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5일, 브라질 살바도르 폰테 노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콜롬비아 B조 축구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의 모습.

2019년 6월 15일, 브라질 살바도르 폰테 노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콜롬비아 B조 축구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의 모습. ⓒ 연합뉴스/EPA


리오넬 메시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한으로 남아 있는 메이저 대회 제패의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콜롬비아와의 코파 아메리카 첫 경기에서 충격 패를 당했다.

아르헨티나는 16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2019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B조 조별 리그 1차전에서 0-2로 완패했다.

아르헨티나는 1979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볼리비아에 1-2로 패한 이후 1차전에서 8승 5무로 13경기 연속 무패를 내달린 바 있다. 이번 첫 경기 패배는 무려 40년 만이다. 아르헨티나는 남은 파라과이, 카타르전에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의 조직적인 수비에 고전

이날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은 세르히오 아구에로, 2선은 앙헬 디 마리아, 리오넬 메시, 지오바니 로 셀소가 포진했다. 중원은 귀도 로드리게스, 레안드로 파라데스가 책임졌고, 포백 라인은 니콜라스 탈리아피코, 니콜라스 오타멘디, 헤르만 페쩰라, 렌소 사라비아로 구성됐다. 골문은 프랑코 아르마니가 지켰다.

반면 콜롬비아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4-3-3으로 응수했다. 전방은 라다멜 팔카오가 나섰고, 좌우에 루이스 무리엘,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배치됐다. 메짤라 자리에는 마테우스 유리베, 후안 콰드라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윌마르 바리오스가 포진했다. 포백은 윌리암 테시요, 다빈손 산체스, 예리 미나, 존 메디나, 골키퍼 장갑은 다비드 오스피나가 꼈다.

전반 14분 만에 부상을 당한 무리엘 대신 로저 마르티네스가 교체 투입되면서 다소 어수선한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지루한 전반전의 흐름으로 전개됐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 대표팀에서 보여준 단단한 수비와 역습 전술을 빠르게 콜롬비아에 이식시키며, 대회를 잘 준비한 듯한 인상을 줬다. 콜롬비아의 일사 분란한 수비 조직력은 화려한 네임밸류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충분히 지우고도 남았다.

아르헨티나는 전체적으로 공격 템포를 느리게 가져갔고, 유기적인 부분 전술이나 동료들 간의 호흡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콜롬비아의 간헐적인 공격이 더욱 매서웠다. 전반 15분 팔카오의 패스를 받은 마르티네스의 슈팅은 수비 맞고 빗나갔다. 전반 34분 하메스의 왼발 중거리 슈팅은 높이 떠올랐고, 39분 팔카오의 슈팅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상대 카운터 어택에 2실점 패배

아르헨티나는 후반 시작과 함께 파레데스의 날카로운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활로를 열기 시작했다. 후반 13분 메시의 프리킥 슈팅은 오스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21분에도 문전 혼전 상황에서 메시의 헤더 슛이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4명의 수비와 5명의 미드필더 라인을 형성한 뒤 좁은 간격으로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막아낸 콜롬비아는 후반 26분 역습 상황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마르티네스가 횡적인 돌파를 통해 왼쪽 측면에서 사라비아를 제친 뒤 대포알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콜롬비아는 후반 41분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앞서 후반 19분 투입된 헤페르손 레르마와 후반 36분 들어온 두반 사파타가 팀의 두 번째 골을 합작했다.

이번에도 역습이 통했다. 레르마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사파타가 마무리 지었다. 결과적으로 케이로스 감독의 완벽에 가까운 용병술이 통했다. 교체 투입한 마르티네스, 레르마, 사파타가 모두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낸 것이다.

메시, 이번에도 메이저 대회 무관에 그칠까

이번 코파 아메리카의 관전 포인트는 메시의 우승 여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클럽 무대에서는 엄청난 성과를 달성했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아직까지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4회, 코파 아메리카 4회에 참가한 메시는 번번히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아르헨티나는 역대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루과이(15회 우승)에 이어 역대 두 번째(14회)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포츠 베팅 전문 업체 'BET365'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우승 배당률은 4.75로 전체 2위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개막 이전부터 불안 조짐을 보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 아홉 차례 평가전에서 6승 1무 2패를 기록했는데, 대부분 약팀과의 승리였다.

지난해 9월 콜롬비아와 0-0으로 비겼고, 10월 평가전에서는 브라질에 0-1로 패했다. 물론 당시에는 에이스 메시가 결장했다. 메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 잠정적인 휴식기를 가진 뒤 지난 3월 A매치 때 대표팀에 복귀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출전하고도 베네수엘라에 1-3으로 패하며 실망감을 남겼다. 니카라과와의 최종 평가전에서는 5-1로 대승했지만 상대가 너무 약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르헨티나의 졸전은 예상대로였다. 콜롬비아는 단 2개의 유효슈팅을 2골로 연결시키는 집중력과 골 결정력을 선보였다. 이에 반해 아르헨티나는 13개(유효슈팅 6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효율은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언제나 메시에 의존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아구에로, 디 마리아, 로 셀소 등 조력자들이 부진을 거듭했다. 여기에 메시마저 활약하지 못한다면 아르헨티나가 기대할 구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파 아메리카에서마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게 현재 아르헨티나와 메시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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