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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 코너에는 유달리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감자전 코너에는 유달리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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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감자가 나왔어? 조금 빠른 것 같은데…"

'지평선 광활 햇감자 축제(20~21일)' 현장에 함께 가자는 말에 사무실에 놀러온 지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어왔다. 외려 어리둥절해진 것은 나였다. 지인은 강원도 출신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 감자 농사를 도와줬다고 들었던지라 다소 뜬금없는 반응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어진 지인의 말에 금세 의문점이 풀렸다.

강원도는 축제가 열리는 김제시 광활면과 기후가 다르다. 평야 지대인지라 산이 많은 강원도보다 상대적으로 봄이 일찍 찾아온다. 자연스레 감자 수확 시기도 조금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감자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지인 입장에서 이른 감자 수확이 다소 놀라웠던 듯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감자가 먹고 싶었는데, 맛있는 것 있으면 시식도 하고, 감자도 좀 사오자."

햇감자 축제까지 한다는 것은 그만큼 감자 품질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사는 감자는 가격을 떠나(상대적으로 시중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질 자체가 상당히 괜찮을 것 같았다.

사실 무엇인가 식재료를 사기위해 특정 축제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나 역시 감자를 좋아했고 지인 또한 비슷했기에 말이 나오기 무섭게 햇감자 축제로 달려갈 수 있었다. 적어도 이때만큼은 주부의 마음이었다. 감자, 감자! 씨알이 굵고 좋은 감자를 사야겠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현장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감자 요리도 기대됐다.
 
자꾸 물량이 떨어지는 통에 감자를 사는데도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자꾸 물량이 떨어지는 통에 감자를 사는데도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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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기가 많은 코너는 역시 먹거리 체험 장터였다.
 가장 인기가 많은 코너는 역시 먹거리 체험 장터였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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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현장의 감자, 재료가 좋으면 음식도 맛있다

"우워~~ 많다."

축제현장에 도착하기 무섭게 가장 먼저 나온 말이다. 길가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을 봤을 때부터 적지 않은 인파가 찾아왔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으나 막상 직접 와 보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인구가 적은 시골 지역임을 감안했을 때 매우 드문 광경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지방에 특산물 축제가 필요한지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198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광활 감자는 간척지 토양에서 재배되어 알이 실하며, 저장성 또한 뛰어나 전국 봄 감자 생산량의 20%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상당수 지역의 감자 씨앗을 이곳에서 가져간다고 들었다.

바다를 막아 만든 논의 오염되지 않은 간척지 토양에 인근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海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광활 감자 특유의 맛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매년 11월 말 하우스를 설치하여 다음해 1월 말쯤 씨감자를 심고 4월 말에서 5월 중순경 수확 시기에 밭떼기나 작목반을 통해 대량 출하한다.
 
갓 캐낸 햇감자는 씨알이 굵고 튼실했다.
 갓 캐낸 햇감자는 씨알이 굵고 튼실했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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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취재를 위해 축제 현장을 찾은 김제시민의신문사 남성훈 기자는 "워낙 품질이 좋아 그렇지 않아도 전국적으로 인기가 좋은 상태에서 매년 축제까지 하는지라 수확 대비 판매량이 매우 좋다"는 말로 광활 감자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취재를 마치고돌아가는 그의 손에도 현장에서 직접 구매한 감자 상자가 두 개나 들려 있었다.

축제가 진행되는 공간은 광활초등학교였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요새 시골초등학교는 학생수가 적어서 문제다. 공간을 좁히거나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곳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일부의 초등학교가 아닌 지역민 모두의 초등학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천막들 사이로 보이는 먹거리 장터였다. 광활 감자로 만든 다양한 요리코너가 준비되어 있었고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음식을 즐겼다. 감자는 어떤 재료보다도 쓰임새가 많다. 단순하게 찌는 것은 물론 튀기고 지지고 볶고 어떤 식으로든 다 가능하다. 간식과 반찬, 찌개, 국 등 안쓰이는 곳이 없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시절, 운영하고 있던 인쇄디자인 사무실이 잘 되지 않아 부업으로 밤에 군고구마 장사를 겸하던 때가 있었다. 한푼이라도 벌어보려고 했던 것이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아파트 근처에서 배달까지 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버리는 고구마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고구마는 보관을 잘해야 한다. 너무 추워도, 너무 더워도 안 된다. 온도를 잘 맞춰야 되는데 당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던 입장에서 이게 너무 어려웠다.

어떤 날은 파는 것보다 상해서 버리는 고구마가 더 많기도 했다. 쓰지도 못하고 버려야 될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에 반해 감자는 고구마처럼 보관이 어렵지 않다. 행사장 곳곳에 가득한 감자 상자를 보고 있노라니 고구마로 인해 고생했던 예전이 생각났다. 그만큼 감자와 고구마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다른 것 같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찐감자는 보기만해도 침이 넘어간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찐감자는 보기만해도 침이 넘어간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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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가 듬뿍 들어간 튀김의 맛은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현장에서 먹고 남겨온 감자튀김을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로 돌려서 먹자 다시금 바삭한 식감이 살아났다.
 감자가 듬뿍 들어간 튀김의 맛은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현장에서 먹고 남겨온 감자튀김을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로 돌려서 먹자 다시금 바삭한 식감이 살아났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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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현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먹거리 품목은 감자전과 감자튀김 그리고 찐 감자였다. 기본 천원부터 시작되는 착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길게 늘어선 줄에 잽싸게 합류했지만 음식을 가져가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광활 지역민으로 보이는 다수의 분들이 요리를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짧지 않았다.

감자전, 감자튀김, 찐 감자 등을 먹어보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는지 알 것 같았다. 해당 음식을 안 먹어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은 이른바 '재료빨(?)'이라는 말도 있다.

솜씨도 솜씨지만 일단 재료가 좋아야 해당 음식의 맛이 제대로 난다. 갓 캐낸 햇감자로 바로 만든 음식은 입 안에서 신선한 식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만족스러운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채 돌아가는 길에 무려 3박스를 구입해 차에 실었다. 감자로 하루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태그:#햇감자축제, #광활 햇감자, #감자전, #감자튀김, #찐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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