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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흘렸다. 2014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는 우리 사회 전 분야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많은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한국교회였다. 참사 당시 잇따른 목사들의 망언이 유가족은 물론 국민에게 상처로 남아 있다. 

5년이 흐른 지금 한국교회는 달라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한국교회 개혁을 주장하는 양희삼 목사를 16일 서울 군자역 근처에서 만났다. 다음은 양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양희삼 목사
 양희삼 목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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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5주기입니다. 5주기를 맞이하는 소회는 어떠세요?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거든요. 그 당시 제가 안산에 있는 회사 사목으로 일을 했어요. 거기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분향소와 단원고가 있었거든요. 그때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지났구나 싶네요.

무엇보다 무엇이 밝혀졌고 무엇이 드러났는가를 다시 짚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주 저희가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유경근 전 집행위원장을 모시고 방송했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국민 중에는 교통사고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다는 거예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어요. 못된 정치 세력들이나 그렇게 주장하는 줄 알았는데, 공무원 중에도 있고, 심지어 청와대 직원 중에도 있다고 들었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제 그만하라는 말은 정말 그만하면 좋겠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 목사님에게 세월호는 무엇인가요?
"저뿐만 아니라 멀쩡한 사람이라면 다 그렇겠지만, 저에게 세월호는 아픔과 고통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폐소공포증이 생겼었어요. 아이들이 배 안에서 죽어갈 때의 모습이 상상되어서 감정이입이 많이 됐었나 봐요. 자동차 뒷자리도 못 앉겠고, 비행기를 타도 답답하고, 작은 공간이나 지하 주차장을 잘 못 들어갔어요."

- 16일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의 막말이 문제가 됐어요.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을 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정치인들은 늘 의도를 가지고 말한다고 봅니다. '현직 의원은 지지자 결집을 위해서일 테고, 전직 의원은 공천 자리 받기 위해 손 내미는 게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죠. 그런데 그렇게 하는 건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정치를 더럽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비겁한 짓이라고도 봅니다."

- 목사님이 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유가족을 모신 거로 알고 있는데 어떠셨나요?
"그간 느껴왔던 것처럼 방송하면서도 내내 죄송하고 아프고 무기력감을 느꼈어요. 뭔가 돕고 싶은데 도울 수 있는 게 너무 적고요.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유족들은 죄인이 아니잖아요, 그분들은 자기 자식들이 왜 죽었는지 이유만이라도 알자는 건데 그것을 막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죠. 아마 자기들이 지은 죄 때문이겠죠. 우리 사회의 거대한 악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안 되고 작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을 모아 진실을 파헤쳐 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희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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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문제 된 것 중 하나가 한국교회였어요. 세월호로 한국교회 민낯이 드러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5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는 달라졌을까요?
"글쎄요. 뭐가 달라졌을까요? 오히려 그전보다 더 나빠졌죠. 정치적으로는 더 극우가 되고 우경화되는 데에 일조하는 세력이 된 거죠. 극우의 핵심에 한국교회가 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한국교회, 주류세력들이 우경화되고 극우로 가는 전환점이 세월호였다고 봐요."  

- 왜 한국교회는 극우로 가는 걸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몇몇 목사의 야망과 탐욕 때문에 수많은 성도가 희생되고 있다고 봐요. 그 예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이죠. 한기총 대표인 '빤스 목사' 전광훈씨는 자기가 정치를 하고 싶어서 저러는 거란 말이에요. 이분 때문에 한국교회는 너무나 큰 피해를 보고 있어요. 한 사람의 야욕과 탐욕 때문에 한국교회가 도매금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분 뒤에 숨어 수동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문제입니다. 사리 분별을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역사의식도 없고, 사실에 기반한 사실 분간도 못 하고요. 지금까지 자기들이 걸어온 노선 때문에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권을 싫어하고 대통령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 같습니다."

- 당시 목사들의 망언도 있었어요. "돈 없으면 불국사나 가지 왜 제주도를 가서 사고 당하냐"고 하거나 아니면, "하나님이 어린 학생들을 침몰시켜 기회를 준 것"이라는 말도 나왔죠.
"후자는 지금 세습 때문에 시끄러운 목사 입에서 나온 말인데 그게 사람이 할 말인가요? 목사이기 전에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자기 자식이 죽었다면 그렇게 말하겠어요? 남의 일이고 자기 자식이 아니니 그렇게 함부로 말한 거라고 봐야죠.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이런 측면은 있다고 봐요. 기독교 신앙은 생명이죠. 생명이라는 걸 기초로 해서 예수님의 가르침이 다 스며들어 있는 건데, 기독교 신앙이 생명이 아닌 종교로 변질하여 종교적 율법주의 또는 종교적 교조주의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무지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신앙인이라고 할 수 없는 발언이에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런 사람 절대 기독교 신앙인이라고 할 수 없어요."

- 성경에 보면 "우는 자와 함께 울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건 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는 이들을 조롱하는 것 아닐까요?
"자기들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그 사람들은 이웃이라고 생각 안 한 거죠. 자녀를 잃었어도 그들은 이웃이 아닌 거예요. 예를 들면 요즘 계속 재조명되는 제주 4.3 사건에도 가장 핵심이 '서북청년단'이라는 영락교회 단체였죠. 그들이 했던 행동을 보면 자기들은 선하고 제주도민은 악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극악무도한 짓을 한 거죠. 

