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실사 영화가 되어 돌아온 <라이온 킹>은 개봉 첫 날 30만 관객을 동원하며 디즈니 영화의 한국 최고 오프닝을 세웠다.

1994년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실사 영화가 되어 돌아온 <라이온 킹>은 개봉 첫 날 30만 관객을 동원하며 디즈니 영화의 한국 최고 오프닝을 세웠다. ⓒ 유니버셜뮤직


25년 만에 돌아온 '사자왕'의 출발이 산뜻하다. 1994년 애니메이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라이온 킹>은 국내 개봉 첫날 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디즈니 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1990년대 이른바 '디즈니 르네상스'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1994년 개봉 당시에도 서울에서만 92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는 인기작이기에,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알라딘>의 인기를 재현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린 실사 <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 속 아프리카의 장대한 대자연과 각양각색 동물들을 다큐멘터리 화면처럼 담아내며 감탄을 자아낸다. 너무도 사실적인 기술 재현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많은 것이 새로운 속에 변하지 않은 가치도 있다. 이제는 대중문화 속 너무도 익숙한 음악으로 자리한, <라이온 킹>의 사운드트랙이다.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이온 킹>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으로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엘튼 존과 팀 라이스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이온 킹>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으로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엘튼 존과 팀 라이스 ⓒ 아카데미 어워즈 공식 유튜브 캡쳐

 
<라이온 킹>의 사운드트랙은 <로켓맨>의 엘튼 존과 뮤지컬 작사가 팀 라이스, 영화 스코어의 거장 한스 짐머의 작품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에비타> 등 유명 뮤지컬의 가사를 쓴 팀 라이스는 <알라딘> 애니메이션의 노랫말을 쓰며 디즈니와의 작업을 시작했다. 

1991년 <라이온 킹>의 제작 계획을 받은 팀 라이스는 1982년 'Legal boys'로 함께 작업한 바 있던 엘튼 존을 디즈니에 추천했고, 평소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던 엘튼 존은 월드 투어와 자선 활동 등 바쁜 스케줄 와중에도 1992년 중반부터 팀 라이스와 함께 작곡을 시작한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작곡한 여섯 곡은 'Circle of life'와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Hakuna matata', 'I just can't wait to be king', 'Be prepared', 'Warthog rhapsody'다. 여기에 한스 짐머는 스코어 작곡은 물론 아프리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남아프리카 뮤지션들을 대거 영입하고 전통 악기를 도입했다. 'Circle of life'를 시작하는 남아프리카 줄루(Zulu)어 인트로와 토속적인 퍼커션 리듬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라이온 킹> 사운드트랙은 1995년 미국에서만 1천만 장 판매고를 기록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으로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비평적 영예까지 확보했다. 2019년 실사 영화의 사운드트랙 역시 엘튼 존, 팀 라이스, 한스 짐머가 다시 뭉쳤으며 21세기 가장 성공한 프로듀서인 퍼렐 윌리엄스가 참여해 젊은 감각을 더했다. 심바 역을 맡은 도날드 글로버(가수 활동명 차일디시 감비노), 날라 역의 비욘세 등 빛나는 이름도 추가됐다. 

Circle of life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Circle of life'의 인트로는 '저기 사자가 옵니다 아버지'라는 뜻의 남아프리카 줄루어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Circle of life'의 인트로는 '저기 사자가 옵니다 아버지'라는 뜻의 남아프리카 줄루어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나주평야 발발이 치와와'로 유명한 'Circle of life'는 엘튼 존의 선율 위 남아프리카 아티스트 레보 엠(Lebo M)과 카르멘 트왈리가 목소리를 더했다. 2019년 실사 영화에서는 레보 엠과 함께 린디웨 음카이즈가 새 호흡을 맞췄다. 2018년 독일에서 주관하는 세계 합창 올림픽(World Choir Games)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쇼 콰이어 팀 하모나이즈(Harmonize)가 선곡하여 국내서도 다시 한번 화제가 된 바 있다. 

사바나의 각종 짐승들이 심바의 왕위 계승 선포식을 위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바위 산으로 모여드는 장면은 'Circle of life'의 웅장한 멜로디와 함께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으로 기억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2019년 실사 영화에서도 극의 핵심이 되는 곡이다. 엘튼 존의 팝 버전은 인트로가 빠진 대신 런던 가스펠 콰이어와 함께 웅장함을 살렸다.

I just can't wait to be king
 
 실사 영화의 'I just can't wait to be king'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역을 맡았던 로완 앳킨슨의 부재가 느껴지나 더욱 웅장한 편곡으로 새로운 멋을 더했다.

실사 영화의 'I just can't wait to be king'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역을 맡았던 로완 앳킨슨의 부재가 느껴지나 더욱 웅장한 편곡으로 새로운 멋을 더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린 심바(JD 맥크레이 분)가 '빨리 왕이 되고 싶다'며 부르는 경쾌한 곡.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제임스 얼 존스 분)의 심복 자주(존 올리버 분)의 충고를 피해 사바나 자연을 달려 나가며 어린 날라(샤하디 라이트 조셉 분)와 함께 당찬 미래를 노래한다. 엘튼 존의 팝 버전은 경쾌하고 활기차며 로킹한 사운드가 두드러지고, 영화 속에선 이국적인 악기 소리와 함께 아이의 활달한 감정이 두드러진다. 

