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피겨 간판' 차준환(휘문고)이 아이스쇼를 통해 팬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피겨 프린스가 주인공이 돼 공연을 펼치는 아이스쇼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함께 분위기를 더할 준비를 마쳤다.
 
차준환은 18일 오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인공지능 LG ThinQ 아이스 판타지아 2019' 아이스쇼 미디어 공개리허설에 참여해 독창적인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미디어 공개리허설에는 차준환을 비롯해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은메달리스트이자 올해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 금메달리스트인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캐나다), 일본 여자피겨의 간판으로 떠 오른 기히라 리카, 중국 남자피겨 강자인 진 보양(중국) 등 출연진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약 20분간 오프닝 군무를 비롯한 이번 아이스쇼의 주요 하이라이트 장면을 미디어에 공개했다. 총감독인 브라이언 오서와 안무를 맡은 셰린 본은 선수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면서 주요동선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안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차준환은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공연 후 차준환은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아이스쇼를 통해 팬분들과 만날 수 있어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차준환의 인터뷰 모습

차준환의 인터뷰 모습 ⓒ 박영진

  
차준환 "아이스쇼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어"

차준환은 올 시즌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왔다. 시즌 초반 챌린저 대회에서 두 개의 은메달을 시작으로 그랑프리 대회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고, 한국 남자피겨 사상 최초로 그랑프리 파이널에도 진출해 또 하나의 동메달을 수확했다.
 
여기에 국내 대회만 무려 네 차례 치르면서 그는 시즌 후반 누구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또한 12월경부터 부츠 문제가 말썽을 일으켰고 결국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세계선수권까지 맞는 부츠를 찾지 못했다. 이로 인해 차준환은 세계선수권에서는 시즌 초반에 성적에 비해 아쉬움이 큰 채 마무리해야만 했다.
 
차준환은 "시즌 초반에 비해 마지막 모습이 좋지 않았는데 아이스쇼에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 표현력에 대해 더욱 집중해 연습하면서 관객분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것이 좋다"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차준환은 올 시즌 '준리엣'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시 한번 선보인다. 독창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한 이 프로그램은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는 "1부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새로운 안무를 셰린 본과 함께 상의해 넣으면서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2부에서는 아이돌 그룹 빅스(VIXX)의 혁과 콜라보한 무대 'Boy with a star'에 맞춰 색다른 갈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이 음악은 차준환이 올 시즌 성장해 온 모습을 그대로 담은 듯해 쇼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차준환은 "빅스의 혁과 함께 감동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 시즌을 통해 세계 10위권 이내에 선수로 거듭난 차준환은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여전히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는 부츠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차준환은 "이번 아이스쇼 부츠는 세계선수권 때 신었던 것을 테이핑해 신고 참여한다"면서 "부츠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은데..."라며 멋쩍게 웃어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어 "이번 시즌 너무 많은 경기와 힘든 순간이 많았다. 지금 당장은 다음 시즌도 중요하지만 부상 관리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시즌 준비하기에 앞서 무조건 부츠를 찾을 생각이다. 이번 시즌처럼 다음 시즌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인터뷰 모습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인터뷰 모습 ⓒ 박영진

  
메드베데바 "점프 못 보여줘 유감"

이번 공연에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했던 선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그 가운데 여자싱글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아이스쇼에 다시 한번 나서 한국 피겨팬들과 만나게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아이스쇼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점프를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메드베데바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아이스쇼에 참석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현장 분위기가 따뜻하고 즐거운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 경기 도중 부상을 입어서 근육 통증이 있는 상황이다. 올해에도 점프를 뛰지 못하게 돼 유감이다"라고 전했다.
 
그에게 올 시즌 롤러코스터와도 같았다. 평창 올림픽까지 함께해왔던 예테리 투트베리제(러시아)와 결별한 후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브라이언 오서를 새 코치로 맞이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점프에서 크게 흔들렸고 결국 그랑프리에서 자신의 피겨 인생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내며 파이널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2월 러시아 내셔널 대회를 기점으로 다시 상승세를 끌어올려 지난달 세계선수권에서는 기어코 동메달을 따내며 시상대에 섰다.
 
메드베데바는 "시즌 초반에 자신감도 많이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코치, 안무가에게도 압박이 상당했다"면서 "그 부분을 많이 극복했고, 세계선수권에 좋은 성적을 거둬서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를 하는 동안 비난하는 사람들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을 통해 좋아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캐나다의 훈련 환경 차이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메드베데바는 "러시아는 굉장히 바쁘고 훈련할 때 여유가 없다. 캐나다도 바쁘지만 사람들 사이에 인사도 자주 오고 가면서 사람들이 사이 공감하는 것이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모습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모습 ⓒ 박영진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한국 팬들은 열광적"

2010년 밴쿠버와 2018년 평창에서 두 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전설의 반열에 오른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캐나다)는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버츄는 "출연진들이 모두 재능이 많고 준환이도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 굉장히 감명 깊다"라면서 "쇼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하고 피겨스케이팅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한국 분들이 정말 좋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모이어는 "한국에 있는 것이 집에 있는 것만큼이나 편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에게 1년 전 평창은 생애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무대이자 또 한번 커리어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낸 곳이었다. 테사는 "작년에 올림픽을 앞두고 공항에 들어올 때부터 긴장이 됐다. 이번에 다시 공항에 들어올 때 그때의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면서 "작년에 평창 단체전과 개인전 사이에 시간이 잠깐 돼 서울에 올라와 커피를 마시고 산책했는데, 이번 아이스쇼를 준비하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동안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해 아이스쇼에서 수 많은 팬들의 호응을 받으며 연기를 펼친 이들에게 한국 아이스쇼는 각별했다. 모이어는 "다른 나라 아이스쇼와 한국의 아이스쇼에서 가장 큰 차이는 팬들의 온도차다. 한국 팬분들이 해외보다 더욱 열광적으로 반응해주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편 이번 아이스쇼는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개최되며 차준환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와 캐나다의 아이스댄스 전설인 셰린 본이 안무가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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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차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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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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