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이 스토리4> 포스터

영화 <토이 스토리4>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리는 늘 내 옆의 누군가가 떠날 것을 두려워한다. 태어나서는 엄마가 자기를 버릴까 두려워하고, 나이를 먹으면 부모님께서 돌아가실까봐 늘 두려움을 안고 산다. 학교에 입학하면서는 친구가 자기와 놀지 않을까 걱정한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그 고민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내 옆의 연인이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가지 않을지, 내 주변 동료가 나와 관계를 끊지 않을지, 고용주가 자기를 갑자기 해고하지 않을지 항상 걱정한다. 결혼 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그 고민이 이어진다. 아이가 크면 클수록 대다수 부모들은 아이가 언젠가는 자신의 옆을 떠날 것을 안다. 하지만 키울 때는 그때의 걱정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인간은 평생 외로움에 갇히지 않기 위해 애쓰는 종족인지 모른다. 그래서 주변의 누군가의 관심을 얻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들과 같이 있는 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어른이 된 후에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통해 놀이를 즐긴다.

하지만 영유아, 그리고 청소년기에는 그 외로움을 덜어주는 장난감이란 존재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장난감은 아이가 자라는 과정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한다. 대다수 장난감은 심심해 하는 아이들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무서움에 떨 때도 옆을 지키며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아이는 늘 자신의 옆을 지키고 즐겁게 해주는 장난감들을 정말 소중하게 다룬다. 수많은 장난감들은 아이 옆을 떠나지 않고 아이가 필요로 할 때까지 옆에 있어준다. 아이에게 장난감은 부모 다음으로 가장 믿을 수 있고 재미있는 존재다. 

끝까지 아이 옆을 지키는 장난감들의 이야기
 
 영화 <토이 스토리4> 장면

영화 <토이 스토리4>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장난감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이 보지 않을 때, 장난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대화한다는 상상력으로 시작된 이 시리즈는 그동안 언젠가 떠날 존재의 곁에서 최선을 다 하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왔다.

카우보이 장난감 우디(톰 행크스)와 우주비행사 버즈(팀 알렌)의 만남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1편에서는 새로운 존재에 대한 경쟁심과 두려움을, 2편에서는 사랑하던 절대적인 존재에게 버려질 거라는 두려움을 대면하는 장난감들의 보여주었고, 3편에서는 떠나는 절대적 존재의 진심과 새로운 시작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장난감들의 모험으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장난감이란 존재를 통해 우리 삶 속 아련한 추억들을 꺼내보게 만들어 잔잔한 울림을 줬다.  

장난감은 어쩌면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수많은 장난감을 구입하고, 가지고 놀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하나 둘 잊히고, 다른 외부의 존재에 눈길을 돌린다. 쉽게 버려지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 인생에선 '하찮은 존재'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난감이 즐거운 유년기 속 추억들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 안 된다.

영화 속 앤디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이웃집 여자아이 보니(매들린 맥그로우)에게 준다. 그러면서 앤디는 보니에게 우디와 버즈, 그리고 나머지 장난감들으 어떤 방식으로 가지고 놀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어렸을 적부터 앤디 자신이 장난감들과 했던 일들, 기억을 보니에게 알려준 것이다. 앤디의 이야기 속 장난감들은 결코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앤디가 보니에게 장난감을 준 이유는 그가 장난감들을 소중하게 다룰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앤디의 추억들은 있는 그대로 보니에게 전달되었고, 아마도 앤디의 기억 속에 평생 동안 남게 될 것이다. 

