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사일런스> 포스터

<사일런스> 포스터 ⓒ (주)이수C&E

 
장르영화가 지닌 가장 큰 힘은 장르적인 쾌감에 있다. 로맨틱 코미디를 보면 달달함을 느끼고 액션을 보면 통쾌함을 느끼는 것처럼 공포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은 긴장감과 오싹함이다.

<사일런스>는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주는, 장르적 쾌감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리를 통해 공격을 가하는 괴수의 습격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지루할 틈 없이 스릴감을 선사한다.
 
팀 레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사일런스>는 1년 전 북미에서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연상시킨다. 소리에 반응하는 괴물들의 등장으로 문명을 잃어버린 인류의 모습을 그려냈던 이 작품은 사운드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해내며 호평을 들은 바 있다.

<사일런스>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팀에 의해 동굴에서 깨어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는 소리에 반응해 인류를 공격한다. 그들은 시각적으로 퇴화된 대신 예민한 청각을 바탕으로 인류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사일런스> 스틸컷

<사일런스> 스틸컷 ⓒ (주)이수C&E

 
청각 장애가 있는 앨리는 괴생명체에 의한 습격이 뉴스를 통해 방영되자 가족에게 소음이 심한 도시를 떠나 산 속이나 시골로 도망쳐야 된다고 말한다. 가족은 앨리의 의견에 따라 도시를 떠나기로 하지만 꽉 막힌 도로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에 그들은 샛길로 향하나 더 큰 위기에 직면한다. 아버지 휴의 친구이자 앨리 가족이 의존하던 존재인 글렌이 타고 있던 차량이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앨리 가족의 차 근처로 괴생명체가 등장하게 된다.
 
끊임없이 사건을 만들어내며 긴장감의 밀도를 유지하는 이 작품은 세 가지 장면을 통해 더욱 몰입도 높은 스릴감을 선사한다. 첫째는 차 안에 갇힌 채 괴생명체와 마주하게 되는 앨리의 가족이다. 가족처럼 아끼는 개가 짖으면서 괴생명체가 차로 접근하고 그들은 끝없이 차를 공격하며 유리창을 망가뜨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할머니까지 천식으로 기침을 하며 위기에 몰린 앨리 가족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둘째는 숲에서 발견한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숲속을 헤매던 앨리 가족은 한 집을 발견한다. 근처의 괴생명체들을 따돌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휴는 비밀통로를 발견한다. 휴가 먼저 비밀통로를 통과한 뒤 뒤따라 들어오던 가족들은 통로 안에 잠들어 있던 뱀이 깨어나면서 위기에 몰린다. 이 장면에서는 다양한 소리를 통해 다채롭게 긴장감을 유발하고 해소하면서 흥미를 더한다.
  
 <사일런스> 스틸컷

<사일런스> 스틸컷 ⓒ (주)이수C&E

  
셋째는 마트 장면이다. 약을 구하기 위해 도심으로 향한 휴와 앨리는 끔찍하게 널브러진 시체들과 괴생명체가 시체 안에 낳은 알을 보게 된다. 그 광경에 실수로 소리를 내게 된 앨리는 괴생명체에게 포위당하고 만다. 이 장면은 괴생명체의 습격 후 멸망해 버린 인류의 문명을 노골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시각적인 잔혹함과 청각적인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스릴감을 강화시킨다.
 
<사일런스>는 사건을 촘촘히 구성해 장르영화가 주는 쾌감을 만족시킨다. 다만 이런 쾌감을 위해 지나치게 남발된 기시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일런스> 그 자체는 만족스러운 공포영화지만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볼 때 익숙한 장면과 소재가 많이 등장하다보니, 신선함이 반감된다. 특히 이미 청각을 통한 공포를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선보였다는 점,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비해 독창적으로 더 나아간 지점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 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사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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