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전> 포스터

영화 <암전> 포스터 ⓒ TCO(주)더콘텐츠온

   
영화란 암전 후 누군가를 본다는 관음의 행위다. 누군가는 찍히고 누군가는 찍는 행위를 시소 타듯 넘나들며 호기심과 욕망을 충족한다. 영화 <암전>은 연출과 상영이란 과정을 이용해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과연 20년 전 폐쇄된 극장 괴담을 영화화 하려는 신인 감독은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을까?

뒤틀린 욕망이 만들어 낸 영화
 
 영화 <암전> 스틸컷

영화 <암전>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암전>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던 영화감독의 패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김재현 감독(진선규)과 박미정 감독(서예지)은 한 대학교를 떠돌던 과거 영화 '암전'으로 성공하려는 욕망이 있는 인물. 영화는 '암전'으로 피폐해진 김재현이 박미정의 영화 데뷔를 가로막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담보한다. 

영화제에 출품한 단편이 호평받으며 장편 영화 데뷔 기회를 얻은 박미정 감독은 뭐라도 내놓아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10년 전 한 대학교 졸업 작품 상영회에서 튼 영화에 대한 소문을 듣고 무작정 길을 떠난다. 가장 무서운 영화를 찍고 싶던 당시 감독 대신, 귀신이 직접 그 영화를 찍었다는 이야기였다. 점입가경으로 영화 시사회 중 실제로 관객 반이 나가고 한 사람은 심장마비로 즉사했다고 한다. 영화제엔 출품했지만 그런 일로 상영 불가가 떨어져 저주받은 영화로 남아있다는 후문이다.
 
 영화 <암전> 스틸컷

영화 <암전>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절실했던 박 감독에게 이만큼 솔깃한 소재가 없다. 수소문 끝에 김재현 감독을 만난다. 무언가 쫓기듯 두려움에 가득 찬 김재현 감독은 손 떼라 경고한다. 하지만 공포영화의 법칙이 늘 그렇듯 주인공은 더 적극적으로 '암전'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박 감독은 그렇게 위기를 자초한다.

원한의 이유는 최소한 밝혀줘야...
 
 영화 <암전> 스틸컷

영화 <암전>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영화 후반부는 '암전'을 사수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사람의 욕망이 큰지 귀신의 욕망이 큰지 내기하는 듯 엎치락 뒤치락이다. 꽤 긴장감이 있지만 최소한 왜 귀신이 사람을 해치는지 개연성은 설명됐어야 하지 않을까. <암전>의 도입부는 신선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늘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박 감독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 하던 김 감독의 영화를 같이 본 관객도 실망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통해 구원받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김 감독의) 포부는 후반부에서 주변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원인이 된다. 민폐 캐릭터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돼'라고 읊조리면서 10년 동안 왜 그 영화를 끌어안고 있었을까. 본인 때문에 시작된 죗값을 치르고 있던 건지 그 까닭을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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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전>은 김진원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리게 만든다. 예전의 인기를 구사하지 못하는 현재 한국 공포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부단히 연구한 흔적도 보인다. 탈색한 머리, 검은 뿔테안경, 민낯의 박미정은 광기 어린 신인감독 그 자체였다. 서예지의 허스키하고 낮은 목소리가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순간을 찍기 위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 로버트 카파의 명언이 떠올랐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서지 않아서이다". 당신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충분히 다가서있는가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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