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회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The Best Years of a Life' 팀.

제 72회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The Best Years of a Life' 팀. ⓒ FDC

 
제72회 칸영화제는 어떤 숫자와 이슈를 남기고 있을까. 칸영화제 측은 성평등 지수를 강조하며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여성 영화인의 약진을 거듭 강조하는 모양새다.

지난해엔 영화제 기간 중 발생하는 각종 성폭력에 대한 보안 강화를 알리며 전용 핫라인을 개설하기도 했다. 올해는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여성 인원을 늘리는 식으로 성평등 확보에 신경을 썼다는 게 칸영화제 측의 설명이다. 

약진인가 제자리 걸음인가

칸영화제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 고용직원 974명 중 468명이 여성으로, 이는 약 48%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쟁부문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를 필두로 여성 4명, 남성 4명이 심사위원을 맡았고,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은 여성인 나딘 라바키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여성 2명, 남성 2명이 각각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단편 및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은 남성 3명, 여성 1명이 심사를 담당한다.

이어 영화제 측은 "올해 처음으로 영화 제출자의 성별을 분석했다"며 "장편의 경우 26%, 단편은 32%가 여성 감독이었으며, 학생 감독의 경우 44%가 여성이었다"고 알렸다. 올해 주요부문에 초청된 여성 수는 총 20명. 이 중 제시카 하우스너, 셀린느 시암마 등 4명이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경쟁작이 21편이라는 점에선 여전히 아쉬운 수치다.

이에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13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쟁작에 여성 감독 수가 적은 건 여성 감독의 출품작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라 답한 바 있다. 영화제 측에서 성평등 인식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일축한 것.

칸영화제가 올해 적극적으로 여성 관련 수치를 내놓은 건 2020년까지 남성과 여성 영화인 비중을 균등하게 하자는 'the 5050×2020 서약'에 근거한다. 칸영화제가 미투 운동, 타임즈 업(Time's up) 운동 등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영화계 내 성폭력 반대 운동에 발 맞추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15년부터 칸영화제와 패션브랜드 케어링은 '우먼 인 모션 어워드' 및 관련 부대행사를 영화제 기간 중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 배우 공리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간 제인 폰다, 이사벨 위페르 등이 이 상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자신의 첫 장편 <아틀란티크>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마티 디옵이 흑인 여성으로서 최초였다는 사실을 특기할 만하다. 72년 전통의 영화제에서 이제야 흑인 여성 감독 작품이 오른 것은 이유야 어쨌든 칸영화제든 세계 영화계든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임에는 분명하다.  

다양성은 떨어져
 
 제72회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쏘리 위 미스드 유> 팀들.

제72회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쏘리 위 미스드 유> 팀들. ⓒ 이선필

 
이와 함께 경쟁작들의 국적 역시 올해는 다소 편향된 양상이다. 지난해엔 프랑스 5편, 이탈리아 2편, 일본 2편을 비롯해 한국, 중국, 레바논, 이란, 폴란드, 이집트, 러시아, 터키 등 다양한 국적의 작품이 경쟁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시아와 중동이 유럽 영미권과 고르게 선택받아서 전 세계 영화계 흐름을 확인할 기회였다.

반면 올해는 프랑스 6편 미국 3편, 영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 유럽과 영미권 작품이 14편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나머진 한국, 중국, 세네갈, 브라질, 루마니아 등이 1편씩으로 비유럽-비영미권 국가의 작품 품귀 현상이 뚜렷했다. 물론 켄 로치, 페드로 알모도바르, 다르덴 형제 등 칸영화제에서 두 번 이상 수상한 중견 감독이 대거 포진해 있기에 중량감은 있다. 그럼에도 영화제가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한 건 아닌지 다양성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아쉬운 대목이다.   

출품 수만 놓고 보면 올해 칸영화제는 평작이다. 영화제 측은 공식 부문에 장편 1845편, 단편 4240편의 작품이 출품됐다고 밝혔다. 2018년엔 장편 1916편과 단편 4274편이, 2017년엔 1885편, 4766편이 출품된 바 있다. 또한 올해는 39개 국가의 작품이 칸영화제에서 소개된다. 2018년엔 35개, 2017년엔 42개였다.
 
이슈로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올해 칸영화제는 조용한 편이다. 마켓 소식이 그나마 눈에 띈다. 14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칸영화제 마켓은 예년에 비해 참가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할리우드 리포트>는 도널드 트럼프와 중국 간 무역 전쟁을 언급하며 영화제 마켓의 큰 손인 중국 바이어들이 떠나고 있는 현상을 보도했다. 영화제 기간 중 만난 국내 영화사 관계자들 역시 <오마이뉴스>에 "사람이 너무 없고 살 작품 역시 계속 적어지는 추세"라고 전해왔다.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필름 마켓 풍경.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필름 마켓 풍경. ⓒ FDC

 
영화제 초반 한국 영화계엔 부끄러운 이슈가 몇 개 있었다. 횡령 및 성접대 등 성 스캔들에 휩싸인 가수 승리와 정준영 관련 뉴스가 칸영화제 소식지에 담겼다. 영화제 공식 데일리지인 <버라이어티>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사례와 함께 이들 가수 이야기를 전하며 케이팝 문화의 자정 및 정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성폭력 이슈로 국내 영화계에서 퇴출되다시피 한 김기덕 감독은 칸영화제 개막에 맞춰 자신의 신작 <딘>을 마켓에 팔러 왔다가 국내 취재진들이 몰리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마켓 상영 당시 기자들 역시 출입을 요청했지만 김기덕 감독 측에서 막았다는 후문이다.
칸영화제 성평등 김기덕 승리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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