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출발한 발베르데호가 첫 경기부터 삐걱거렸다. 우승후보 바르셀로나가 빌바오와의 개막전부터 대참사를 당했다.

바르셀로나는 17일 오전 4시(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에 위치한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19-20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라운드 빌바오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영입생' 그리즈만-데 용, 개막전 선발 출장
 
 앙투안 그리에즈만

앙투안 그리에즈만 ⓒ EPA/연합뉴스

 
올 여름 바르셀로나는 분주했다. 말콤, 필리피 쿠티뉴, 데니스 수아레스, 야스퍼 실리선, 안드레 고메스를 내보내고, 앙투안 그리즈만과 프렝키 데 용, 네투, 주니오르 피르포를 영입했다. 무엇보다 그리즈만과 데 용의 가세는 바르셀로나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바르셀로나의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개막전부터 영입생 그리즈만, 데 용을 선발로 내세우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날 리오넬 메시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최전방은 그리즈만, 루이스 수아레스, 우스망 뎀벨레로 구성됐다. 중원은 카를레스 알레냐, 데 용, 세르지 로베르토가 역삼각형을 이뤘고, 포백은 조르디 알바-클레망 랑글레-제라르 피케-넬손 세메두, 골문은 테어 슈테겐이 지켰다.

홈 팀 빌바오는 4-2-3-1이었다. 이나키 윌리암스를 중심으로 2선에 이케르 무니아인, 라울 가르시아, 오스카 데 마르코스가 받치는 형태였다. 허리는 우나이 로페스-다니 가르시아가 더블 볼란치를 형성했으며, 포백은 유리 베르치체-예라이 알바레스-우나이 누네스-안데르 카파, 골키퍼 장갑은 우나이 시몬이 꼈다.

크게 도드라진 메시 부재

빌바오는 시작부터 맹렬하게 전방부터 압박을 가하며, 바르셀로나의 후방 빌드업을 억제하는데 중점을 뒀다. 공격에서는 주로 윌리암스의 빠른 주력과 뒷 공간 침투를 이용하는 역습으로 바르셀로나를 여러차례 위협했다.

전반 7분 윌리엄스가 대포알 중거리 슛을 시도하며 양 팀 가운데 첫 번째 슈팅을 기록했다. 전반 14분에도 윌리암스가 절묘하게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며 침투에 이은 슈팅을 가져갔지만 테어 슈테겐 골키퍼에 막혔다.

바르셀로나는 굉장히 무기력했다. 전방으로 뻗어나가는 양질의 패스가 실종됐다. 메시의 부재가 뼈아팠다. 스스로 공을 운반하거나 패스를 통해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 에이스를 대체할 선수가 없었다.

영입생 그리즈만은 왼쪽 윙 포워드로 배치된 탓에 측면에서의 제한적인 움직임에만 머물렀다. 그나마 크렉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뎀벨레도 측면에서 고립되며 볼 터치를 자주 가져가지 못했다.

바르셀로나의 첫 슈팅은 전반 31분에서야 나왔는데 이마저도빌바오의 백패스 미스 덕분이었다. 하지만 수아레스의 터닝슛이 골대를 팅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아레스가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전반 37분 교체 아웃되며 공격진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하피냐가 투임됨에 따라 최전방은 뎀벨레-그리즈만-하피냐로 재편됐다.

교체 투입된 하피냐는 전반 43분 감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조준했지만 시몬 골키퍼의 손에 스친 뒤 골대를 맞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략 싸움에서 패한 발베르데 감독
 
 FC 바르셀로나의 감독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FC 바르셀로나의 감독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 EPA/연합뉴스

 
후반 들어 발베르데 감독은 알레냐 대신 이반 라키티치를 투입하며 중원에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단순히 선수 교체 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메시 부재에 따른 플랜 B는 없다시피했다. 바르셀로나의 졸전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후반 11분 다시 한 번 윌리암스가 바르셀로나 수비진을 곤경에 빠뜨리며 슈팅까지 가져갔다. 가이즈카 가리타노 빌바오 감독은 후반 20분 데 마르코스 대신 오이한 산세트를 투입했다.

후반 들어 바르셀로나의 볼 점유율이 증가하면서 빌바오 진영에서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빌바오의 컴팩트한 간격 조절과 단단한 수비가 돋보였다. 바르셀로나는 좁은 공간에서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줄곧 공 소유권을 내주기 바빴다.

발베르데 감독은 후반 30분 로베르토를 빼고 카를레스 페레스를 넣었다. 하피냐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리고, 페레스를 오른쪽 윙 포워드 자리에 배치했다. 이에 가리타노 감독은 후반 36분 베냐트 에체베리아, 43분 아리츠 아두리스를 투입하며 오히려 공격에 승부수를 던졌다. 가리타노 감독의 용병술은 발베르데를 압도했다.

빌바오는 후반 44분 천금의 선제골을 엮어냈다. 교체 투입된지 불과 1분 만에 아두리스가 오른쪽에서 안데르 카파의 크로스를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는 첫 경기부터 무기력한 패배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발베르데 감독은 지난 2시즌 동안 바르셀로나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1차전의 큰 점수차를 지키지 못하고 2차전에서 대역전패를 당하는 모습을 2년 연속 보여준 바 있다. 또 지난 시즌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발렌시아에 무기력하게 패하는 등 팬들을 실망시켰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색무취의 전술과 메시가 없을 때 고전하는 발베르데 감독의 한계가 첫 경기부터 드러나고 있다. 물론 메시가 가세하고, 그리즈만이 팀에 녹아들면 발전할 여지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따라붙는 발베르데 감독에 대한 의문부호가 지워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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