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투수 존 스몰츠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55승을 올리며 최고의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이로 인해 그는 1996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가 됐고, 2015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된 바 있다. 하지만 존 스몰츠는 지난 2000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이후 2002년부터 그는 마무리 투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3년 동안 144세이브를 기록했다. 2005년부터 다시 선발로 돌아온 스몰츠는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리며 통산 213승 154세이브를 기록했다.

반면에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은 선발 변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빅리그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하고 3년 차에 월드시리즈 우승, 4년 차에 올스타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김병현은 2007년 세 팀을 오가며 10승을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이 6.08에 달했다. 그해 시즌을 끝으로 그는 빅리그 마운드에 더는 오르지 못했다. 여전히 김병현이 빅리그 한국인 최다 세이브 기록(86개)을 가지고 있지만 선발전환 때문에 그의 커리어가 꼬였다고 생각하는 야구팬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투수들은 선수 생활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혹은 팀의 마운드 사정으로 인해 보직변경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 결과가 좋을 확률은 낮은 편이다. 아무래도 선발과 불펜, 그리고 중간과 마무리는 등판 준비과정부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올 시즌 SK 와이번스의 우완 서진용과 kt 위즈의 좌완 정성곤은 '셋업맨'이라는 새로운 보직에 잘 적응하며 성공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비룡군단 차세대 마무리, 서진용에겐 영광 아닌 '부담'이었나

SK는 지난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고지역인 제물포고의 좌완 이현호(두산 베어스) 대신 경남고의 서진용을 1라운드로 지명했다. 당시 그는 상대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경남고 출신의 선수였다. 서진용은 대동중 시절까지는 내야수로 활약하다가 고교 진학 후 우완 투수로 전향했다. 이런 서진용의 커리어가 청소년 대표 출신 이현호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SK는 결국 그의 싱싱한 어깨를 선택했다.
 
 매력적인 강속구를 던지는 서진용은 언제나 부상의 수렁에서 좌절했다.

SK 서진용 ⓒ SK 와이번스

 
하지만 서진용은 입단과 동시에 무릎수술을 받으며 육성선수로 전환됐고 재활과정을 끝낸 후에는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쳤다. 2015년 드디어 1군 무대에 데뷔한 서진용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강속구로 주목 받았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전반기를 넘기지 못하고 시즌을 접었다. 결국 서진용은 프로 입단 후 6년 동안 43경기에 등판해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했다.

2017년 SK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트레이 힐만 감독은 팀 내에서 손 꼽히는 강속구를 던지는 서진용을 마무리 후보로 점 찍었다. 실제로 서진용은 4월 한 달 동안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3세이브를 기록했지만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그에게 마무리는 버거운 자리였다. 서진용은 작년 시즌에도 마무리 후보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박정배와 신재웅에게 뒷문을 맡긴 채 주로 중간 계투로 활약했고 성적도 3승2패1세이브12홀드6.12로 썩 좋지 않았다.

작년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SK에 부임한 염경엽 감독은 서진용이 아닌 작년 시즌 9승3패10홀드 평균자책점3.83을 기록한 좌완 김태훈을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매년 강한 구위를 가졌다는 이유로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던 서진용으로서는 큰 부담을 하나 덜어낸 셈이다. 이후 서진용은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치러내고 있다.

서진용은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4홀드1.50의 안정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특히 최근 5번의 등판에서 4개의 홀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12이닝 동안 20개의 삼진을 잡아낼 만큼 위력적인 구위도 자랑하고 있다. SK 불펜에는 정영일, 하재훈, 김택형 같은 젊은 파워피처들이 즐비하지만 그 줄에서 서진용은 특히 돋보인다.

kt의 핵심 선발 유망주, 부상 회복 후 불펜 투수로 승승장구

kt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좌완 셋업맨 홍성용(kt 잔류군 재활 코치)이 현역 생활을 마감했고 1차 지명 출신의 좌완 불펜 투수 심재민은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팀 전력상 가뜩이나 넉넉하지 못했던 좌완 불펜 자원 중에서 두 명의 결원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kt는 올 시즌 5년 차 좌완 정성곤의 깜짝 활약 덕분에 홍성용과 심재민의 공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kt는 2차 2라운드 14순위로 입단한 정성곤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kt 정성곤 ⓒ kt 위즈

 
정성곤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4순위)로 kt에 입단했다. 그는 작년까지 1군 무대에서 통산 98경기에 등판했던 kt의 핵심 유망주 투수 중 한 명이다. 정성곤은 입단 후 3년 동안 선발 투수로 44경기에 등판했다가 작년 시즌부터는 불펜 투수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는 작년 팔꿈치 통증으로 전반기는 통째로 날렸지만 후반기에는 24경기에 등판해 1승5홀드2.96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불펜을 통해 발견한 정성곤의 뜻밖의 재능이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정성곤은 선배들의 은퇴와 입대로 구멍이 뚫린 kt의 좌완 셋업맨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는 1승1패6홀드2.70으로 고효준(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홀드 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신예다. 정성곤은 지난 18일 한화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3피안타1볼넷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그런데도 올 시즌 kt 불펜에 정성곤을 제외하면 2개 이상의 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없다.

지난 21일 롯데전은 정성곤의 진가가 잘 드러난 경기다. 마무리 김재윤이 18일부터 20일까지 3연투를 하면서 등판이 불가능했던 경기에서 정성곤은 2-2 동점 상황이던 8회에 등판해 이대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kt는 9회 강백호의 적시 2루타와 유한준의 결승타, 박경수의 투런 홈런으로 단숨에 6-3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정성곤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1사 1, 2루 위기를 넘기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성곤은 21일 롯데전에서 1.2이닝을 던지며 40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kt의 핵심 불펜 투수가 된 정성곤은 체계적인 관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는 프로 데뷔 후 3년 동안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어 멀티이닝 소화도 충분히 가능한 투수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 kt 불펜에서 마무리 김재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유일한 투수가 바로 정성곤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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