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

KIA 이범호 ⓒ 연합뉴스

 
베테랑 타자 이범호(KIA 타이거즈)가 예상보다 빠른 은퇴를 결정했다. 2016년부터 3+1년 36억 원 계약의 옵션 시즌이 발효되어 이번 시즌까지 채우고 은퇴할 예정이었지만, 부상 여파로 인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이번 시즌을 착실히 준비하려 했다. 그러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스프링 캠프에서 중도 이탈했고, 함평 잔류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하지만 4월이 되면서 이범호는 1군에 등록됐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상태임이 확인됐다. 그러나 부상 회복이 더뎌 본래의 포지션인 3루수로 풀 타임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더구나 외야 수비가 약한 나지완과 노쇠화로 수비에 부담이 생긴 최형우 등이 지명타자로 출전했기 때문에 이범호는 사실상 대타 요원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햄스트링 부상 여파, 출전 빈도 낮았던 마지막 시즌

그러나 이범호는 4월 30일 다시 1군에서 말소됐다. 다시 함평으로 가서 재활에 몰두했으나, 3루 수비를 하면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김기태 전 감독이 자진사퇴한 뒤 박흥식 감독대행이 잔여 100경기를 맡으면서 KIA는 현실적으로 리빌딩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KIA는 6월 18일까지 시즌 71경기를 치렀다. 홈 경기 순연이 한 번도 없는 키움 히어로즈가 이미 가장 많은 74경기를 소화했으며, 수도권 팀들 중에서는 LG(71경기)를 제외한 다른 팀들이 72경기를 넘기며 전반적으로 2019 KBO리그 시즌의 절반이 넘어간 상태다.

KIA는 2017년 한국 시리즈 챔피언을 포함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3시즌 모두 시즌 막판에 힘이 부쳐 순위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은 6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 0으로 승률에서 간신히 앞서 포스트 시즌에 올라갔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후유증이 2019년에 한꺼번에 터졌다. 이범호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올 시즌을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었으며,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5월 중순까지 최하위권까지 추락하기에 이르렀다.

퓨처스리그 감독이었던 박흥식 대행이 팀을 수습하면서 바닥을 치고 올라왔으나 올 시즌 KIA의 상황을 봤을 땐 선두권 진입에 한계가 있다. 아직 박흥식 대행이 공식적으로 리빌딩을 선언하지는 않은 상태라 베테랑들이 출전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5위권을 따라잡기에는 승차가 꽤 많이 벌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범호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부상 여파로 수비나 주루에서 힘든 모습을 보이는 자신이 타격 때문에 자리를 채우는 것보다는, 활용도가 높은 건강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듯하다.

클러치 히터 이범호, 역대 그랜드 슬램 1위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2000 드래프트 2차 지명 1라운드 8순위)한 이범호는 2002년부터 주전 3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2009년 제 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선수로 참가, 대한민국 대표팀의 준우승에 기여했다.

FA 자격을 얻은 2010년에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1년 동안 일본 리그를 경험했다. 1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이범호는 KIA로 이적하여 활약했다. 주장을 맡았던 시기였던 2016년에는 138경기에서 타율 0.310에 33홈런 108타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으며 2017년에는 KIA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 등극에도 기여했다.

KBO리그 19시즌 동안 이범호는 현재까지 1995경기 통산 0.271 타율에 1726안타 329홈런 954타점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329홈런은 KBO리그 개인 기록 부문에서 역대 5위다. 2019년 시즌 홈런을 추가하면서 6위 심정수(328홈런)의 기록을 넘어섰다(역대 4위 이호준 357홈런).

이범호는 329개의 홈런 중 그랜드 슬램(만루 홈런)이 무려 17개로 이 부문 KBO리그 역대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클러치 상황에서 뛰어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아쉽게 1000타점에 도전하진 못하게 되었지만 주자가 모여있을 때의 타격 능력이 뛰어나 954타점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이범호의 은퇴식이 예정된 7월 13일까지는 이범호가 역대 5위 및 현역 1위의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그 이후 현역 1위 기록은 최정(321홈런 역대 7위)이 넘겨 받게 되는데, 그가 1987년생의 비교적 젊은 나이인 점을 감안하면 올 시즌 안에 심정수와 이범호의 기록을 뛰어넘어 역대 5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범호에 대한 KIA의 예우, 2000경기 채울 기회 준다

이범호의 은퇴식은 7월 13일 한화와의 홈 경기에서 열린다. 이범호의 데뷔 팀이 한화였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 또 5경기가 남은 2000경기 출전 기록도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정도까지 부상이 심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은퇴식이 열리는 날을 포함하여 5경기의 추가 출전 계획을 세운 것이다.

아직 이범호가 1군으로 콜업되는 날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은퇴식까지 남은 1달 안에 1군 엔트리에 포함될 예정이며, 대타나 지명타자 혹은 교체 출전 등을 통하여 남은 5경기를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엽의 경우처럼 마지막 은퇴 경기는 선발로 출전할 수도 있다.

이범호가 2000경기를 채우게 되면 이 부문 역대 13번째 선수가 된다. 이승엽의 경우처럼 은퇴전까지 홈런을 추가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범호의 기록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반기까지 기록을 추가할 기회가 남은 베테랑 이범호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에 어떠한 기록을 남기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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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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