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덱 맥과이어가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2019.4.21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덱 맥과이어가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2019.4.21 ⓒ 삼성라이온즈

 
삼성이 퇴출설에 시달렸던 외국인 투수의 역투에 힘입어 연패에서 탈출했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23안타를 터트리며 16-0으로 대승을 거뒀다. 전날 4-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5-12로 역전패했던 삼성은 1만2000명이 넘는 관중이 가득 찬 이글스파크의 홈팬들에게 단 하나의 안타도 구경시켜 주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10승15패).

삼성은 구자욱과 박해민이 나란히 4안타 경기를 펼치며 맹타를 휘둘렀고 이학주를 제외한 선발 타자 전원이 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타선이 고르게 폭발했다. 그리고 이날 한화타선을 2사사구 13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진 삼성의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는 역대 14번째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투수로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타자의 사이클링 히트보다 2배쯤 힘들었던 투수의 노히트노런

한 경기에서 단타부터 홈런까지 모두 때려야 하는 사이클링 히트와 한 경기를 완투하면서 단 하나의 안타와 실점도 내주지 않아야 하는 노히트노런. 단일 경기에서 타자와 투수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기록이다(물론 사이클링 홈런이나 퍼펙트 게임 같은 기록도 있지만 KBO리그에서는 아직 아무도 기록하지 못했다). 2014년을 기점으로 KBO리그에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지면서 사이클링 히트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반대로 투수의 노히트 노런은 점점 더 귀한 기록이 됐다.

1984년 해태 타이거즈의 방수원이 삼미 슈퍼스타전에서 기록하며 최초로 나온 노히트노런은 2000년 송진우까지 단 10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1988년에는 OB 베어스의 장호연이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단 하나의 탈삼진도 없이 99개의 공으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1993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김원형(두산 투수코치)은 OB전에서 만 20세9개월25일의 나이에 최연소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역대 퍼펙트게임에 가장 가까웠던 투수는 1997년 OB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정민철(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이었다. 당시 정민철은 단 하나의 사사구와 실책도 없이 완벽하게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지만 8회 1사 후 심정수를 삼진 낫아웃으로 출루시키며 퍼펙트가 깨졌다. 공을 흘린 포수 강인권(한화 배터리 코치)이 원망스러울 법도 했지만 정민철은 경기 후 "강인권 포수의 리드가 없었다면 노히트노런도 불가능했다"며 동료를 감쌌다.

2000년 송진우를 끝으로 KBO리그에서 10년 넘게 자취를 감췄던 노히트노런은 2014년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에 의해 다시 등장했다. 찰리 이후 2015년 두산에서 뛰었던 유네스키 마야와 2016년 마이클 보우덴이 KBO리그 노히트노런 계보를 이어갔다. 특히 2015년 4월 9일에는 잠실에서 마야가 노히트노런, 광주에서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가 사이클링 히트를 동시에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6년 6월 30일에는 보우덴이 역대 노히트노런 기록 중 가장 많은 139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통산 13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해마다 한 명씩 노히트노런 투수가 탄생했지만 2017년에는 시즌 3회 이상 완투를 기록한 투수조차 없었고 작년에는 완봉승을 따낸 투수가 4명에 불과했다. 마운드가 세분화되면서 리그에 완투형 투수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초반 부진-퇴출설 날려 버린 맥과이어의 반전 역투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덱 맥과이어가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9.4.21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덱 맥과이어가 2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9.4.21 ⓒ 삼성라이온즈

 
작년 11월 삼성과 총액 95만 달러에 계약한 맥과이어는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크리스 세일보다 먼저 지명된 1라운드 출신의 유망주였다. 하지만 빅리그 통산 27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5.23의 성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정착하지 못하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삼성은 2m에 육박하는 큰 신장과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맥과이어가 비슷한 유형의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 호크스) 같은 활약을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저스틴 헤일리가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4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2.61의 평균자책점으로 호투하고 있는 것과 달리 맥과이어의 초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의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낙점됐던 맥과이어는 지난 3월 23일 NC와의 개막전에서 3.2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허용하며 7실점으로 무너졌다. 

맥과이어는 시즌 개막 후 5번의 선발 등판에서 두 번이나 5이닝을 넘기지 못하며 조기 강판됐고 단 한 번의 퀄리티스타트도 기록하지 못한 채 2패 6.56으로 크게 흔들렸다. 헤일리의 활약으로 올해는 드디어 외국인 투수 덕을 보는 듯 했던 삼성이 맥과이어의 부진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일부 삼성 팬들은 더 늦기 전에 맥과이어를 대체할 다른 외국인 투수를 알아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삼성이 최하위 추락의 기로에 있던 21일 한화전에서 반전의 호투를 통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 9이닝 동안 128개의 공을 던진 맥과이어는 단 하나의 안타와 실점도 내주지 않고 1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특히 노히트노런을 확정 지은 128번째 공이 시속 149km가 찍혔을 정도로 경기 후반에도 전혀 지치지 않는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김한수 감독과 삼성 팬들은 맥과이어가 노히트노런을 계기로 다시 시즌 전 기대했던 것처럼 헤일리와 원투펀치로 활약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후 부진을 거듭하다가 두 달 만에 퇴출된 마야의 사례가 있었던 것처럼 맥과이어 역시 노히트노런이 올 시즌의 좋은 성적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초반 부진을 탈출하는 최고의 반전을 선보였고 이를 상승세로 이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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