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성동일 인터뷰 사진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성동일이 데뷔 28년 만에 첫 공포영화에 도전했다. 가족 드라마부터 코믹, 사극, 액션 등 모든 장르를 섭렵해 온 그에게 안 해 본 장르가 있었다는 것부터 놀라웠다. 영화 <변신>에서 성동일은 다정하고 평범한 아빠부터 섬뜩한 행동을 하는 악마로 변한 모습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오는 21일 개봉 예정인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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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성동일은 자신을 연기자가 아니라 '기술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연기자보다는 스스로 기술자로서 계속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내가 특별히 선호하는 역할도 없고 싫어하는 역할도 없다. 주변에서 '요즘 부쩍 액션을 많이 한다'고도 하더라. 액션을 할 수 있는 역할이 들어오니까 액션을 한다. 공포영화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변신>이어야했을까. 그는 "친숙함이 가장 공포스러웠다. 그게 좋았다"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밑도 끝도 없는 판타지 장르인데, 뿔 달리고 입 찢어진 악마가 나오는 게 아니다. 가장 익숙한 집이라는 공간에 가장 익숙한 가족이 악마가 된다. 여태 그런 작품이 없었다. 가족적이고 일상적인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악마로 변한 가족이 되게 현실적인 대사를 한다. 엄마는 '너 어디서 반찬투정을 하냐', 둘째 여동생은 '언니 나 밉지?' 이렇게. 모르는 사람이 망치를 들고 와도 무서운데, 아버지가 망치를 들면 얼마나 더 무섭냐. 익숙함이 오히려 공포를 만드는 게 좋았다. 감독님도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얘기하더라."

그러나 성동일은 "결과물이 공포(영화)지, 현장에서는 매번 코미디 상황이었다. 즐겁게 촬영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성동일은 극중에서 '구마 사제' 중수 역의 배성우와 호흡이 특히 좋았다며 "비주얼은 내가 (배)성우보다 낫지 않냐"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앞서 tvN 드라마 <라이프>, 영화 <안시성> <사랑하기 때문에>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한 두 사람은 <변신>에서 형제로 분했다.

"배성우는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는 게 크고, 피곤해도 남을 웃길 줄 알고 재밌게 해줄 줄 아는 친구다. '뭔가 하자' 그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 한다. 서로 눈을 보고 대사를 하니까 때문에 멋을 부리지 않고. 너무 좋은 배우고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은 배우다. 성우도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더라. 나도 그렇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보이지 않았나. (촬영하면서) 울컥 하는 감정들이 많이 나왔다."

영화 후반부에는 성동일과 배성우의 애틋한 형제애가 그려진다. 이 부분을 두고 공포영화에서 '신파'로 방향을 급선회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성동일은 "서로 눈을 보고 대사를 하니까 감정의 그래프가 올라가더라. (후반부 신에서) 원래 촬영할 때는 더 많이 울었다"면서도 "김홍선 감독이 편집으로 눈물 고인 정도에서 끊어버리더라. 너무 '신파'라는 비판이 나올까봐 그런 것이다. 그 선을 잘 지킨 것 같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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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적으로 감독의 판단을 믿는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성동일은 지난 2017년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또 한 번 김홍선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약 1년 만에 다시 김 감독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성동일은 "영화는 두 시간 동안 호흡으로 보여주는 건데, 매번 내가 나오는 신마다 튀려고 하면 흐름이 깨질 것이다. 나는 대본을 기껏해야 두세 번 읽지만 감독은 200번, 300번 읽으면서 완성한 거 아닌가. 내가 어떻게 전체를 보겠나. (<변신>에서도) 김홍선 감독이 어느 선까지 감정을 올리자고 정리해주니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김홍선 감독에 대해 묻자 성동일은 "일에 미친 사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이유는 술을 좋아하면서도 일만 시작하면 입에도 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김홍선 감독이 정말 술을 잘 마신다. 새벽 4~5시까지 술을 마시고 놀 때도 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면 개봉할 때까지 일체 술을 먹지 않더라. 내가 술 먹자고 꼬드길 때도 있는데 다음 촬영이 걱정되니까 맥주 한 잔을 못 마시는 거다. 그런데 영화 끝나면 남의 촬영장도 와서 먹는다. <담보>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1박 2일로 와서 밤새 먹고 간다. 남의 촬영장에서. 그러니 영화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되게 눈물도 많고 매력있는 친구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자상하고 책임감 있는 가장이자 아버지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성동일은 이번 작품에서 싸늘한 얼굴로 망치를 들고 딸들을 노려보기도 한다. 그 연기 비결에 대해 묻자 성동일은 "그 장면이 똑같이 <응답하라>에 나왔다면 웃겼을 것이다"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이어 "망치를 든 아빠가 '오컬트' 영화니까 무서운 장면이지 않나. <응답하라>에서 했다면 웃긴 장면일 것이다. 작품 톤의 차이지, 내가 특별하게 연기한 것은 없다. 나는 그래서 시나리오를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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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직업정신을 '목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성동일이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한 단어였다.

"내가 목수면 양옥을 짓든, 한옥을 짓든, 창고를 짓든 목수다. '나는 한옥목수지, 창고목수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지 않나. 작품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리지 않고 다 한다. 주변에서 작품을 왜 안 가리냐고 묻기도 하던데, 나를 불러주니까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거절할 때도 꼭 술을 한 잔 사면서 거절한다. 나를 배우로서 인정해줬다는 거니까. 현장에서도 짜증을 거의 안 낸다. 70명에서 100명쯤 되는 사람들이 장면을 만들려 애쓰는 모습들이 고맙다. 그러니 작품이 끝나면 나는 (스태프들에게) 술을 한 잔씩 사준다."
변신 성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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