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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장애인 비하 표현을 한 황교안 대표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장애인 비하 표현을 한 황교안 대표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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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폭염 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된 9일 낮 1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자유한국당사 앞 뜨거운 햇볕 아래로 장애인들과 활동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언어·청각 장애인을 비하하는 '벙어리'라는 잘못된 표현을 써 비판을 받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면담을 요청하고 직접 사과를 받기 위해서였다.

자유한국당 문턱은 높았다. 당사 출입구가 높은 계단으로 돼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었고, 면담요청서를 전달받은 당직자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황 대표 사과를 촉구하는 청각 장애인들의 소리 없는 함성만으로도 그 분노가 당사 꼭대기까지 전달됐다.

황교안 장애인 비하 표현에 피멍든 장애인들, '문전박대' 당해

박김영희 전국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상임대표는 이날 "황 대표는 잘못했으면서 왜 사과 한 마디 없나, 우리가 직접 사과 받으러 와야 하나"라면서 "(황 대표가 사과할 수도 있어) 어제 하루 기다렸고,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폭염 경보에도 나왔는데 담당자가 휴가라서, 당대표 일정이 바빠서 면담 일정이 금방 안 잡히니 오늘은 그냥 돌아가란다"라고 따졌다.

앞서 황교안 대표는 지난 8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표·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 규제에는 국무회의를 생중계를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아래 '언어장애인'으로 순화)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벙어리'는 청각장애인을 포함한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인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이같은 언어적 표현을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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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표현이 처음은 아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12월 28일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 "신체장애인보다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가 장애인단체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이를 두고 "그 말을 한 사람을 정신장애인이라고 한다"고 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장애인 단체는 지난 1월 2일 이해찬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 발언이 장애인 차별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도 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정치인들은 장애인 비하 표현을 쉽게, 자기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당사자인 장애인들 가슴에는 피멍이 든다"면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인성도 안 바뀌고 생각도 엉망진창인데, 나도 자유롭게 말하고 싶지만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 참는다"라고 꼬집었다.

"언어·청각장애인으로 어렵게 바꿨는데, 정치인 한 마디에 산산이 깨져"
 
 청각장애인인 이종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각장애인 비하 표현을 한 황교안 대표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인 이종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각장애인 비하 표현을 한 황교안 대표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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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 비하 표현 당사자인 청각장애인들도 나섰다. 강석화 한국농아인협회 부회장은 이날 수어(수화)로 "황 대표는 우리 농인들에게 모욕감을 줬다"면서 "35만 농인을 대표한 한국농아인협회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황 대표 사과를 촉구했다.

청각장애인인 이종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의원도 "옛날에는 장애 비하 표현이 일상에서 자주 쓰였고 우리는 누군가를 조롱할 때 함부로 취급됐던 존재였다"면서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우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줘야 하는데 황 대표는 우리 존재를 또다시 함부로 취급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종운 대의원은 "지금도 그 단어를 볼 때마다 내게 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좌절감을 준다"면서 "황교안은 그 표현에 담긴 많은 언어·청각장애인들의 상처를 정녕 모르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박김영희 장추련 대표는 "황교안 대표가 비하 표현을 쓰는 짧은 순간, 다른 장애인에게 누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표정이라도 있을까 방송 장면을 수차례 돌려봤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 말을 쓰고 있었다"면서 "청각장애인에게 그 세 글자가 정말 가슴 아픈 말이었고 이제 수많은 교육을 통해 농인, 청각장애인으로 바뀌었는데,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이 이 말을 하는 순간 지금까지 노력을 산산이 깨버리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김영희 대표는 "황교안 대표는 정신 차리고 우리에게 사과하라, 사과하지 않으면 끝까지 싸워서 사과받겠다"면서 "더는 정치인이 장애인을 비하하고 상처내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 청각장애인들이 놀림 받지 않고 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맨 오른쪽)가 9일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정치인들은 장애인 비하 표현을 쉽게, 자기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당사자인 장애인들 가슴에는 피멍이 든다"고 황교안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맨 오른쪽)가 9일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정치인들은 장애인 비하 표현을 쉽게, 자기하고 싶은 대로 하지만 당사자인 장애인들 가슴에는 피멍이 든다"고 황교안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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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과 장추련을 비롯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한국농아인협회, 전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 장애인 단체들은 이날 성명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망언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자유한국당이 대표자 발언에 책임지고 깊이있는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애계는 더는 정치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을 비하와 모욕의 대상으로 삼는 비인권적인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모든 정치권에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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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미디어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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