1994년 애니메이션 버전과 괴리가 크지 않은 곡이다. 자주의 성우가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에서 존 올리버로 바뀌었고, 보다 웅장한 효과를 더했으며 어린 심바가 여러 기교를 넣으며 후반부 색소폰 사운드가 추가되었다는 점이 귀에 들어온다. 애니메이션의 알록달록한 배경에 비교해 실사 버전이 오히려 밋밋하게 보이기도 한다.

Be Prepared
 
 무파사의 왕위를 찬탈하려 하는 스카의 음험한 계획을 담은 'Be prepared'는 디즈니 악역 캐릭터의 가장 인상적인 테마곡으로 손꼽힌다.

무파사의 왕위를 찬탈하려 하는 스카의 음험한 계획을 담은 'Be prepared'는 디즈니 악역 캐릭터의 가장 인상적인 테마곡으로 손꼽힌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파사의 동생이자 왕위를 노리는 스카(추이텔 에지오포 분)가 하이에나 무리에게 음험한 계획을 소개하는 곡이다. 애니메이션 버전과 비교해 실사 영화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곡인데, 원작이 주술적인 코끼리 무덤에서 스카가 다소 우스꽝스러운 하이에나들을 규합하는 과정을 역동적인 리듬으로 그린 반면 실사 영화에서는 추이텔 에지오포의 광기 어린 목소리가 한스 짐머의 웅장한 편곡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긴다. 

마지막 후반부의 가사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삭제하며 길이가 짧아진 것도 특기할 부분이다. 초반의 음침한 소리는 디즈니 <판타지아>가 널리 알린 폴 뒤카의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스카 역을 맡은 제레미 아이언스와 하이에나 무리의 리더 쉔지 목소리의 우피 골드버그가 노래를 불렀고 실사 영화에서는 추이텔 에지오포의 솔로 곡이 됐다. <노틀담의 꼽추>의 'Hellfire', 포카혼타스의 'Savages'와 더불어 최고의 디즈니 악역 테마 곡으로 손꼽힌다. 

Hakuna matata
 
 원작에서도 코미디 콤비로 깊은 인상을 남긴 티몬과 품바는 빌리 아이크너와 세스 로건의 실사 영화에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원작에서도 코미디 콤비로 깊은 인상을 남긴 티몬과 품바는 빌리 아이크너와 세스 로건의 실사 영화에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와힐리어로 '모두 다 잘 될 것이다'를 의미하는 '하쿠나 마타타'는 <라이온 킹>으로 세계인의 경구가 됐다. 어린 심바와 친구가 되는 미어캣 티몬(빌리 아이크너 분)과 멧돼지 품바(세스 로건 분)의 신조인 이 노래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심바를 위로하는 곡이나 동시에 심바가 극복해야 할 사상이 되기도 한다.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빌보드 싱글 차트 5위까지 오른 인기 히트 곡이다.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 Spirit
 
 실사 <라이온 킹>에 출연한 비욘세와 힙합 아티스트들이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앨범 <The Lion King : The Gift>는 7월 19일 공개된다.

실사 <라이온 킹>에 출연한 비욘세와 힙합 아티스트들이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앨범 는 7월 19일 공개된다. ⓒ Sony Music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은 'Hakuna matata'를 제치고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했던 곡이다. 티몬과 품바의 걱정에도 심바와 날라가 자연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에서도 실사 영화에서도 아름답다. 엘튼 존의 팝 버전은 부드러운 피아노 발라드지만 원래 애니메이션에서 이 노래는 심바를 잃게 된 티몬과 품바가 슬퍼하며 부르는 곡이었다. 이 버전은 삭제됐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심바와 날라의 메인 보컬 버전이 영화에 수록됐다.

실사 영화에서는 '차일디시 감비노'로 유명한 배우 도널드 글로버와 비욘세가 노래를 부른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으나 비욘세의 목소리가 애니메이션 더빙보다는 '비욘세 버전의 리메이크'를 듣는 것 같아 어색하기도 하다.

비욘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심바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장면에 흘러나오는 'Spirit'으로 2019년 <라이온 킹>에 목소리를 더했다. 일야 살만자데(Ilya Salmanzadeh)와 라브린느(Labrinth)가 작곡한 이 곡은 실사 영화 사운드트랙에 추가된 새 노래로, 영화에 영감을 받아 알앤비 / 힙합 아티스트들과 함께 만든 새 앨범 <라이온 킹 : 더 기프트(The Lion King : The Gift)>의 첫 싱글이기도 하다. 앨범은 7월 19일 발매 예정.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382)에도 실렸습니다.
라이온킹 영화 디즈니 음악 비욘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