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부터 1군에 참가한 '막내 구단' kt 위즈는 올 시즌 25일까지 33승 1무 45패의 전적으로 10개 구단 중 7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등 소위 '하위권 동지'들과의 순위 경쟁이 매우 치열하지만 5위 NC다이노스가 최근 10경기에서 1승 9패로 추락을 거듭하면서 kt에게도 중위권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물론 이 기회는 다른 하위권 구단들에게도 함께 찾아온 것이긴 하다).

kt의 외국인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와 윌리엄 쿠에바스가 꾸준한 활약으로 든든하게 선발진을 지키고 2년 차 우완 김민도 7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마무리 역시 김재윤, 정성곤에 이어 해외파 이대은이 이어 받으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실제로 이대은은 불펜 변신 후 5경기에서 11이닝 비자책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중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kt에게 25일부터 시작되는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3연전은 매우 중요했다. kt는 25일 첫 경기부터 4개의 홈런과 30개의 안타를 주고 받는 혈투를 벌였지만 롯데와 연장 12회까지 8-8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kt는 승리를 놓친 것보다 훨씬 커다란 악재를 맞았다. 팀의 간판타자 강백호가 오른 손바닥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튀어나온 펜스 모서리 때문에 간판 타자를 잃은 kt 위즈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kt 위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1사 1루 kt 강백호가 안타를 쳐낸 뒤 베이스를 향해 달리고 있다. 2019.4.30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kt 위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1사 1루 kt 강백호가 안타를 쳐낸 뒤 베이스를 향해 달리고 있다. 2019.4.30 ⓒ 연합뉴스

 
작년 시즌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290 29홈런 84타점 108득점을 기록하며 역대 고졸 신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강백호는 kt가 기다려온 차세대 슈퍼스타에 어울리는 자질을 모두 갖춘 선수였다. 강백호는 올 시즌에도 '2년 차 징크스' 없이 78경기에서 타율 .339 8홈런 38타점 54득점 9도루를 기록하며 더욱 성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었다.

25일 롯데전에서도 강백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7회 2루타를 치며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던 강백호는 9회말 수비에서 1사 후 신본기의 파울플라이 타구를 처리했다. 타구가 우측 파울 펜스에 가까이 붙으면서 처리하기 까다로웠지만 강백호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마무리 이대은에게 중요한 아웃카운트 하나를 선물했다. 하지만 파울플라이를 처리한 강백호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강백호는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른손으로 펜스를 잡았고 튀어나온 철사에 찔려 상처를 입으면서 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중계 화면으로도 출혈이 한 눈에 보일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강백호는 곧바로 송민섭과 교체되며 경기에서 제외됐다. 검사 결과 강백호는 손바닥 피부뿐 아니라 근육까지 손상돼 수술이 불가피해졌다. kt는 치고 올라가야 할 중요한 시기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팀 내 최고의 타자를 잃고 말았다.

롯데 구단은 26일 강백호의 부상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물론 사고 현장의 보수와 더불어 구장 전체의 안전 점검 및 사고예방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상대 선수가 자신들의 홈 경기에서 정상적인 플레이 도중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롯데로서는 당연한 조치였다. 하지만 야구 팬들은 사고 장소가 부산 사직구장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직구장은 꾸준한 안전사고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때는 2015년 6월 23일. 삼성에서 활약하던 투수 심창민(상무)은 3루 불펜에서 문을 열고 나오다 손잡이의 날카로운 부분에 왼손바닥을 다쳐 한 달 가까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공을 던지는 오른손이 아니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지만 4년 전의 심창민도, 25일의 강백호도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다치지 않아도 될 부상을 당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강백호의 사고 당일에도 또 다른 사고가 있을 뻔 했다. 7회 초 kt 공격 당시 롯데 전준우 선수가 수비하던 중 외야 펜스 문이 열리면서 선수가 경기장 밖으로 밀려나갔던 것.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잘못 넘어졌다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그동안 곳곳에 움푹 패인 외야 잔디 상태 역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자초한다고 수년간 비판 받았지만 롯데는 올해 초에야 뒤늦게 교체를 단행했다.

100년 넘은 야구장도 있는데... 사고 끊이지 않는 85년생 사직야구장
 
 어린이날인 5일 오후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SK와이번스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야구장 관중석이 많이 비어있다. 2019.5.5

지난 5월 사직야구장의 모습 ⓒ 연합뉴스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위치한 사직야구장은 1985년 10월에 개장해 1986년부터 롯데가 34년째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KBO리그 1군 구장 중에서는 1964년에 문을 연 대전 한밭야구장(한화생명 이글스 파크)과 1982년에 개장한 잠실야구장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구장이다. 하지만 대전은 2010년대에만 세 차례의 리모델링을 해 시설이 좋아졌고 2025년 완공 예정으로 신구장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사직구장은 1986년에 1955년생 김용희와 1958년생 고 최동원이 누비던 곳을 2019년에 2000년생 고승민과 서준원이 뛰고 있다. 2006년 천연잔디를 깔고 2014년 전광판과 펜스를 교체하는 등 사직야구장 역시 꾸준한 리모델링을 실시했지만 구장 자체가 워낙 노후해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신축 구장에 대한 소문 역시 지방선거 때마다 끊이지 않고 나오지만 선거가 끝나면 다른 화제에 묻혀 쏙 들어가 버린다.

사직 야구장은 KBO리그 구장 중에서 세 번째로 오래됐지만 메이저리그에는 1912년에 개장한 펜웨이 파크, 1914년에 개장한 리글리 필드 등 100년이 넘은 야구장도 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활약하는 LA다저스의 홈구장 다저스타디움 역시 5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구장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역사와 전통을 지키면서 꾸준한 관리와 보수를 통해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고 관중들이 즐겁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KBO리그가 열리는 대부분의 야구장은 지자체 소속이지만 지자체와 임대계약을 맺고 실질적으로 구장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구단이다. 따라서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1차적인 책임은 그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단이 지게 된다. 하지만 구단들도 시설 변경이나 리모델링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자체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방에 못 하나 마음대로 박지 못하는 세입자의 신세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결국 이번 사고는 부산시와 롯데 구단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직 야구장은 롯데 자이언츠 부산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응원가는 상대팀의 기를 꺾을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이다. 사직 야구장을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선수들이 부상 걱정 없이 그라운드를 누빌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직야구장의 악명은 앞으로도 계속될지도 모른다. 롯데 구단과 부산시가 이번 일 만큼은 유야무야 넘겨서는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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