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FC 헤비급 챔피언 '스톤콜드' 스티페 미오치치(37·미국)가 타이틀 재탈환에 나선다. 오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혼다 센터서 있을 UFC 241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DC' 다니엘 코미어(40·미국), 현 챔피언으로 지난 1차전에서 미오치치에게 벨트를 빼앗아간 장본인이다.

지난해 7월 8일 UFC 226대회는 미오치치 입장에서 악몽이었다. 기량에 물이 오르며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싶은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코미어의 반란에 발목이 잡혀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미오치치의 상승세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그는 '70억분의 1'로 불리던 케인 벨라스케즈의 시대를 무너뜨려버렸던 파브리시오 베우둠을 잠재우고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 알리스타 오브레임,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프란시스 은가누 등 쟁쟁한 강자들을 줄줄이 무너뜨리며 헤비급 역사상 처음으로 3차 방어에 성공한다. '표도르, 벨라스케즈에 이어 미오치치의 세상이 열렸다'는 말까지 터져 나올 정도였다. 그런 미오치치가 코미어에게 1라운드 KO패로 참패를 당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물론 두 체급(헤비급·라이트헤비급)에 걸쳐 상위권에서 맹위를 떨치던 코미어 역시 대단한 존재였다. 미오치치랑 붙을 당시에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채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 해도 코미어의 승리는 이변으로 평가됐다.

헤비급을 평정하다시피한 미오치치와 라이트헤비급에서 올라온 코미어는 일단 체급부터 달라보였다. 실제로도 코미어는 헤비급에서 뛰기에는 작은 신장(180cm)이었다. 라이트헤비급에서도 작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경기를 벌였던 미오치치와는 13cm 정도의 신장차가 났다. 코미어가 강하기는 하지만 체급 차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같은 전망과 달리 미오치치는 코미어에게 무력하게 무너졌다. 초반부터 자신만만하게 정면 화력대결을 펼쳤는데 그 과정에서 코미어의 더티복싱에 휘말렸고 연이어 위험한 정타를 허용한 끝에 옥타곤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미오치치는 곧바로 리벤지를 원했으나 주최 측은 서두르지 않았다. 결국 1년여가 지난 끝에 2차전이 성사됐다. 미오치치로서는 이번 승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DC' 다니엘 코미어(사진 왼쪽)와 스톤콜드’ 스티페 미오치치

'DC' 다니엘 코미어(사진 왼쪽)와 스톤콜드’ 스티페 미오치치 ⓒ UFC

 
코미어 페이스에 휘말렸던 미오치치, 이번에는 다를까?
 
코미어와 경기를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미오치치는 헤비급 파이터 중 최고의 밸런스를 갖췄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시기에 활약했던 다른 상위권 파이터의 경우 장단점이 뚜렷했던 반면 미오치치는 타격, 레슬링을 겸비한 데다 사이즈, 맷집, 체력 등 타고난 조건 역시 아주 좋다. 헤비급 파이터로서 밸런스가 두루두루 빼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패가 많다보니 미오치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헤비급 강자들과 경쟁했다. 맷집이 약한 테크니션은 육체적 강함을 살려 힘과 내구력으로 부숴버렸다.

타격 위주의 선수는 레슬링을 섞어 경기 리듬을 깨트려버리고, 그라운드가 위협적인 선수는 테이크다운을 막아내며 타격으로 마무리 지었다. 인기라는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타이틀방어 기록을 언제까지 이어나갈지 기대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적어도 코미어 전까지의 미오치치는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 안정감을 뽐냈다.

미오치치가 코미어에게 1차전을 내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략미스라는 분석도 많다. MMA라는 종목은 기량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 신장, 리치가 우세한 쪽이 무조건 유리하다. 상대보다 적은 움직임으로 거리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쪽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움직이며 무리해서라도 파고들어야하는 경우가 잦은데 큰 선수 입장에서는 그러한 동작을 지켜보면서 카운터 장전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코미어와의 1차전 당시 미오치치는 로이 넬슨, 은가누, 베우둠 등과 경기했을 때처럼 외곽을 돌며 인아웃파이팅으로 흐름을 잡아나갈 것이다는 예측이 많았다.

의외로 미오치치는 코미어와 정면에서 부딪혔다. 리얼 헤비급인 본인이 힘과 파괴력 등에서 밀릴 것이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실책이 되고 말았다. 코미어는 작은 신장을 유연한 몸놀림과 체급 최고 수준의 레슬링으로 커버하는 스타일이다. 어떻게든 가까이 붙어 근거리에서 경기를 풀어나간다.

아무리 미오치치가 자신이 있었다고 해도 코미어가 좋아하는 영역에서 구태여 싸울 필요는 없었다. 둘은 초반부터 치열하게 맞붙었고 결국 코미어의 '써밍(눈 찌르기)' 논란까지 이어지며 미오치치가 패하고 말았다.

미오치치의 정석적인 잽과 스트레이트는 코미어의 활발한 머리 움직임을 제대로 뚫지 못하고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코미어의 숏훅과 어퍼컷은 더티복싱과 섞여 미오치치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때문에 이번 2차전에서는 미오치치가 활발한 외곽 움직임을 전략으로 가지고나올 가능성도 크다. 1차전에서 매운맛을 봤던지라 근거리 싸움은 되도록 피하고 옥타곤을 넓게 쓰면서 페이스를 가져가는 그림이 그려진다. 설사 근접거리에서 화력전을 펼치더라도 초반보다는 중반 이후 코미어의 체력이 떨어졌다 싶을 때 펼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근거리 타격전에 능한 선수답게 코미어는 펀치보다는 킥공격에 약점을 드러낸다.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펀치와 더불어 킥을 섞어주게 된다면 코미어는 디펜스적인 부분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부분 상대는 코미어의 레슬링이 두려워 쉽게 킥을 차기 힘들겠으나 미오치치라면 어느 정도 디펜스가 가능한지라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의 다변화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물론 초반에 넉아웃 승부가 나오지 않는 이상 코미어를 상대로 경기 내내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미어는 분명 클린치 상황을 잡을 것이고 이때 대비가 중요하다. 어지간한 상대 같으면 그런 경우 미오치치는 과감하게 클린치싸움을 벌이거나 빰클린치 니킥 혹은 팔꿈치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는 코미어다. 자칫 니킥을 잘못 시도하다가 중심을 빼앗겨 테이크다운을 당하거나 앤더슨 실바가 크리스 와이드먼에게 당했듯 역으로 펀치 카운터를 얻어맞을 수 있다. 몸의 중심을 낮춰 코미어를 체중으로 찍어 누르듯 압박하거나 앞손으로 밀어내거나 뿌리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절치부심한 세계 최강 소방관의 진화능력이 거침없는 코미어의 불덩어리를 차갑게 꺼트릴 수 있을 것인지, 비장한 리벤지 매치에 나선 미오치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스톤콜드’ 스티페 미오치치 다니엘 코미어 강경호 브랜드 데이비스 페티스 디아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