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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빈곤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에서 기후변화는 인류의 운명을 가를 절체절명의 문제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동시에 기후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녹색참여소득'을 제안합니다. 생태적 이동, 에너지 절약, 친환경 제품 사용 등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녹색참여소득의 개념, 기본소득과의 차이, 기대효과 등에 대해 연재합니다.

여쭤봅니다.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달에 수십 만 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전기, 가스, 수도의 절약을 조건으로 한다면요? - 기자 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부모보다 못 살 최초의 세대'라는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중요합니다. 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실험은 더 권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4월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큰 달입니다.

청년기본소득 vs. 청년수당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2일 열린 ‘경기도 청년정책 거버넌스 출범식’에서 만24세인 송유현 광명청년설자리연대 대표(왼쪽)와 박준례 한국청년연합 수원지부 간사에게 청년기본소득 증서를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2일 열린 ‘경기도 청년정책 거버넌스 출범식’에서 만24세인 송유현 광명청년설자리연대 대표(왼쪽)와 박준례 한국청년연합 수원지부 간사에게 청년기본소득 증서를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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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도지사의 '청년기본소득'이 4월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경기도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1년에 100만 원을 지급하는 겁니다.

이와는 좀 다르지만 서울시는 취업하지 못한 만 19세~34세 청년에게 최대 6개월 동안 한 달에 50만 원씩 주는 '청년수당'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5000명에게 지급됩니다. 1차 모집은 이번 달에 마무리됐습니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은 여러 모로 '기본소득'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액수가 좀 적습니다. 분기별 25만 원, 그러니까 한 달 8만 원가량의 돈입니다. 이제는 '취약계층'으로까지 불리는 청년들에겐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9 서울시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9 서울시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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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수당은 기본소득이라고 부르기엔 한계가 뚜렷합니다. 미취업자에게만 지급하기 때문에 구직수당의 성격이 큽니다. 정부도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라고, 비슷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를 못 받는 구직자에게 6개월 동안 월 50만 원을 지원하는데, 4월에 시작했습니다. 1만1718명이 선정됐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거나, 기본소득과 유사하지만 기본소득이라고까지는 부를 수 없는 각종 제도들이 추진되는 것은 의미 있습니다. 지적되는 한계를 넘어서는 실험이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최근 서울연구원이 'LAB2050'이라는 시민단체와 함께 새로운 실험을 제안했습니다. '청년수당 2.0정책 실험안'입니다. 서울에 사는 만 19세~29세 청년 800명에게 월 50만 원씩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러 논쟁 끝에 서울시는 이 제안을 올해 실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계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청년기본소득은 조금씩 진척되고 있습니다. 의지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그러나 한편에선 조심스럽게 실험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퍼주기다" "그 돈이면 창업 촉진에 쓰는 게 낫다" 등의 비판이 제기된 것도 진지한 토론을 위해서는 좋은 일입니다.

심상정의 '청년사회상속제'

아울러, 청년기본소득을 고민하면서 점검해봐야 할 문제는 더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는 부모를 잘 만나서 평생을 써도 다 못쓸 재산을 상속받고, 누구는 끔찍한 가난을 상속받고 있습니다. (중략) 이런 세습으로 인한 불평등, 수저론을 과감하게 타파하기 위해 청년 사회상속제를 도입하겠습니다."

2017년 대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청년사회상속제'를 제안했습니다. 상속증여세로 정부가 걷은 돈을 매년 20세가 되는 청년에게 똑같이 나누겠다는, 획기적인 안입니다.

클럽 버닝썬 같은 곳에서 하룻밤에도 수천만 원을 쓰는 청년들의 부모가 내는 상속증여세를 흙수저 청년들에게도 상속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청년사회상속제 역시 청년기본소득의 일환으로 제안된 내용입니다.
 
심상정 후보, 12시간 필리버스킹 유세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심상정X촛불시민과 함께 하는 12시간 필리버스킹’ 유세를 하고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 사진은 2017년 5월 8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심상정X촛불시민과 함께 하는 12시간 필리버스킹’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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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청년사회상속제는 보통의 청년기본소득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목돈'을 지급한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학자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기본소득이라고 해야 월 몇십만 원 수준인데, 그걸로 인간다운 생활이 충분히 보장되겠는가. 차라리 성인이 되는 시점에 수천만 원 정도의 목돈을 주는 게 낫다." 이런 주장이 있습니다. 이 목돈을 '기초자본'이라 부를 수도 있고, '기초자산'이라고 칭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청년사회상속제는 바로 이 '기초자산'의 관점에서 마련된 정책입니다.

