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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 숲길 '삼울길'
 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 숲길 "삼울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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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높고 곧게 뻗는 삼나무는 제주도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삼나무의 고향은 일본 혼슈 이남지역으로, 1924년부터 제주의 귤밭 주변에서 감귤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방풍림 또는 인공림으로 조성됐다. 삼나무는 소금기에도 잘 견디는 데다 키가 크게 자라서 해풍을 막는 데 아주 적격이라고 한다. 이때 삼나무와 함께 들여온 나무가 편백나무다. 

제주의 대문 역할을 한 '정낭'(덩어리 錠, 나무 木)에도 삼나무가 들어간다. 낭은 나무의 제주말이다. 속성수라 하여 빨리 자라는 데다 여러 쓰임새가 많은 삼나무는 남쪽과 섬 지방 같은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일명 '남부수종'이다.    
 
해송 혹은 곰솔 숲길.
 해송 혹은 곰솔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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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들이 노니는 노루생태원.
 노루들이 노니는 노루생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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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와 함께 심신에 좋은 삼림욕으로도 유명한 삼나무가 숲의 90%를 이루는 곳이 제주 절물자연휴양림(제주시 봉개동명림로 584)이다. 휴양림 주종인 삼나무 이외에 바닷가에서 방풍림 역할을 하는 해송(海松)숲이 풍성하게 조성돼 있다. 해안가에서 소금기가 섞인 바닷바람과 모래바람을 막아주는 강인한 나무 해송은 '곰솔'이라는 친근한 우리말이 있다.

휴양림의 숲은 규모가 무척 크다. 절물오름(697m) 가는 숲길, 울울창창한 삼나무 숲속 '삼울길', 너나들이길, 노루들이 노니는 노루생태관찰원, 걷다보면 수명이 연장되는 기분이 드는 장생의 숲길은 11km나 된다.

건강에 좋다는 물질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는 편백나무가 모여사는 숫모르편백숲길(8km)은 휴양림 외부에 있는 한라생태숲과 이어진다. 굳이 치유와 명상의 숲길이라는 팻말을 세우지 않아도 "아! 좋다~" 짧은 감탄과 함께 절로 말수가 줄어들게 되는 숲이다.
 
휴양림내 암자.
 휴양림내 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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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야생 대나무 조릿대(혹은 산죽) 숲길.
 키 작은 야생 대나무 조릿대(혹은 산죽)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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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자라는 키 작은 야생 대나무 조릿대(혹은 산죽) 숲길도 이채롭다. 이 나무는 쌀에 섞인 돌을 골라내기 위한 조리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바람에 '조릿대'란 이름이 붙었단다. 상쾌한 공기와 바람, 작은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푹신푹신한 숲속 흙길,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 참 좋다.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붉은 빛이 도는 돌 '송이'들이 숲길에 깔려있어 걸음걸음이 특별했다.

숲 길섶엔 때깔 곱고 소담한 들꽃들이 피어나 숲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길쭉한 모양의 야생화 현호색은 새들이 모여 있는 듯한 모습이 참 귀엽고 독특하다. 하늘색 보라색 파란색 흰색 등 때깔 별로 군락을 이루어 예쁘게도 피어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주머니처럼 길쭉한 꽃자루 안에 꿀이 가득 들어있어 꽃말이 '보물 주머니'라니 재밌다.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듯한 현호색.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듯한 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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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숲길에 자리하고 있었던 다른 꽃인 양지꽃​, 꽃다지, 제비꽃은 정말 꽃다운 이름인데 왜 이 꽃은 현호색이라고 이름 지었을까 궁금해 찾아보았다. 중국의 한자어 이름인 玄胡索을 그대로 따왔다.

현호색(玄胡索)은 색깔이 오묘한 빛을 띠고 있어 '현(玄)'이라고 하였고, 고대 중국의 북방 민족인 호국(胡國) 지역에서 생산되어 '호(胡)'라고 하였으며, 그 모양이 서로 꼬여있다는 뜻으로 '색(索)'이라고 하였다. 꽃 이름 하나를 우리나라 말로 바꾸지 못하고 한자음을 그대로 차용해서 쓰는 건 좀 아쉽다.​
 
수명이 연장될 것만 같은 '장생의 숲길'.
 수명이 연장될 것만 같은 "장생의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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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휴양림 숲길.
 이른 아침 휴양림 숲길.
ⓒ 절물자연휴양림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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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물자연휴양림은 당일치기나 1박 2일로는 다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숲이 크고 깊다. 안내장에 적혀있는 '전국 최고의 산림휴양생태관광지'란 문구가 허언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시원하고 맑은 물이 나오는 절물 약수터와 휴양림 숲속에 자리한 작은 절 약수암도 특별하다. 절물이란 이름은 오름 자락에 오래된 절과 함께 물이 풍성하게 솟아나 붙여졌다고 한다.

휴양림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숲속의 집을 이용하면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아침일찍 일어나게 된다. 일출 무렵에 깨어난 새들의 노랫소리 때문에 별 수 없이 일어나게 됐지만, 덕택에 몽환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이른 아침 숲속을 거닐 수 있었다. 개체수가 너무 많아져 유해조류로 취급받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마저 신묘하게 들려왔다. 

이 휴양림 이웃엔 제주 특유의 숲 곶자왈에 조성된 교래자연휴양림이 있다. 그 동안 제주에서 가장 크고 마음에 드는 볼거리는 바다라고 생각했다. 1박 2일간 절물자연휴양림에서 거닐고 머물면서 그 생각을 잠시 접어두었다. 제주엔 아름다운 바다와 360여 개의 오름, 웅장한 한라산 말고도 꼭 가봐야 할 청정자연이 있다. 바로 숲이다. 

* 절물자연휴양림 누리집 : http://jeolmul.jejusi.go.kr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sunnyk21.blog.me)에도 실립니다.


태그:#제주도, #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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