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이 흔들리니 수비마저 휘청였다. 타가트가 분전했지만 한 번 흔들린 수비는 경기 막판 또다시 무너졌다.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2019 K리그1' 22라운드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와 성남FC(이하 성남)의 경기에서 성남은 전반 종료 직전 터진 임채민의 선제골과 후반 40분 공민현의 추가골에 힘입어 2대1 승리를 거뒀다. 성남은 이날 승리로 최근 3연패 부진에서 벗어난 동시에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반면 수원은 4연승에 실패했다. 전반 26분 민상기의 퇴장과 후반 막바지 수비 집중력 부족이 야기한 패배였다.

답답한 중원 플레이, 민상기 퇴장... 전반부터 악재 겹친 수원
 
 수원 삼성 소속 바그닝요의 모습(자료사진)

수원 삼성 소속 바그닝요의 모습(자료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은 경기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3연승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었다. 그만큼 성남의 짜임새가 좋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성남은 후방부터 정교한 공격으로 올라서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고, 2선 미드필더들이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높은 위치에서 공을 끊어냈다. 수비수들은 한의권과 타가트가 주도하는 수원의 역습도 잘 방어했다. 그러나 이는 약과였다. 미드필더들의 볼 배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이 수원의 가장 큰 문제로 보였다.

사리치의 공백이 충분히 느껴지는 경기였다. 사리치는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로 이적이 확정됐다. 수원으로서는 특급 도우미를 한 순간에 잃은 셈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곧바로 그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이임생 감독은 사리치 공백을 박형진과 송진규로 메우려 했다. 최근 출전 시간을 늘리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송진규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박형진이기에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그들이 사리치의 공백을 모두 메우기란 무리였다. 2선과 3선을 오르내리면서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지만 좀처럼 성남의 중원과 수비 라인을 깨지 못했다. 송진규 여러 차례의 패스 미스 등 과감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끝에 후반 12분 바그닝요와 교체됐다.

여기에 민상기의 퇴장이 불을 끼얹었다. 수원은 중원 빌드업에서 어려움을 겪자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무리한 패스로 의미 없는 공격을 지속했고, 수원의 공격 패턴을 꿰뚫은 성남이 이를 쉽게 수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감을 찾은 성남이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 26분 빠른 역습 한 방으로 민상기의 퇴장을 이끌어냈다. 민상기가 공민현의 명백한 득점 상황을 방해했다는 심판의 판단이었다. 다행히 VAR 판독 결과 페널티킥은 취소됐지만, 이는 오히려 수원의 위기로 작용했다. 중원 지역에서 원하는 플레이가 돌아가지 않는 시점에서 센터백 한 명이 빠지니 급격하게 팀 밸런스가 무너졌다.

순식간에 수적 열세를 맞은 수원은 흔들렸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발한 박형진을 수비 라인으로 내리면서 5-3-1 포메이션으로 대형을 바꿨다. 우선 수비 라인을 두텁게 형성한 후, 후반전 교체 카드 활용 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중이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미드필더 숫자를 줄이니 원래 중원 싸움에 강점을 가진 성남 선수들이 한층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최성근과 송진규 등 미드필더의 패스 줄기는 최전방까지 이어지기 어려웠고, 센터백들은 수비 지역으로 넘어온 공을 걷어내는 데 급급했다. 결국 수원은 전반 종료 직전 선제골을 허용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임채민이 구자룡과 고명석의 마킹을 뚫고 정확한 헤더로 수원 골문을 뚫었다.

타가트가 쏘아 올린 희망, 하지만 수비 실수가 발목 잡았다
 
 2019년 7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수원 타가트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2019년 7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수원 타가트가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수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성남이 주도권을 가지고 경기를 풀어갔으나 임채민의 득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위협적인 찬스를 가져가지 못한 점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수원은 한층 공격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수원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포백으로 변경했다. 홍철을 위로 올리고 박형진이 본 포지션인 왼쪽 풀백으로 돌아갔다. 홍철이 공격적으로 올라서자 팀 전체적인 라인도 정교한 대형을 맞춰 올라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원은 후반 29분 타가트의 동점골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꿔냈다. 바그닝요와 한의권이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타가트에게 공을 연결해줬고, 타가트가 이를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그의 시즌 12번째 골이자 4경기 연속골이었다.

타가트의 동점골 이후 수원의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찬스를 여러 번 만들어냈다. 후반 32분 바그닝요의 중거리슛과 코너킥 이후 홍철의 옆 그물을 때리는 슈팅 등으로 꽉 막혔던 공격의 흐름을 풀어냈다.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수원은 동점을 넘어 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선수들은 활동량을 늘리며 투지를 불살랐고,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수원 수비가 다시 한 번 무너지면서 희망의 불씨를 꺼트렸다.

그들은 후반 40분 공민현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고명석이 최병찬과의 경합 상황에서 1차로 무너졌고, 센터백들의 중앙 커버도 늦었다. 구자룡이 뒤늦게 몸을 날려 공민현의 슈팅을 막아봤지만, 슈팅이 몸에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임생 감독은 후반 종료 직전 데얀과 한석희를 동시에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으나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결국 수원은 추가시간 4분을 포함, 총 공세에도 불구하고 성남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이날 패배로 3연승의 좋은 흐름이 끊긴 수원은 휴식기 이후 다시 반등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급 도우미 사리치는 중동으로 떠났다. 염기훈과 이종성, 임상협 등 부상자들의 복귀 시점도 미지수다.

여러 선수들이 영입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것이 영입으로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다. 여러모로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수원이다. 득점 1위 타가트가 최전방에서 물오른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중원과 후방 불안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팀 밸런스는 당분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리그1 수원삼성블루윙즈 성남FC 경기리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