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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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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 블랙리스트에 올릴 게 뻔히 보인다."

나경원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원내대표가 '블랙리스트'를 언급하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한국당은 앞서 29일, 당 차원에서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를 열고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등 관계부처의 참석을 요청했다. 당초 몇몇 부처는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 대신 실무자를 보내기로 한 곳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오전 을지태극연습 상황 보고 등의 이유로 일제히 불참을 통보했다.

한국당은 결국 빈 의자들을 앞에 두고 단독 회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이 '모두 불출석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정권의 이익을 계산해 공무원들을 출석시키지 않는 것이 이 정권의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 앞에서는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공무원을 정권의 친위부대로 만들겠다는 것"

나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전날 회의에 관계부처 공무원이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을 두고 맹비난했다. 그는 "원래부터 야당과 행정부처의 업무협의는 회기를 가리지 않고 통상적으로 했다"라면서 "저희는 야당이라도 여당과 같은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그것이 당연히 야당으로서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무원들의 불참을 두고 "이게 공무원의 뜻이었겠느냐"라며 "결국 청와대가 시킨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정황이 있다"라면서 "블랙리스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정권은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을 문정권의 문복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정말 못난 정권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마이크가 꺼진 줄 모르고 공무원을 비판했던 대화와 외교부 등 공무원 휴대폰 임의제출을 언급하며 "공무원 길들이기, 공무원 군기잡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공무원을 정권의 친위부대로 만들겠다는 게 이 정권의 내심이고, 그것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라며 "공무원 영혼 탈곡기를 사용해 공무원을 잡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두고 "좌파 포퓰리즘 정권의 전형적인 행태"라며 "3권 분립을 깨기 위해서, 입법부‧사법부를 무력화하고 정부의 관료들을 정치 조직화 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양심과 소신을 꺾고, 대신 이념과 권력에 대한 충성심만 넣으려고 하고 있다"라며 "국민의 삶 구석구석을 책임져야할 공무원의 정치적 장악을 멈춰라"라고 주문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최근 정부‧여당의 움직임을 총선대비용 북풍‧금풍‧관풍으로 규정하며 이번 사태도 '관풍'의 일종으로 봤다. 그는 이러한 "관풍의 주도자는 조국 민정수석"이라며 "차관급 인사를 통해서는 공무원을 장악해 조직을 꼼짝 못하게 했고, 공무원 핸드폰을 사찰해서 옥죄는 것으로 관풍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생색내기용 회의 자리... 정치적 공격 수단 악용"

이에 대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억취소악(憶吹簫樂)"이라는 사자성어에 빗대어 이를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자기가 아는 대로 자기 생각대로만 추측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뜻을 설명한 뒤 "요즘 자유한국당에게 딱 맞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 원내대표의 주장을 "어거지"라고 정의했다. "국회정상화는 외면하면서 괜히 민생 챙기는 척 '코스프레' 하다가 뜻대로 안 되니까 어거지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너무나 유아틱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지난 29일 오후 현안 서면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이 불출석하라고 해 (공무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라는 나 원내대표의 주장이 "명백한 허위이며, 민생 문제를 정쟁화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한 추경을 편성하자는 정부의 요구를 두 달 가까이 외면한 한국당이 정치투쟁만 일삼다가 국민적 비난이 일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생색내기용으로 회의를 마련하고, 이마저도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악용했다"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