새로운 주인을 만난 장난감들의 또 다른 모험
 
 영화 <토이 스토리4> 장면

영화 <토이 스토리4>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실 그것이 우리가 아는 <토이 스토리> 장난감 이야기의 끝일 줄 알았다. 꽤나 감동적이고 멋진 결말이었기 때문에, 시리즈 4편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4>는 아직 그들이 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영화는 장난감들의 주체적 인식을 좀 더 부각해 표현했다. 물론 이전 시리즈 속 장난감들에게 그런 주체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주인 옆을 지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해 노력했다. 주인이 언젠가는 떠날 것을 알고 그것에 대해 두려워하면서도 그들은 최선을 다해 주인 그리고 친구들의 옆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특히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우디는 장난감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했다. 그는 모두가 앞으로 뛰어갈 때 뒤를 돌아볼 줄 아는 장난감이었다. 그는 시리즈 내내 앞으로 가야 할 상황에서 뒤에 남은 장난감들을 걱정했다. 그래서 우디는 늘 앞으로 가다가도 남은 이들을 위해 다시 뒤로 향했다. 이번 <토이 스토리4>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태어난 지 가장 오래된 장난감일 우디는 위기의 상황에서 몇 번이고 다시 뒤로 뛰어간다. 심지어 모든 장난감들이 포기한 상황에서도 다시 위험 속으로 몸을 던진다. 

새로운 주인 보니를 지켜줘야 한다는 우디의 견고한 철학은 그가 과거 앤디와 함께 했던 경험에서 유래한다. 다른 장난감들은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오래 인간 옆에 있었던 그는 보니가 왜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지,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 그래서 어떤 도움을 줘야 그 아이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장난감이다.

영화 속에서는 장난감의 주인으로 표현되지만, 사실 아이(주인)가 성장할 때까지 옆에서 지켜준다는 의미에서 한편으로 우디는 부모 역할도 할 줄 아는 장난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디는 앤디와 시간을 보내며 한 아이가 훌륭한 성인이 되는 과정을 겪었고, 똑같은 과정을 보니가 겪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본다. 단, 우디는 보니의 소중한 장난감 리스트에서는 점점 멀어지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디는 다른 장난감과는 다르게 보니의 흔들리는 감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 누구보다 이타적인 존재들로 그려지는 장난감들
 
 영화 <토이 스토리4> 장면

영화 <토이 스토리4>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버즈나 다른 장난감들은 우디만큼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영화 속 고민하는 우디는 버즈에게 마음 속 자신과 대화한다고 하지만 버즈는 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즉, 우디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수없이 되물음으로써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여 결정하지만, 버즈나 다른 친구들은 아직 그 정도의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우디를 제외한 친구들이 아예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그들은 다른 장난감이나, 주인 보니를 진심으로 걱정할 줄 알고 문제가 생기면 일단 몸을 던진다. 결국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우디나 버즈를 비롯한 모든 장난감들은 다른 어떤 이들보다 이타적인 존재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리즈에서 장난감들은 자신을 위한 선택보다는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해왔다. 특히나 그들을 소유하고 있는 주인 곁에 머물면서 그들의 사랑을 갈구했던 장난감들은 이기적인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이번 <토이 스토리4>에서 다시 등장하는 보핍(애니 포츠)은 과거 시리즈의 모습에서 탈피해 주체적인 삶을 사는 장난감이 되었다. 과거 우디와 사랑하는 관계였던 보핍은 앤디의 동생에게 버려져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된 장난감이었다. 장난감의 운명이란 어쩌면 버려지는 것이 숙명일지 모른다.

영화 맨 처음에 등장하는 우디와 헤어지는 순간에도 보핍은 그것이 자신들의 숙명이라며 그 상황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보핍은 그 버려짐의 삶을 끊고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찾으려 노력하는 장난감으로 변모했다. 그래서 과거 시리즈의 모습과는 다르게 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결단력이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영화는 떠날 날이 정해져 있는 주인 곁을 지키는 삶과 그 주인 곁을 떠나 주체적인 삶을 사는 두 가지 상황 중 어떤 것이 옳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두 가지 삶이 모두 의미가 있고, 무엇보다 그것이 장난감 스스로 택한 것이라면 존중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대다수 사람은 부모가 되고 아이를 위한 이타적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 아이는 떠날 것이고, 우리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부모들은 뒤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다시 돌아온다. 장난감들이 아이의 성장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듯이, 부모들도 아이의 곁에서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킨다. 그리고 아이가 성장을 마치고 떠나야 할 때가 되었을 때, 그들을 놓아준다. 아이가 떠남을 선택하듯, 부모도 그 다음에 가야 할 길을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장난감들

