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MHz> 포스터

<0.0MHz> 포스터 ⓒ (주)스마일이엔티

 
한때 대한민국 영화계에는 공포 장르가 유행했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스타 여배우 등용문이었고 <올가미>, <폰>, <장화, 홍련>, <알 포인트> 등의 공포영화는 언제나 화제가 되었다.

김하늘, 최지우, 하지원 등 톱 여배우들의 필모그래피에는 공포 영화가 꼭 한 편쯤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공포의 재미는 시들해졌고 대다수 영화들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방법으로 공포 대신 스릴러를 택했다.
 
<검은 사제들>, <곡성> 등의 일부 공포와 관련된 영화들이 흥행하였지만 이들은 공포보다는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배합된 장르에 가까웠다. 관객들은 더 이상 심령사진의 재현이라는 공포 장르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러던 중 흥행에 성공한 공포영화가 바로 <곤지암>이다. <곤지암>은 267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계에서 사라진 공포 장르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오는 29일 개봉 예정인 동명의 웹툰 원작 영화 < 0.0MHz >가 어렵게 되살려낸 공포 장르의 불씨를 이어갈 것인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0.0MHz> 스틸컷

<0.0MHz>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영화 < 0.0MHz >는 대학교 초자연 미스터리 동아리 '0.0MHz' 멤버들이 우하리의 한 흉가를 찾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두 가지 소재를 통해 공포를 유발해낸다. 첫째는 제목이 가지는 의미다. '0.0MHz'는 귀신을 부르는 주파수라고 하는데, 세계적인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이 죽기 직전까지 유령 탐지기를 발명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작품은 이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둘째는 강령술이다. 망자의 영혼을 불러오는 마술의 형태인 강령술은 여러 작품에서 선보인 바 있다. < 0.0MHz >는 이러한 강령술을 다른 작품들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한다. 한 인형은 목을 매달고 다른 하나의 인형은 붉은 피가 흐르는 소의 생간을 담은 물에 넣어두는 등 영화 < 0.0MHz > 속 강령술 의식은 기괴한 느낌마저 준다. 영화는 이 두 가지 소재를 통해 잡은 기본 베이스 위에서 공간적인 측면과 기교적인 측면, 리듬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효율적으로 공포를 유발해낸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우하리의 한 흉가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주는 외형은 물론 솥뚜껑이 닫혀 있는 부엌이나 장작 하나 없이 깊이 구멍이 파여 있는 아궁이 그리고 안에 공포를 유발하는 무언가 들어있을 것만 같은 장독대도 한몫 한다. 또 주변을 둘러싼 숲의 전경은 음침한 분위기를 더한다. 여기에 흉가가 되기 전 자살한 여자의 유령을 없애기 위해 굿을 하던 무당이 사지가 뒤틀린 채 죽는 도입부 장면은 시각적인 충격과 함께 공간이 주는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공포영화는 긴장감을 확 끌어올린 뒤 귀신을 등장시켜 공포감을 폭발시키거나 허무한 장면을 통해 놀라게 만드는 방식의 기교를 사용한다. 이 기교를 어떻게 부리느냐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공포의 질이 달라진다. 어떤 영화는 지나치게 귀신을 자주 등장시켜 후반부를 향할수록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반면 어떤 영화는 귀신의 등장을 지나치게 아끼다 보니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0.0MHz> 스틸컷

<0.0MHz>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 0.0MHz >는 이 기교를 적절하게 잘 사용한다. 흉가가 주는 자연스러운 긴장감과 강령술 장면이 지니는 기괴함 그리고 귀신 탐지가 지닌 호기심은 귀신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힘은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귀신의 등장을 최대한 미룰 수 있다. 영화는 귀신의 존재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과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그 정체를 공개하며 효율적으로 귀신이 지닌 힘을 강력하게 표출해낸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젊은 남녀들의 이야기에서 오는 리듬감 역시 인상적이다. 미국의 하이틴 호러 장르처럼 젊은 청춘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사랑과 유머, 욕망이 플롯을 다채롭게 만든다. 이는 지나친 긴장감 때문에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 있는 공포영화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일조한다. 다섯 인물 사이의 관계를 통해 드라마가 형성되고 이에 맞춰 공포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강약이 적절하게 조절된다.
 
화제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 0.0MHz >는 원작이 지닌 매력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해냈다. 대학생들의 흉가 체험이라는 간단한 플롯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포를 보여주는 <0.0MHz>는 <곤지암>의 열풍을 이어나갈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 씨네 리와인드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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