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승 310패 3무 승률 0.495'

2014 시즌이 끝난 후 부임한 김기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2015시즌부터 16일 마지막 경기까지 KIA에서 거둔 통산 성적이다. 김 전 감독은 4시즌 동안 16~18시즌까지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17시즌에는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 KIA는 8년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4시즌 동안 3번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으니 성적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아니, 전초전이 있었다. 18시즌이 끝난 후 김기태 전 감독은 팬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임창용 방출 때문이었다. 임창용의 방출에 대해 KIA는 젊은 선수 육성이라고 설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팬들은 없었다.

임창용은 지난 시즌 마무리를 책임졌는데 후반 들어 갑자기 2군으로 내려가고 이후 선발 보직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김기태 전 감독과 임창용 사이에 불화설이 나돈다는 소문이 돌았다. 두 사람 모두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시즌은 마쳤고 임창용은 방출됐다.

결국 다른 팀의 부름을 받지 못한 임창용은 은퇴식도 치르지 못한 채 강제 은퇴 당하고 말았다. 24년 동안 한미일 프로야구를 경험한 임창용은 정성훈과 함께 해태 타이거즈 소속 마지막 선수이기도 했다. 임창용 방출을 놓고 일부 팬들은 지난해 겨울 김 전 감독 퇴진 운동까지 펼치기도 했다.
 
 12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시범경기'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시작 전 KIA 김기태 감독이 모자를 고쳐 쓰고 있다. 2019.3.12

지난 3월 12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시범경기'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시작 전 KIA 김기태 감독이 모자를 고쳐 쓰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너무나 허약해진 KIA 불펜진을 감안하면 팬들로서는 임창용 방출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어깨 수술 재활을 마친 윤석민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어깨 통증이 재발해 조기 귀국하고 말았다.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상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언제 1군에 등록할지 알 수 없다.

여기에 김윤동도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하차하고 말았다. KIA 불펜진이 젊은 투수들에게만 기대기에는 경험 부족은 물론, 중심을 지켜줄 중견 선수들이 없어 더욱더 불안한 상황이다. 만일 임창용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KIA 와르르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끝없는 추락, 자진사퇴로 책임
 
김 감독이 지휘봉을 놓게 된 표면적 이유는 역시 성적 때문이다. 올 시즌이 시작되자 KIA는 투타에서 모두 헤매기 시작했다. 3연패로 올 시즌을 개막한 KIA는 16일까지 44경기를 치러 13승 1무 30패, 승률 0.302로 리그 최하위다.

10개 구단이 출범한 후 10위는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팀 타율과 팀 평균자책점도 모두 최하위며 타율과 홈런 20위권 안에 있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최형우, 이범호, 나지완, 김주찬 등 고참 선수들이 좀처럼 기량 회복을 하지 못하면서 공격의 중심은 없어졌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평균자책점과 승리에서 20권 내에 있는 KIA 선수들은 없다. 양현종은 1승 7패로 시즌 최다패 위기에 몰렸고, 외국인 선발 윌랜드(3승 2패, 5.40), 제이콥 터너(1승 5패, 6.17) 역시 존재감을 잃고 있다.

연패도 문제다. 지난 3월 개막전부터 내리 3연패를 기록하더니 4월에는 9연패에 빠졌다. 5월에는 4연패에 이어 지난 10일 SK전부터 6연패에 나락했다. 반면 3연승 이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장 성적이 급한 김 전 감독으로서는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며 신구조화를 이루려고 했으나 결국 꿈을 접어야 했다. 김기태 전 감독은 2013년 LG 감독 시절 팀을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 다음해 성적이 떨어지자 2014년 4월 24일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두 팀에서 감독을 역임하며 6시즌 동안 4번의 포스트 시즌 진출과 한번 우승을 경험한 김 전 감독은 두 팀에서 모두 시즌 초반 자진사퇴하는 불운을 맞이하고 말았다. KIA 감독으로서 마지막 경기인 16일 KT전에서마저 패하며 6연패의 짐을 떠안은 채 말이다.
 
고개 숙인 김기태 2019년 5월 16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 경기에서 사퇴를 선언한 KIA 김기태 감독이 마지막 홈 경기에 나와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고개 숙인 김기태 2019년 5월 16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 경기에서 사퇴를 선언한 KIA 김기태 감독이 마지막 홈 경기에 나와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어수선한 분위기 빨리 추슬러야

KIA는 올 시즌 박흥식 감독대행 체재로 잔여 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투타 모두 극심한 부진에 빠진 KIA가 당장 성적을 끌어올리기에는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흥식 감독대행으로서는 무엇보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빨리 추스르는 게 급선무다.

아직 100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즌 포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위축된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2007~8년 KIA 코치를 역임했던 박흥식 감독대행은 넥센과 롯데를 거쳐 2014년 10월 KIA 타격코치로 다시 돌아와 올 시즌 퓨처스 감독을 맡았다.

KIA에서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박 감독대행은 팀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 감독대행이 남은 시즌 팀을 잘 추슬러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고 신구조화를 잘 이룰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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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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