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전장> 포스터

영화 <주전장> 포스터 ⓒ (주)시네마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 미쓰비시가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5명에게 모두 5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쓰비시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고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조치를 발표하며 경제 보복에 나섰다.

한일 간 갈등이 연일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을 겨냥하는 영화가 등장했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주전장>이다. 

미키 감독은 1991년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의 사례를 최초 보도한 아사히 신문 우에무라 다카시 기자가 우익 세력의 공격을 받는 것을 보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역시 2007년부터 5년간 일본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면서 목격한 일본 내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우익 세력의 비난에 직면한 적이 있었기 때문.
 
 영화 <주전장> 스틸 컷

영화 <주전장> 스틸 컷 ⓒ (주)시네마달

 
영화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 직후 나눔의 집을 찾은 외교부 관계자들에게 항의하는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에서부터 시작된다. "왜 우리를 두 번 죽이려 하는 것이냐. 나이가 많아서 모른다고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 울부짖는 할머니들에게 외교부 관계자는 "그런 게 아니"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리고 이어진 장면에서는 '텍사스 대디'라고 불리는 미국의 보수 유튜버 토니 머라노가 '위안부 소녀상'을 폄하하는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등장한다. 그는 소녀상을 "추악한 대형 쓰레기"라고 비난하며, 종이봉투를 씌우려 한다. '텍사스 대디'는 미국에서 위안부 결의안 통과나 소녀상 건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후지키 슌이치라는 일본인 매니저가 있다. 

미키 감독은 '텍사스 대디'부터 스기타 미오 일본 자민당 의원, 켄트 길버트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 등 미국과 일본에서 우익 세력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여러 보수인사들을 조명한다. 그리고 이들의 발언과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시민운동가들의 발언을 교차검증 하면서 진실에 다가간다.

<주전장>은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먼저 개봉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개봉 이후 영화에 출연한 우익 인사들은 상영중지 기자회견을 통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영화는 홋카이도, 후쿠시마, 후쿠오카 등 전국 30여 개 지역으로 확대 개봉돼 소규모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우익 익사들의 주장은 대부분 앞뒤가 맞지 않거나 과격한 인신공격을 담은 것들이다.
 
 영화 <주전장> 스틸 컷

영화 <주전장> 스틸 컷 ⓒ (주)시네마달

 
영화에서 미키 감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간다. 왜 미국의 일부 우파세력들은 일본 편에 서서 가짜 뉴스를 전파할까.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왜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를 이토록 숨기고 싶어 할까. 당시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가 20만 명이었다는 숫자는 어디서부터 나온 것일까. 왜 피해자들은 해방 이후 40여 년이 지난 1990년대에 와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까. 왜 아베 총리는 1급 전쟁범죄자들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것일까. 

일본 내 역사 수정주의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일본군 성 노예제를 부정하려는 이들의 허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제3자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려 한다. 그렇기에 <제국의 위안부>를 쓴 박유하 교수를 다루는 장면이나 성 노예 피해자 숫자를 검증하는 장면 등 한국인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만한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영화 <주전장> 스틸 컷

영화 <주전장> 스틸 컷 ⓒ (주)시네마달

 
특히 미키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한국의 가부장적인 문화를 지적한다. 우리 사회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는 서로 자신의 주장을 하는 논객들의 인터뷰로 진행되는데, 마치 이들이 토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음악은 이들의 논쟁을 더욱 긴장감 있게 만든다. 일본군 성 노예 문제에서 시작해 한국 내 가부장적 문화, 전쟁 가능한 국가로 돌아가길 원하는 아베 정부의 야욕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미키 감독은 인권과 평화를 향한 명징한 메시지를 전한다. 25일 개봉.

한 줄 평: 역사를 부정하는 이들을 향한 통렬한 비판
별점: ★★★★(4/5)

 
영화 <주전장> 관련 정보

감독: 미키 데자키
수입 및 배급: (주)시네마달
러닝타임: 121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 2019년 7월 25일
 
주전장 일본군 성노예 미키 데자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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