반면에 기본소득 옹호자들은 "수천만 원을 한 번에 줬다가 탕진해버릴 수도 있다, 같은 액수라면 매월 지급하는 게 생활의 안정을 위해 더 좋다"라고 주장합니다. 

청년사회상속제는 현재 법안으로도 발의된 상태입니다. 기본소득도 생소한 마당에 기초자산까지 고민할 여유가 아직은 없을 수 있지만, 국회에는 이미 기초자산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인가 기초자산인가

'기본소득인가, 기초자산인가.'

꽤 고민해 볼 만한 주제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이야말로 돈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24세는 (중략) 졸업을 하면서 구직활동을 시작하는 나이로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청년들이 졸업 이후 바로 취업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연령층으로 판단됩니다."
 

경기도에서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하면서 담당자가 언론에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청년기본소득이 만 24세 청년에게만 지급하는 것은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연령대는 다르지만 서울시 청년수당 역시 비슷한 고민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청년수당은 만 19세~34세 청년 중 고등학교나, 대학 혹은 대학원을 마치거나 그만둔 후 2년이 지난 사람을 조건으로 합니다. '학교를 끝내고 2년이 지났는데도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의 절박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결국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하는 것, 이후의 삶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과 더불어서 기초자산에 대한 고민도 사회적으로 함께 진행하면 좋을 일입니다.

녹색참여소득, 기본소득을 기초 자산으로 전환
 
 걷거나, 자전거타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기본소득을 정부가 바로 지급하지 않고 '녹색참여소득기금'안의 계좌에 넣어둔 다음에 만 19세 때 찾게하면 어떨까요? 상상력의 문제입니다.
 걷거나, 자전거타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기본소득을 정부가 바로 지급하지 않고 "녹색참여소득기금"안의 계좌에 넣어둔 다음에 만 19세 때 찾게하면 어떨까요? 상상력의 문제입니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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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런 고민에서 한 때 영국노동당은 '자녀신탁기금'이라는 제도를 실시했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계좌를 하나 열어주고 정부가 일정액을 넣어줍니다. 7세가 되면 한 번 더 돈을 적립해줍니다. 이 계좌에 부모도 얼마간 돈을 넣을 수 있습니다. 자녀신탁기금은 우리의 국민연금처럼 이 돈을 운용합니다. 만 18세가 되면 출금이 가능합니다.

노동당의 '자녀신탁기금'은 2011년에 폐지됩니다. 보수당이 중단시켜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자녀신탁기금'의 문제의식은 계속 고민될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가 주장하는 녹색참여소득 역시 비슷한 구상이 들어 있습니다. 걷거나, 자전거타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기본소득은 정부가 바로 지급하지 않고 '녹색참여소득기금'안의 계좌에 넣어 둡니다. 10여 년간 열심히 모은 기본소득을 만 19세가 되면 찾을 수 있게 합니다.

기본소득을 적립해 '기초자산'으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성인이 될 때 적지 않은 목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목돈은 그냥 받은 게 아닙니다. 자신이 생태적 이동을 통해 도시와 지구를 살리는 역할을 하면서 모은 돈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자산형성지원 사업'

자산형성지원 사업이 대한민국에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동발달지원계좌'라는 게 있습니다. 흔히 '디딤씨앗통장'이라고 부르지만 많이 알려진 제도는 아닙니다.

만 18세 미만의 저소득층 아동이 월 4만 원 내에서 저금을 하면 국가나 지자체가 똑같은 액수를 적립합니다. 나중에 사회에 진출할 때, 학자금이나 창업 혹은 전세금 마련 등에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산형성 사업입니다.

영국의 자녀신탁기금이나 제가 주장하는 녹색참여소득기금과 내용은 다르나 정부가 나서고, 개인이 노력하여 청년기를 위한 자산을 형성해나가자는 문제의식은 유사합니다.

이미 실시되고 있는 각종의 정책들을 새롭게 조합하면, 녹색참여소득도 그 연장선에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결국 상상력이 문제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상구씨는 정의당 교육연수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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