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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대흥동 대림빌림 10층에 입주해 있는 대전복지재단 사무실.
 대전 중구 대흥동 대림빌림 10층에 입주해 있는 대전복지재단 사무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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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문가들을 컨설턴트로 육성, 복지기관의 비전을 새롭게 정립해 주고, 나아가 경영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대전복지재단의 '경영컨설팅'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는 현장전문가들이 집단적으로 '참여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5월 초 대전복지재단 경영컨설팅사업 사명비전수립팀 컨설턴트들은 전체 의견을 모아 재단에 더 이상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며 중단을 선언했다.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잘 나가던 사업이었는데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사업'이란, 사회복지기관의 전문성 향상과 효율적인 재정 및 조직운영 등을 돕기 위해 대전복지재단이 지역의 현장전문가를 컨설턴트로 육성, 선정된 기관을 컨설팅해 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사명비전수립분야'와 '회계컨설팅분야' 등 두 개의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고, 컨설턴트들은 지역복지기관 등에서 15년에서 20년 이상 일해 온 현장전문가들로 선정됐다. 이들을 컨설팅 전문 민간기관이 슈퍼바이저가 되어 100시간의 교육과 100시간 실습 과정을 거쳐 컨설턴트로 육성한 뒤, 컨설팅을 원하는 복지지설에 이들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현장전문가를 컨설턴트로 육성한 까닭은 컨설팅 과정에서 현장전문가들이 가진 노하우를 다른 기관에 전수할 수 있고, 사업 기간 동안 일회성 컨설팅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 복지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효율적인 사후관리가 가능하고 지역복지계의 역량을 양쪽으로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

복지재단은 지난 2015년 이 사업을 처음 진행하면서 비전수립과 회계부분 각각 6명씩을 컨설턴트로 위촉하여 양성한 뒤, 2016년 4개 기관, 2017년 4개 기관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했다. 또한 그 해 2기 컨설턴트를 분야별로 5명씩 추가 위촉해 교육하고, 2018년 컨설팅사업에 1·2기 함께 참여했다.

이러한 경영컨설팅은 현장에서 굉장히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 컨설팅을 받은 기관은 지역복지계에서 잔뼈가 굵은 컨설턴트들의 컨설팅은 물론, 수시로 자문과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범사례로 평가 받아 광주광역시에서 이 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 사업을 배워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현재 일부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사명비전수립팀' 컨설턴트들이 '사업참여중단'을 선언했고, 재단은 일단 공모를 통해 컨설팅 대상 기관을 선정한 상태이다 보니, 전문업체 직원에게 컨설팅을 요청,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재단은 사업 중단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현장전문가들을 컨설턴트로 육성,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당초 사업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사업차질'은 분명한 상황인 것.

이러한 문제의 발단은 2018년 초 재단 인사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사명비전 컨설턴트들은 주장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6일 컨설턴트 회장을 맡고 있는 권용명 밀알복지관장을 비롯한 1·2기 컨설턴트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앞으로는 고삐 조이겠다" 모욕감 주는 발언이 시작

이들은 당시 현 재단 정관성 대표이사가 부임하여 경영컨설팅 담당자를 이 분야 실무경험이 없는 직원으로 바꾸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담당자가 그동안 해오던 업무를 잘 몰라 사업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컨설턴트들과의 소통도 잘 안되면서 2018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컨설턴트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재단에 수차례 전달했고, 특히 2018년 5월 평가워크숍을 통해 재단 담당자와 컨설턴트들의 소통의 어려움 해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주지 않았고, 사업의 차질은 물론 실무자와의 갈등상황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과 갈등을 품은 채 2019년 1월 사명비전수립팀 전체와 재단 실무자가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2018년 사업을 평가하고 2019년 사업을 새롭게 계획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 컨설턴트들은 비록, 자신들의 '실무자 교체' 요구가 반영되지 못했지만 새해를 맞아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으로 간담회에 임했다는 것이다.
 
2019년 대전복지재단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 사업을 안내하는 브로셔.
 2019년 대전복지재단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 사업을 안내하는 브로셔.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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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자리에서 담당 부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면서 갈등은 폭발하고 말았다. 이 부장은 마치 컨설턴트들을 자신들이 고용한 직원으로 여기 듯 '앞으로는 고삐를 죄겠다'고 말했다는 것.

이들은 이날 컨설턴트들이 공적자금으로 수당을 받으면서 재단에 과도한 요구를 하는 무례한 사람들로 취급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지난해 사업 차질을 빚은 원인을 컨설턴트에게 돌리며 업무처리에 '규정'과 '규약'을 만들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것.

특히 이 시기는 1기 위원들의 임기가 12월 31일로 끝나면서 재위촉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2기 위원들은 실무자의 실수인지 위촉장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활동해 왔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담당 부장이 '앞으로 활동을 평가해서 재위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모욕감을 느낀 일부 컨설턴트들이 항의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나머지 위원들도 이대로는 사업에 계속 참여할 수 없다고 판단, 간담회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재단의 대응 또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더욱 키웠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재단 대표의 잘못된 인사라고 의견을 모았다.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소통을 계속 해오던 직원을 다른 부서로 보낸 뒤, 실무경험 또는 능력이 부족한 직원을 배치해 소통이 어려워 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 여기에 간부 직원의 부적절한 인식과 태도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고 의견을 모아 단체행동을 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러한 과정과 '실무자 교체'의 뜻을 대전시 보건복지국장과 면담을 통해 전달했고, 이후 대전시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재단 관계자와 컨설턴트들이 간담회를 열어 중재에 나섰으나, 결국 문제 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시 재단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반복된 요구를 전달했고, 별다른 변화가 없자 다시 모임을 갖고, '이대로는 사업에 계속 참여할 수 없다'는 의견과 '대전시장 면담을 추진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는 '사업참여 중단'을 선언하는 내용을 재단 대표에게 권용명 컨설턴트 회장이 대표로 전달키로 했다.

