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태를 보도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갈무리.
ⓒ SCMP	관련사진보기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태가 발생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1시께 홍콩 위안랑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수십 명의 남성들이 들이닥쳐 송환법 반대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던 시민들을 향해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폭행해 최소 45명이 다쳤다. 

이들은 폭행을 당해 쓰러지거나 피를 흘리는 시민들을 발로 마구 밟는 잔혹함을 보였고, 전철 객실 안으로 피신하려는 시민들까지 쫓아가 때리려고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서야 폭력 사태가 끝났고,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과 사진이 주요 외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비난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주로 검은 옷을 입은 것과 달리 흰 옷을 맞춰 입은 것으로 볼 때 최근 송환법 반대 여론이나 반중 감정에 불만을 품은 친중파의 소행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SCMP는 이들이 중국 폭력조직인 삼합회 조직원들로 보였다고 전했으며, 일각에서는 경찰이 사건 발생 후 40여 분이 지나서야 도착한 점을 지적하며 경찰과 사전에 공모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2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법치를 준수하는 홍콩 사회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강력하게 규탄하며 엄격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환법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노력을 다해 범인들을 검거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람 행정장관은 "사태를 규정하는 것은 수사에 의미가 없으며, 우려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그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폭도라고 부르며 비난한 바 있다. 또한 폭력을 가한 남성들과 경찰의 공모 의혹에 대해서도 "완전히 근거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폭력은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폭력은 더 많은 폭력을 낳을 것이고, 우리는 그런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이날 폭력 사태보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 일부가 중국 국가 휘장에 먹칠을 하며 훼손한 사건이 더 중요하다며 "휘장은 국가의 상징이며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대표한다"라고 주장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극심한 이념 대립과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통제를 강화할수록 홍콩 시민들의 반중 성향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중국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