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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기다려 봤지만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위협해 온 것처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공식화했습니다. 하기야 저들이 우리에게 보복의 칼을 빼들었는데 그걸 쉽사리 거둘 리 있겠습니까?"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가 한일 갈등에 관한 의견을 개인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이 교수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데 따른 일본의 잘못을 지적한 뒤 성공적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해 통쾌하게 복수하자고 호소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 개인 홈페이지.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 개인 홈페이지.
ⓒ 이준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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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자신이 '2류 국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경제대국 건설에 성공한 일본은 세계의 지도자 위치를 호시탐탐 노려 왔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자리를 노리고 공작을 벌여 온 것이 벌써 오래 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얼마 전 일본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에서도 아베 총리는 마치 일본이 자유무역의 선도자라도 되는 양 기고만장한 연설을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베는 '정경분리'라는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무역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하는 치졸한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스스로 세계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는 '2류 국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습니다."

이준구 교수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지 보복 대상인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IT 산업의 생태계에 엄청난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이런 결과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보복 조처를 강행한 일본 정부는 그 무책임성에 대해 세계의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국제경제질서는 범세계적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상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나라의 한 기업이 모든 생산과정을 도맡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어졌습니다. 한 나라의 기업이 가장 기본적인 소재를 만들어 다른 나라의 기업에 공급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중간재가 다시 다른 나라의 기업에 공급되는 식의 연결망이 전세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세계의 지도자 될 자격 없다는 사실 스스로 만천하에 공개"
 
이준구 교수는 "성공적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자"고 촉구했다.
 이준구 교수는 "성공적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자"고 촉구했다.
ⓒ 이준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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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 연결망 안에서 자신이 조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이를 악용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기본질서를 해치는 명백한 반칙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우리에게 그동안 반도체 소재를 공짜로 준 것도 아니고 돈 받고 팔아먹었던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 갑자기 상대방을 골탕 먹이기 위해 안 팔겠다고 배짱을 부리는 건 악덕상인이나 할 짓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초토화된 일본 경제가 오늘의 번영을 누린 데 자유무역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가 전대미문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데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무역의 기조가 확실하게 자리잡은 것이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세계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일본이 바로 이 자유무역의 기조를 앞장서서 흔드는 무모한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일본 정부는 그동안 화이트리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특혜를 베풀어 왔는데 단지 그걸 철회하는 데 그치는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 왔다"면서 "그러나 설사 특혜조처라 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수십 개 국에게 적용되는 것을 유독 우리에게만 철회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유무역의 기본 이념은 이와 같은 차별조처가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구 교수는 이번 사태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일본 정부가 다시 어떤 보복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상황이 일파만파식으로 악화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가 이와 같은 외부적 충격에 크게 흔들릴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그 해결책으로 현명한 외교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현명한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문제는 무엇을 양보하느냐에 있는데, 정부는 이 점을 허심탄회한 자세로 국민 의견을 모으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구 교수 홈페이지
 이준구 교수 홈페이지
ⓒ 이준구 교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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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앞에 놓여진 가장 중요한 숙제는 바로 이것을 찾아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정부가 지난번의 박근혜 정부처럼 굴종적인 자세로 이 사태에 임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아베 총리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배경에는 우리 정부를 얕보는 태도가 깔려 있음이 분명합니다. 굴종적인 자세로 당장의 어려움을 피해 나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일본이 얼마나 더 오만방자한 자세로 나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준구 교수는 "'Every cloud has its silver lining'란 영어 속담이 있다"면서 "이것은 아무리 어둡고 우울한 일에도 밝은 점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가 이번 사태에도 이런 긍정적 자세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제한조처가 당장 우리 기업들에게 어마어마한 부담을 안길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절한 적응은 성공적 기업의 본질입니다. 당장 어려움이 닥쳤다고 울면서 주저앉는 기업이라면 존재할 가치가 없는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당연히 새로운 여건에 적응해 나갈 것이며, 그 결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 상황의 부정적 효과는 점차 줄어들 것이 분명합니다."

이 교수는 1970년대 석유파동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가 극복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당시 배럴당 3달러 대였던 원유가격이 하루 아침에 10달러 넘는 수준으로 치솟아 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러다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었다"면서 "이는 우리 경제의 수입 원유 의존도를 생각해 볼 때 제대로 성숙되지도 못한 우리 경제가 그 충격을 어떻게 감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그런 충격도 견뎌낸 우리 경제가 지금 같은 일본의 치졸한 게임에 굴복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의 대일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아무런 경각심 없이 당장의 편리함만을 추구해 대일 의존도를 높여온 결과 오늘의 사단을 맞게 된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이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당연히 소재의 국산화나 수입선 다변화를 추구할 것이고, 이와 같은 조정과정이 완전히 끝나면 지금 같은 굴욕은 당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를 골탕 먹이는 과정에서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는 걸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을 서슴지 않는 그는 '3류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번 사태를 3류 정치인이 이끄는 2류 국가가 우리에게 던진 중요한 도전 과제로 받아들이는 진취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적응과정이 결코 짧을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골탕 먹이려는 저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상태입니다."

이 교수는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질 필요도 없고, 절망해 주저앉을 필요도 없다"면서 "성공적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자"고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글쓰기 전문매체 '글쓰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백색국가, #한일갈등, #수출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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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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