재단대표, 컨설턴트 대표에게 '막말'... 사과요구도 거부로 갈등 봉합 실패

그런데 이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재단대표가 컨설턴트들을 대표하여 의견을 전달하던 컨설턴트 회장에게 막말을 했다는 것. 이후 컨설턴트들은 막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재단대표가 거부하면서 갈등은 봉합되지 못한 채 지금에 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컨설턴트들은 이 사업은 절대 중단되어서도 안 되고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복지기관이 비전을 새롭게 세우고, 조직의 역량이 강화되고, 사회복지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되면 그 모든 혜택은 그 지역과 서비스대상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복지서비스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라는 것.

또한 현장전문가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 조언함으로써 영리목적의 컨설팅 업체와 다르게 상세하고 전문적으로, 또한 사업 후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까지도 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고 효율적인 사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의미 있는 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뒷받침해 주어야할 재단이, 오히려 이들과 소통하지 못해 사업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피해는 결국 대전시민의 몫이라는 것.
 
지난 2017열린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 워크숍 장면(대전복지재단 갤러리)
 지난 2017열린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 워크숍 장면(대전복지재단 갤러리)
ⓒ 대전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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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재단 "부적절한 발언 사과했지만 컨설턴트들이 '안 하겠다' 고집"

이에 대해 복지재단은 일련의 과정은 사실이지만, 문제의 원인은 컨설턴트들에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일 오후 복지재단 대표실에서 만난 정관성 대표와 재단 관계자들은 컨설턴트들의 무리한 요구에 오히려 실무자들이 괴로워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당초 실무자를 교체한 인사와 실무자 교체 요구에 대해 "기관을 운영하려면 한 부서, 한 분야, 한 사업만 고려할 수 없다. 다양한 부서, 다양한 사업의 원만한 진행, 그리고 직원들의 역량강화 및 조직화합을 위해 업무 재배치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더더욱 외부에서 요구한다고 갑자기 실무자를 교체하는 것은 원칙에도 어긋나고, 그러한 요구를 수용한다면 조직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컨설턴트들은 대부분 지역의 복지기관장들이다. 나이로나 경력으로 선배인데, 그러면 잘 모르는 실무자를 다독여서 사업을 잘 진행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실무자 교체'만을 요구했다. 심지어 첫 실무자였던 직원을 다시 데려다 놓으라고 고집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바뀐 실무자가 소통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담당 부장은 "실무자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컨설턴트들에게 문제가 있다. 회계분야는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이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대부분이 기관장인 사명비전수립 컨설턴트들은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기관장에 어울리는 대우를 요구하는 것 같다. 그것이 소통이 잘 안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삐를 죄겠다'는 발언에 대해 "오해한 것이다. 고삐를 죄겠다는 표현은 문학적 표현이지, 어떻게 재단 실무자가 기관장들의 고삐를 죌 수 있겠는가"라면서 "그 이후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한분씩 한분씩 만나서 사과드리고 오해를 풀었다. 그럼에도 사업참여를 안 하겠다고 하시니 정말 그 이유를 모르겠고,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회계컨설팅 분야는 잘 진행되고 있다. 비전사명컨설팅은 컨설턴트들이 '안 하겠다'고 하셔서 불가피하게 그동안 슈퍼바이저 역할을 해 온 민간전문업체 직원이 상반기 2개 기관에 대해 컨설팅을 하는 것으로 하고 추진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며 "다만, 마음을 바꿔서 다시 참여하기로 하신다면 하반기에는 같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복지재단의 해명에 대해 컨설턴트를 대표하고 있는 권 관장은 "실무자 교체를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첫 실무를 담당했던 특정인을 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오히려 우리들은 실무자가 미숙해도 함께 잘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 담당부장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갈등을 폭발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담당부장이 사과했다고 하는 것도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다시 잘해보자고 간담회를 열어 놓고, 이미 컨설턴트들에게 안내 한번 없이 사업에 대해 공고를 내고, 사업설명회를 진행했다. 뒤 늦게 이를 알고 컨설턴트들이 '정말 이렇게는 할 수 없다'고 뜻을 모은 것"이라며 "과연 우리를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런 식의 일방적 일처리가 갈등의 씨앗이었는데, 지금도 전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우리들은 이 사업이 우리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니다. 우리도 각 기관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활동이 매우 힘들다. 특히 인격적 모욕까지 받으면서 이런 활동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복지기관에, 지역사회에 너무 필요한 사업이기에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재단이 조금만 더 노력해 주면 지역복지기관들은 물론, 시민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래서 우리 컨설턴트들이 어떻게든 잘해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대전복지재단, #경영컨설팅, #컨설턴트, #사회복지지설경영컨설팅,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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