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다 쿠미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나카다 쿠미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 국제배구연맹

 
"오늘 가장 한국 팀의 경기력이 좋았고 강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카다 쿠미(54세)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한국 여자배구가 3가지 측면에서 이전과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일본 여자배구는 19일 충남 보령시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대회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한국이 세트 스코어 3-0(25-18, 25-18, 25-23)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2승째를 거두며, 20일 폴란드전 결과에 따라 최하위 탈출 가능성도 생겼다.

사실 경기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 배구계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일본 대표팀은 1군 주전 멤버 전원이 경기를 뛰고 있는 반면, 한국 대표팀은 양효진, 박정아, 이재영, 이소영, 김해란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태였다.

이번 VNL 성적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일본은 7승 6패로 16개 참가국 중 7위를 달리며 '6강 결선 라운드'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한국은 1승 11패로 최하위를 기록하며 고전을 거듭했다.

평일 5시 경기에 '만원관중' 초과... 4000명 '뜨거운 열기'
 
 한일전 승리 '환한 표정'... VNL 경기 직후 기자회견, 왼쪽부터 김희진, 김연경, 라바리니 감독(2019.6.19)

한일전 승리 '환한 표정'... VNL 경기 직후 기자회견, 왼쪽부터 김희진, 김연경, 라바리니 감독(2019.6.19) ⓒ 국제배구연맹

 
하루 전인 18일 경기에서도 한국은 도미니카에 1-3으로 패했다. 큰 점수 차이로 앞서가다 갑작스럽게 '연속 대량 실점'을 내주고 역전패를 당하는 모습도 계속됐다. 특히 김연경이 후위 자리에 있을 때 전위 공격수들이 득점을 내지 못하면서 연속 실점을 하고, 세터도 중요한 순간 경기 운영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본전 승리에 대한 기대가 매우 낮을 수밖에 없었다. 패하더라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숙명의 한일전에서도 완패할 경우, 대표팀 분위기와 8월 올림픽 세계예선전 준비 등 여러 면에서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예상밖의 완승을 거두면서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그동안 성적 부진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 올림픽 세계 예선전을 앞두고 기대감도 커졌다. 라바리니 감독이 추구하는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가 한일전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한일전이 열린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은 만원 관중을 훨씬 초과하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이날 공식 발표한 관중수가 3850명이었다.

보령종합체육관의 좌석수는 2742석이다. 만원 관중 수보다 무려 1000명 이상이 입장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통로에 서서 관전하는 팬들도 많았다.

경기 장소가 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방이었고, 경기 시간도 학생과 직장인이 직관하기 어려운 평일 오후 5시 경기였다. 그럼에도 여자배구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선수들은 승리로 화답하며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일본은 '슬픈 날'... 역대급 완패, 6강 결선 탈락
 
 2019 VNL 한일전,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충남 보령종합체육관, 2019.6.19)

2019 VNL 한일전,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충남 보령종합체육관, 2019.6.19) ⓒ 국제배구연맹


반면 일본으로서는 슬픈 날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대표팀의 1군 주전 멤버가 풀로 출전한 경기에서 한국에 0-3 완패를 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국은 주전 멤버 상당수가 빠진 상태였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일본의 6강 결선 라운드 진출마저 무산시켰다. 일본이 한국에게 승리했다면, 20일 경기 결과에 따라 6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 패하면서 폴란드의 6강 진출이 확정됐다.

이로써 7월 3일부터 벌어지는 6강 결선 라운드는 브라질, 이탈리아, 중국, 미국, 터키, 폴란드로 최종 결정됐다.

경기 직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나카다 쿠미 감독과 코가 선수는 한목소리로 6강 결선 라운드 탈락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코가 선수는 "6강 진출이 목표였는데 실패했고,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표팀 감독의 한국 여자배구 평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일본이 패한 이유, 한국 대표팀이 이전과 달라진 부분, 단신 팀인 일본이 세계 강팀들의 장신화·강서브를 극복할 방안 등 다양한 질의가 쏟아졌다.

나카다 쿠미 감독은 패인으로 일본 대표팀에 김연경 같은 에이스가 없다는 점, 서브 리시브 불안 등을 꼽았다.

한국 대표팀이 이전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강한 서브, 빨라진 스피드, 토털 배구 3가지를 높이 평가했다. 단신 군단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스피드와 정확성을 높이고 벌심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나카다 쿠미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일문일답 내용이다.

- 오늘 경기 총평을 해달라.
"최근에 몇 번 한국과 시합을 했는데, 오늘 가장 한국 팀의 경기력이 좋았고 강했다. 6강 결선 진출이 무산이 돼서 그 점이 아쉽다.

일본 팀에는 한국처럼 김연경 같은 에이스 선수가 없기 때문에 선수 전원이 힘을 합쳐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 서브 리시브 측면에서도 더 개선하지 않으면 경기를 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는 한국 팀의 서브가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한국 팀의 플레이 스피드가 이전보다 빨라졌다. 그 때문에 흐름을 끊는 타임이 적어서 전체적으로 경기를 정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 일본이 한국과 대결한 최근 경기 중에서 오늘이 가장 어려운 경기였다고 말했는데, 한국 팀의 오늘 플레이가 이전과 달라진 부분은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전에는 김연경 선수에게 볼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는 라이트 김희진 등 다른 선수들과 균형이 맞는 배구를 한다는 점이 달라졌다."

- 일본 배구의 특징은 단신 군단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끈질긴 수비와 빠른 플레이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세계 강팀들의 추세가 갈수록 장신화되고 파워도 강력해지고 있다. 단신 팀인 일본이 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일본 배구의 신장은 계속 작았다. 세계적으로 기술이 좋은 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신장은 어차피 세계적인 강팀들에 따라갈 수 없다. 일본은 스피드와 정확성을 추구하고, 범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 일본 대표팀의 공격수 운영을 살펴보면, 라이트 공격수인 신나베 리사가 서브 리시브에 적극 가담하고, 레프트 공격수 중에서 한 명이 서브 리시브를 안 하고 뒤로 빠진다. 그런데 서브 리시브를 받는 선수와 안 받는 선수가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매 경기마다 또는 경기 도중에도 자주 바뀐다. 그렇게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
"VNL 대회 자체가 경기 스케줄이 굉장히 타이트하고 힘들다. 고정 멤버로는 경기를 계속 하기 힘들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하면서 상대팀에 맞게 최대한 베스트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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