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의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100%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작품, 빌리언 달러(10억 달러) 수익을 돌파한 최초의 애니메이션(<토이 스토리3>), 그리고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픽사를 인수한 뒤 자신의 명성을 되찾는 데 일조한 작품이 바로 <토이스토리> 시리즈다. 1995년 1편의 큰 흥행은 분명 디즈니 중심의 애니메이션 판도를 흔들었고, 이후 다양한 작품의 탄생에 시발점이 됐다. 

이 시리즈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그래미 어워드를 휩쓸며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또 '1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없다'는 영화계의 오랜 속설을 깨 왔다. 그리고 오는 20일 네 번째 시리즈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의 영원한 파트너 우디(톰 행크스)가 어엿한 대학생이 된 앤디와 이별하며 많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3편 이후 4편의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 일각에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멋진 엔딩을 선사한 이 시리즈가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충분히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신진세대의 등장

<토이 스토리4>의 선택은 새로운 캐릭터를 대거 등장시키면서 장난감들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방식이었다. 앤디를 떠나 귀엽고 내성적인 여자아이 보니(매들린 맥그로) 곁에 머물게 된 우디는 오랜 친구 버즈(팀 알렌), 제시(조안 쿠삭) 등과 함께 자신들의 역할을 십분 발휘하려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고, 아이들의 취향과 성격 또한 다양한 법. 더 이상 보니의 선택을 받지 못해 구석에만 처박혀 있는 날이 많아지자 우디는 음에서 보니를 보살피려 한다. 

우디는 보니가 직접 만든 숟가락 장난감 포키(토니 헤일)의 정체성 깨우치기에 나선다. 과거 직접 아이의 친구가 돼 주고 동심을 보살폈던 우디가 어느새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전파하는 기성세대가 된 것이다. <토이 스토리4>는 이 과정을 진지하거나 무겁게 그리지 않는다.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포키를 보다 보면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온다.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야기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잘 깨닫지 못하는 포키와 인내와 애정으로 그를 가르치는 우디 사이의 로드 무비가 되었다가, 이 둘을 노리는 불량인형 개비개비(크리스티나 헨드릭스)가 등장하는 지점에선 스릴러 요소까지 담보한다. 복합장르적 성격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나씩 제시하며 영화는 왜 4편이 등장했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설파한다.

옛 친구와의 이별에 슬퍼했던 관객이라면 이번 영화에선 그만큼 웃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동심을 지키고, 변치 않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장난감의 정언 명령은 변함없다. 인간이 보지 않는 순간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1편의 기본 설정 역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4편에서 나아간 지점이 있다면 '인간과 장난감의 의리'를 강조하던 기존 주제의식이 존재 이유와 진정한 정체성을 묻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데 있다.

2편 이후 자취를 감췄던 우디의 옛 친구 보핍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앤디의 동생 몰리의 단짝이던 보핍은 우디와 헤어진 뒤 스스로 방랑 생활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4편에서 우디와 재회한 보핍은 위기의 순간 주요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기성 가치와 새로운 내면세계에서 고뇌하는 우디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주인공 캐릭터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빌런, 그리고 주인공을 깨우치게 하는 존재가 모두 여성 캐릭터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가부장적 성역할 고정의 첨병 노릇을 하던 장난감을 다시금 돌아보게도 한다. 여자아이에겐 보핍 같은 공주 인형이, 남자아이에겐 우디 같은 보안관이 주어져 각자의 성 역할을 은연중 주입한다는 것에 대한 제작진의 도전의식이었을까. 핑크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자신의 새 동료이자 미니 인형 기글 맥딤플즈와 함께 하는 보핍의 등장이 반갑다.

여기에 더해 여러 새로운 캐릭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오래전 아이를 떠나 독립된 생활을 하는 캐나다 스턴트맨 인형 듀크 카붐(키아누 리브스), 놀이공원 인형 뽑기 부스에 메여있다가 우연히 버즈와 함께 탈출하게 된 만남 콤비 더키(키건 마이클 키)와 버니(조던 필)는 이번 시리즈에서 큰 웃음을 담당한다. 특히 키아누 리브스의 느끼한 목소리 연기가 꽤 새롭게 다가온다.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의 한 장면.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한 줄 평: 2019년에 걸맞은 주제의식, 재미 또한 충분하다
평점 : ★★★★☆(4.5/5)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 관련 정보

감독: 조지 쿨리(<인사이드 아웃> 각본)
출연: 톰 행크스, 팀 알렌, 애니 파츠, 토니 헤일, 키아누 리브스 등
수입 및 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북미개봉: 2019년 6월 21일
국내개봉: 2019년 6월 20일
토이 스토리 픽사 톰 행크스 키아누 리브스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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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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