그 다음 부모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장난감들은 다시 다른 주인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아니면 자신이 직접 다른 주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들도 아이 대신 애완동물이나 식물을 키울 수 있다. 다른 아이를 입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선택하는 건 부모 자신이다. 결국 수많은 부모들도 주체적인 삶 속으로 몸을 던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음에 대한 결정을 자기 자신이 한다는 것이다. 우디가 선택한 삶, 버즈가 선택한 삶 그리고 다른 장난감들이 선택한 삶은 모두 존중받아 마땅하다. 시리즈 내내 주인의 삶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였던 수많은 장난감들은 <토이 스토리4>를 통해서 각자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캐릭터로 한 단계 진화했다.

몇몇 캐릭터들은 다른 선택을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건 역시 우디다. 시리즈 내내 뒤를 돌아보던 장난감 우디는 여전히 그 따뜻한 시선으로 뒤를 돌아볼 줄 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보니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포키(토니 핼)를 되찾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보니가 자는 시간에도 도망치려는 포키를 지키고 있는 우디의  모습은 그가 가진 사명이 얼마나 순수하고 대단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 악당으로 등장하는 개비개비(크리스티나 핸드릭스)는 주인에게 버림받았고 그것이 자신의 고장 난 음성 기능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단지 그것뿐은 아니었다. 골동품 가게에서 주인의 선택을 한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그는 결국 자신의 의지로 주인을 선택하고 자신의 삶을 찾는다. 우디와 버즈, 그리고 다른 장난감들이 선택한 삶은 그대로 개비개비에게도 영향을 주고 결국 그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간다. 결국 모든 장난감들은 자신을 위한 삶을 스스로 선택한다. <토이 스토리4>에 등장하는 모든 장난감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성장을 이루어낸다. 영화는 기존에 등장하던 캐릭터부터 악역을 맡은 캐릭터까지 어느 것 하나 대충 보내지 않는다.

이별은 새로운 시작

우디를 비롯한 장난감들은 이제 외롭지 않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들을 떠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 또한 새로운 장난감이 생긴다고 해서 질투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리즈 내내 많은 경험을 했고 그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줄 안다. 여정의 끝인 줄 알았던 <토이 스토리3>는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소환하고, 각자의 길을 찾아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는 <토이 스토리 4>의 결말은 완벽했던 3편에 큰 의미를 더해준다.  

영화 <토이 스토리4>는 코미디, 액션, 공포, 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고르게 포함하고 있다. 특히 악당으로 등장하는 개비개비와 그의 오른팔 벤슨이 선사하는 공포감은 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밖에도 보핍의 친구로 등장하는 기글(엘리 마키), 스턴트맨 듀크(키아누 리브스)등이 선사하는 유머도 굉장히 사랑스럽고 타율도 높은 편이다. 특히나 새로운 장난감으로 등장하는 더키나 버니가 보여주는 유머는 관객들의 배꼽을 빠지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 내내 영화의 선봉장에 서서 이끌어가던 우디는 <토이 스토리4>에서 절정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시리즈 내내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담았던 <토이 스토리>는 그 이별의 순간이 결코 끝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이별과 버려짐의 순간은 두렵다. 그것은 어쩌면 수많은 장난감들이 맞이해야 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다음을 선택할 수 있다. 영화 속 모든 장난감들이 각자 원하는 길을 선택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별 이후의 새로운 모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이미 되어 있다. 

영화의 말미 우디는 버즈의 대사를 빌려 혼잣말로 이야기한다. 

"To Infinity and Beyond!(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그들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옆을 지켜주는 수많은 장난감들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와 함께 무한한 모험을 떠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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