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야구 역사에 새로운 기록이 쓰였다. 비 선수 출신으로 프로 팀에 입단한 최초의 선수가 1군 마운드에서 등판 기록을 남긴 것이다. 올 시즌 LG 트윈스에 입단한 한선태가 드디어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데뷔 경기를 치렀다.

한선태는 25일 LG가 SK 와이번스에 3-7로 뒤져있던 8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7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몸에 맞는 공과 안타로 두 차례 출루를 허용하긴 했지만 범타를 유도해 내며 SK의 강타선을 잘 막아냈다.

또래보다 늦게 시작한 야구, 독립리그 거치며 성장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8회초 LG 한선태가 교체돼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2019.6.25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8회초 LG 한선태가 교체돼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2019.6.25 ⓒ 연합뉴스

 
1994년 6월 14일생, 경기도 부천 출신인 한선태는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통해 야구를 처음 접했다. 당시 대한민국의 준우승을 지켜 본 그는 야구부가 있는 근처 고등학교를 찾았다. 야구부에 입단하고 싶었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수로 활약한 또래들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야구부에 입단하지 못했던 그는 연식 야구대회에 참가하는 등 꾸준히 야구에 도전했다.

한선태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언더핸드로 던졌다. 졸업 이후 독립리그 구단이었던 고양 원더스 입단 테스트에 도전했지만 여러 차례 탈락했고 세종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있는 야구부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원래 대학 야구부 역시 학창시절 선수로 활동한 사람이 아니면 들어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세종대 야구부는 평생교육원 소속이라서 비선수 출신도 입단이 가능했다고 한다. 다만 대학야구 리그에 참여하는 다른 대학의 팀들이 세종대 야구부의 리그 합류를 반대했기 때문에 대학리그에서는 뛰어보지 못했다. 

군 전역 후 사회인 야구에서 활동하던 한선태는 2017년 독립리그 팀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입단 뒤 사이드암으로 투구 폼을 수정하자 시속 110km 대에 머물던 빠른 공의 속도가 시속 140km 대까지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챌린저스는 2017년 독립리그에 참여하지 못했고, 한선태는 2018년 일본의 독립리그 팀인 도치기 골든 브레이브스에 입단하여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2019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면서 그에게 기회가 열렸다. 2018년 1월 30일부터 비선수 출신의 KBO리그 입단이 허용되는 쪽으로 야구규약이 바뀌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트라이아웃에서 빠른 공의 최고 속도가 시속 145km나 나온 한선태는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아마추어 야구를 경험하지도 못했던 사이드암 투수가 독립리그 생활 1년 반 만에 시속 145km로 던지는 모습은 야구 관계자들에게도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당시 이대은(kt 위즈), 이학주(삼성 라이온즈) 등 해외파 선수들이 드래프트 전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음에도 한선태의 존재감은 작지 않았다.

그는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95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SK 역시 바로 다음 지명 순서였던 96순위에서 한선태를 지명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LG 단장 양상문(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먼저 지명하면서, 그는 LG 선수가 됐다. 

한선태는 일단 육성선수 신분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퓨처스리그에서 구원 등판으로 실전 경험을 쌓으며 평균 자책점 0.36의 뛰어난 가능성을 보이자, LG는 한선태와 정식 선수 신분으로 계약했고 25일 1군 엔트리에 한선태의 이름이 올랐다. 퓨처스리그 성적이 워낙 좋았기에 엔트리에 등록된 이상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1이닝 17구, 실점 없었던 한선태의 데뷔 경기

사이드암 투수 한선태의 첫 상대 타자는 이재원이었다. 첫 타자 상대에 긴장했는지 한선태는 첫 투구부터 포수 옆으로 빠지는 공을 던졌다. 결국 그는 이재원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인 안상현을 상대할 때도 처음 3구는 모두 볼이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으며 차츰 영점을 잡아가기 시작한 한선태는 6구째 시속 138km 짜리 빠른 공으로 안상현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한선태는 세 번째 타자 김성현에게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었다. 그러나 이후 몸쪽 공을 시도하다가 몸 맞는 공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2사였지만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한선태는 상위 타선, 그것도 언더핸드 투수에게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왼손 타자를 상대하게 됐다. 1번타자 고종욱은 2번의 파울 타구 승부 끝에 볼 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까지 끌고 갔다. 이어 포수 유강남의 리드대로 침착하게 5구 째 몸쪽 공을 던져 범타를 유도한 한선태는 자신의 1군 첫 이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날 한선태는 사이드암으로서는 상당히 빠른 공인 시속 140km 대의 공을 선보이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전체적인 구력이 짧아서 다듬어야 할 요소들은 아직 많다. 이날 경기에서 던진 17구 중에서 배트에 맞은 공을 포함해서 스트라이크가 9구에 불과했을 정도로 제구가 불안했다.

빠른 공은 힘이 있어서 그럭저럭 타자들의 범타를 유도했으나, 변화구를 던질 때마다 공이 너무 심하게 빠지는 문제가 있었다. 변화구를 손에서 놓는 포인트를 교정하는 등 영점을 조정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한선태의 남은 숙제다.

한선태가 앞으로 1군 엔트리에 얼마나 길게 머무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필승조나 추격조로의 역할이 부여될 수도 있으며, LG의 팀 사정에 따라서 엔트리 조정이 있으면 그 때 다시 퓨처스리그 팀이 있는 이천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 선수 경험이 없었던 한선태는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는 것 자체로도 많은 야구인들에게 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한선태가 던졌던 17구는 다른 또래들보다 늦었지만,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열정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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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트윈스 한선태1군데뷔 아마추어비선수출신 한선태활용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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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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