레기 산이 삽시간에 형성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청년들은 쓰레기가 정리된 터에 텐트를 치고 드러눕기 시작했다. 24시간 교대로 머물며 쓰레기 무단배출을 미연에 방지하는 시위였다.

마타레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행보는 한 주, 한 달 이상 전개됐다. 동시에 청년들은 가가호호 방문하며 폐기물을 수거ㆍ처분하는 일자리도 창출했다. 마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폐기물 처리 캠페인과 환경교육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지역 환경개선을 위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확보나 주민환경의식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허나 이 청년들은 SNS를 활용해 마타레의 도시환경재생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며 외부에 지원을 호소했다. 젊은이들의 목소리는 케냐 정부, 아프리카 대륙, 유엔으로 전달되어 2015년 지구 반대편의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삼성물산이 기업사회공헌(CSR) 일환으로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건립한 케냐 나이로비 마타레 청년센터(one stop youth center)
 삼성물산이 기업사회공헌(CSR) 일환으로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건립한 케냐 나이로비 마타레 청년센터(one stop youth center)
ⓒ 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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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레의 요청에 응한 곳은 삼성물산*이다. 청년들이 24시간 지켜오던 쓰레기장에는 청년센터(one stop youth center)가 들어서 있다. 안전한 공간이 마련되자 마을 남녀노소가 이곳에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다양한 교육ㆍ세미나가 열렸다.
  
마타레 초입에서 버스 창가를 비집고 들어오는 텁텁한 냄새에 선잠에서 깼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아프리카에 만연한 빈곤과 열악함이 해결될 수나 있을까 부정적 생각이 앞섰다. 그런 기자에게 슬럼가 마타레의 회복 사례는 충격이었다. 권력이나 자본 없이 자발적 의지만으로 마을 재생을 이룩한 주역이 청년집단이란 사실에 전율했다. 아프리카 출신의 유엔 해비타트 사무총장 메시지의 울림은 그래서 더 세계 청년들에게 유의미하다.
 
"청년들은 미래 희망의 열쇠(key)다."

*삼성은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기업사회공헌(CSR) 수행해왔다. 삼성은 현재 본 기자 소속인 환경재단(NGO)을 통해 방글라데시 순다르반 지역 내 맹그로브 식재 및 태양광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마타레 청년들 활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1yDim6q9ec

태그:#세계 청년의 날, #유엔 해비타트 , #박수현, #삼성 CSR, #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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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프리랜서 기자/에세이스트 前) 유엔 FAO 조지아사무소 / 농촌진흥청 KOPIA 볼리비아 / 환경재단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태국 / (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졸)경상국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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