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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정문앞에 걸린 현수막이 지금의 지역분위기는 말해준다
 5월 24일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정문앞에 걸린 현수막이 지금의 지역분위기는 말해준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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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보수언론과 종편들은 일제히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2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다 경찰을 폭행해 경찰관 19명이 이가 부러지거나 손목 인대가 늘어나는 등 부상을 당했다"며 '민노총에 유린당하는 경찰' '법질서 파괴 주범' 등 격한 표현을 쓰며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앞서 현대중공업이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분리·신설된 회사의 주식을 모회사가 전부 소유하는 기업분할 방식)을 추인하고 '본사 서울 이전'을 추진하자 현대중공업노조는 물론 지역구성원 각계가 이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3만여 명이 구조조정 된 조선소 현장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에서 최근 4년간 3만 5천 명의 동료가 일터를 떠났지만 총수 일가의 고액배당 속에서 원하청 노동자들은 임금동결과 삭감, 중간정산금 후려치기에 삶이 파탄났다. 그런데 또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에 자본을 몰아주고 7조가 넘는 부채는 현대중공업에 떠넘기는 물적분할을 추진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 16일부터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다 22일 8시간 전면파업에 돌입해 조합원 1000여 명이 금속노조와 함께 대우조선 해양 서울사무소와 계동 현대빌딩 앞에서 상경 투쟁을 진행했다. 경찰과의 마찰은 이때 나왔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본사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비단 노조만이 아니다. 울산시와 시의회, 구군은 물론 정치권도 이를 막기 위한 다방면의 대책을 강구중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중당 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그동안 친기업을 표방해온 자유한국당 이채익(울산 남구갑), 박맹우(남구을)의원까지 "한국해양조선이 울산을 떠나야 할 이유르 모르겠다", "한국해양조선이 울산을 떠나야 할 이유보다 남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며 반대하고 있다.

앞서 22일에는 울산시청 광장에서 보수단체들까지 가세한 범시민대회가 열려 "우리 시민은 현대중공업을 보내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현대중공업 본사이전을 막자는 결의를 하고 그 결의문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의 오너 다음의 실력자로 익히 알려진 권오갑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은 절대 없을 것이며, 그 동안 해왔던 지역발전 역할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약속을 드릴수 있다"고 지역 국회의원에 약속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지역구성원은 드문 것 같다.

이같은 흐름속에서 생존권을 내걸고 파업 중 상경투쟁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마찰을 빚은 노동자들을 범법자로 규정하는 것은 자칫 지역민심의 프레임을 역방향으로 바꾸려는 듯한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다.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지역구성원들이 왜 현대중공업의 본사이전을 반대하고 있는지, 노동자들이 왜 일손을 멈추고 멀리 서울까지 가서 투쟁을 벌여야 했는지는 생략한 채 그 과정에서 나온 폭력만을 부각하는 보수언론의 행보를 울산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태그:#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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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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