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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달리 도시를 관리하는 부분 중에서 이젠 공원 가꾸기에도 제법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본다. 이전에는 그저 거기 공원이 있어서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가기도 하던 곳처럼 생각했었다. 이젠 저 혼자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원이 아닌, 계획하에 만들어지고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갖춘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곡선의 산책길이 부드럽다. 그 길 위를 걷는 시민들도 아름답다.
 곡선의 산책길이 부드럽다. 그 길 위를 걷는 시민들도 아름답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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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 좋다. 늘 우리 가까이에 있어줘서 무심히 찾아갈 수 있고 무조건 받아주는 푸른 공간이 고맙다. 요즘에는 자주 공원에 간다. 가까이에 있는 공원의 친근함도 좋고 먼 곳에 위치한 공원도 기회가 되면 찾아간다. 서울에 있는 공원이나 녹지는 서울시 면적의 1/4 규모, 총 2000여 개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율현공원(栗峴公園)이다. 같은 서울인데도 내가 사는 곳에서 조금 멀어 생각만 하고 있다가 며칠 전 훌쩍 다녀왔다. 새벽 시간의 도로는 막힘이 없다.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가다보니 마치 서울 근교 어딘가로 떠나는 한적한 여행길처럼 쭉쭉 뻗어있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강남구에 자리잡은 율현공원. 세곡동에 공공주택지구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진 수변공원이다. 예부터 밤나무가 많아서 밤고개로 불리던 구전을 이어받아 율현(栗峴)공원로 이름지었다.

새롭게 조성된 녹지공간답게 3년이 채 안된 공원은 새로운 맛이 풀풀 풍긴다. 어슴푸레한 어둠이 막 걷히고 아침이 시작되는 공원의 새벽은 신선하다. 마주 보이는 산너머에서 쏟아지는 아침해의 빛내림이 신비롭다.
 
잘 생긴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마치 공원을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잘 생긴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마치 공원을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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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입구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 멋지다. 이 공원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관리동의 건물은 단순히 독립적이고 실용적 건물만이 아니다. 예술적 곡선과 직선으로 공원과 일체화된 형태로 장소적 의미를 가진 자연친화적인 건물 형태를 구성해서 세운 것이라고 한다. 

이 건축물을 지나서 공원으로 들어서면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광장이 있다. 곳곳에 휴식할 수 있는 정자와 벤치가 자리 잡고 있다. 산책로 주변에 라벤더, 참나리 금계국 등 자잘한 여름꽃들이 점점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걷다 보면 아침이슬에 운동화가 젖기도 한다. 이른 아침 공원 풀숲을 걷는 이만이 느낄 수 있는 촉촉한 행복이다. 개인적으로는 북적이는 공원과는 달리 한적해서 쉼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이 공원은 관리동 앞의 도로를 기점으로 남과 북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공원 면적이 넓어서 지자체 관할이 아닌 동부녹지사업소에서 관리한다.

우선 관리동 쪽 산책길을 따라가다가 정자에 앉아 쉬며 차도 마시며 도심 속의 넓은 자연을 누려본다. 벤치에 앉아 새벽 공기 속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편의 시설이 있어서 여유롭게 이용하기도 한다.
 
한낮의 분수가 쏘아올려지면 어리연들이 생기돋고 계절도 빛난다.
 한낮의 분수가 쏘아올려지면 어리연들이 생기돋고 계절도 빛난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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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공원으로 건너가면 탄천 변에 홍수조절 기능을 하는 저류조가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수생식물과 각종 철새들이 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침 노란 어리연이 가득 피어있는데 수면의 요정이라는 꽃말답게 어찌나 이쁘던지 주저앉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때맞추어 물줄기가 푸른 하늘을 향해 치솟는 분수가 고요한 호수에 생동감을 준다. 이 저류조의 주변에 펼쳐진 길이 멋진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면 아득한 그림처럼 보인다.

그 외에도 야생초 밭과 소나무, 잣나무, 편백나무와 메타세콰이어 나무 등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단장돼 풍경을 이룬다. 또한 돌과 벽돌, 철제 등으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이 자연식물들과 어우러져 예술적 느낌을 준다. 그 외 게이트볼장이나 놀이터 등의 운동시설이나 편익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서 주민들의 여가선용에도 문제없다.
 
이제 한창 자라나고 있는 나무처럼 율현공원도 자라나고 있다.
 이제 한창 자라나고 있는 나무처럼 율현공원도 자라나고 있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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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하는 휴식이나 충전을 위해서, 특별한 풍경을 찾아서 또는 계절별 수목이나 꽃들을 찾아서 굳이 멀리만 갈 일은 아니다. 소박하게나마 우리 주변의 공원이 해결해 줄 수 있다. 가까운 공원에서도 심신의 안정을 얻고 자연의 가치를 깨닫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직은 짧은 연륜의 율현공원이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숲도 제법 울창해질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스쳐가고 점점 역사가 쌓여가는 공원의 모습을 짐작해 본다. 지금의 생기 넘치는 풋풋함이 어느덧 노련한 내공의 아늑한 쉼터로 변모해 갈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율현공원이다.
                       
공원을 나는 새들의 하늘도 드넓은 자유를 준다.
 공원을 나는 새들의 하늘도 드넓은 자유를 준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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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현공원 안내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밤고개로 24길 56
- 가는 길 :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하차, 간선버스 402, 407 또는 지선버스 3426번 승차, 강남한양수자인아파트 또는 세곡2지구 3,4단지에서 하차, 도보 8분 소요
- 문의 : 02-459-9453 

덧붙이는 글 | 이현숙 시민기자는 여행에세이 <잠깐이어도 괜찮아>의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개인 커뮤니티에도 실립니다.


태그:#율현공원, #수변공원,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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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 잠깐이어도 괜찮아 -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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