반대로 생각해 본 적도 있어요. 저도 목사니까 선과 악으로 세상을 볼 때가 있습니다. 저는 한국 역사에서 부당하게 기득권을 취한 사람들을 악의 세력으로 봅니다. 일본 강점기 친일 세력, 군부 독재 세력 등이요. 그런데 제가 그들의 자식이 죽었다고 조롱할 수 있을까? 또 그들을 처참하게 죽일 수 있을까?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저뿐만아니라 제대로 된 신앙을 가진 분들은 그렇게 못할 겁니다."

- 세월호 유가족 중에 기독교인이 많았지만 한국교회 모습 때문에 많이 교회를 떠난 거로 알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앞에 말한 것처럼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신앙은 종교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꼭 기독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 모든 종교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종교는 사라져야 합니다. 유가족은 자녀를 잃은 분들이잖아요. 생명을 잃어버린 분들이잖아요. 그분들과 함께 못하는 교회가 무슨 교회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이건 '스스로 교회라는 걸 부정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방송에서 제가 유경근 전 집행위원장께 목사로서 교회가 가슴 아프게 해드린 것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렇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그들과 함께하지 않은 교회는 스스로 교회가 아니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를 같은 위치에 놓지 말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저희를 위로해 주시더라고요. 그 말씀이 맞는 거죠. 스스로 교회가 교회 되기를 거부한 것이죠.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고 그들의 편이 되지 않는 교회를 교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님은 고통당하는 사람 편이 되라고 교회에 가르쳐 주셨는데 교회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한 거잖아요. 그러면 그게 어떻게 주님을 따르는 교회라고 할 수 있겠어요? 교회가 아닌 거죠."

- 교회에서도 세월호를 지겹다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예수의 죽음은 2천년 전 일어난 일인데 아직도 이야기해요. 자기모순 아닐까요?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목사로서, 신앙인으로서 그게 정상일까 생각해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다치거나 건강을 잃어도 안타깝고 안쓰러워요. 그런데 자녀를 잃었잖아요. 그리고 아직도 왜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죽었어야 했는지 이유를 몰라요. 그거 좀 알자는데 그걸 지겹다고 하는 건 제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됩니다."

- 세월호 참사에서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것은 뭐라고 보세요?
"저는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드러났다고 봅니다. 주님과 전혀 관계없는 교회였다는 거죠. 꼭 세월호가 아니었더라도 한국교회를 보면 교회가 맞나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구약의 선지자인 예레미야도 성전 앞에서 '이것을 성전이라 하는 거짓말을 믿지 말라'는 말을 세 번이나 합니다. 당시 유대인에게는 성전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외친 거죠. 저는 많은 한국교회를 보면서 이건 교회가 아니라고 생각해 왔는데 세월호를 통해서 확 드러난 거죠. 어떻게 주님을 따르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냐고요."

- 그럼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님이 가르쳐준 대로 우는 자들과 함께 울면 되는 거죠. 단순하잖아요. 그분들은 여전히 울고 계세요. 그분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돕지 못한 것, 그들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가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해야죠. 그게 저는 교회고, 신앙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이와 반대로 행동하면 신앙인이 아니라고 봐야죠.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냥 아파하지만 말고 지금의 상황과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세월호 특별수사 청원을 하고 있잖아요. 앞장서서 청원하고 어떻게든 진실이 밝혀지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부도 압박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양희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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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가 기독교에서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주간이고 일요일이 기독교 최대 명절인 부활절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났던 5년 전과 같아요. 세월호 참사 2주기 때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는 "앞으로도 영원히 부활절과 세월호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리 역사 속에서 사는 내내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건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라고 하셨는데 부활절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러나 부활절을 세월호와 연결해서 본다면 유언비어를 유포하거나 속은 사람들은 먼저 회개해야죠. 지금도 여전히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많은 사람과 세력 중에 교인이 있어요. 제 말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안타까운 심정으로 말하는 건데 회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족이 '그만하면 됐다. 많이 애썼다'라고 할 때까지 수사하는 데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부활절 은혜만 받고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부활절을 계기로 교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에 대한 마음의 짐 없이 부활절을 기뻐한다고요? 이건 가짜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좋자고 믿는 신앙이죠. 더는 교회가 부끄럽고 창피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부활은 세월호 진실 규명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제가 신앙이라는 것을 사변적으로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목사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어요. (다른 사람은)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죠? 지금도 교회의 많은 성도에게는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과 유족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기독교가 우경화됐다 하더라도요. 그러나 문제는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아무 일이 안 일어난다는 거죠. 마음만으론 세상이 바뀌지 않아요, 뭐라도 해야 합니다. 오죽하면 김대중 대통령은 담벼락에다 욕이라도 하라고 했겠어요. 뭐라도 해야죠. 내가 지금 세월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보시고, 하다못해 청와대 청원 서명이라도 하고 SNS에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모으자고 글을 쓰거나 기사도 공유해야 신앙인다운 일이죠.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하는 신앙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양희심, #세월호, #한국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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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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